7. 베고니아 꽃: 짝사랑, 당신을 사랑합니다
고백의 결심
깊은 밤, 지호는 책상에 앉아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민호와 유나가 웃던 모습이 떠오를 때마다 마음 한편이 쓰려왔다. 그동안 외면했던 감정이 자꾸만 고개를 들었다.
"나는 정말 그녀를 좋아하고 있는 걸까?"
대답은 너무도 분명했다. 좋아한다는 마음을 인정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그 마음을 표현하는 건 전혀 다른 문제였다. 유나가 자신을 거절한다면, 그 후의 관계가 어색해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지호를 망설이게 했다.
그러나 소연의 말이 귓가를 맴돌았다.
“참견일 수도 있지만, 네가 유나를 좋아한다면, 적어도 네 마음을 보여줄 용기를 가져봐. 그러지 않으면 넌 더 후회할 거야.”
그날 밤, 지호는 결심했다. 유나에게 내 마음을 전하자. 결과가 어떻든 후회는 하지 말자고 자신에게 다짐하며 눈을 감았다.
다음 날, 학교에서 유나를 마주했을 때 지호의 심장은 마구 뛰었다. 그녀는 햇빛 아래에서 친구들과 웃고 있었다. 그 모습만으로도 그의 마음이 다시 흔들릴 뻔했지만, 그는 자신을 다잡고 천천히 다가갔다.
"유나야, 잠깐 얘기 좀 할 수 있을까?"
유나는 놀란 듯 눈을 깜빡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응, 무슨 일이야?"
지호는 그녀를 학교 건물 뒤편의 조용한 곳으로 데리고 갔다. 바람이 살짝 불어오는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그는 떨리는 손을 주머니에 넣고 깊게 숨을 내쉬었다.
"유나야, 사실은..."
그는 말을 꺼내기까지 몇 초를 망설였다. 하지만 다시 돌아갈 수는 없었다.
"나 너 좋아해. 진짜 오랫동안 너만 좋아했어."
말을 끝내고 나서야 지호는 숨을 내쉬었다. 심장이 터질 것만 같았다. 그런데 유나의 반응은 그가 예상했던 것과는 전혀 달랐다.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대신 그의 말을 들은 순간 멍해진 듯 입을 약간 벌리고, 손을 꼼지락거리며 그의 눈을 피했다. 얼굴은 점점 빨개지더니, 그녀는 고개를 숙인 채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다.
지호는 그 정적이 길어질수록 마음이 점점 무거워졌다. 유나의 이런 모습은 처음이었다. 혹시 그녀가 당황해서 어떻게 거절해야 할지 모르는 건 아닐까? 그 생각에 그의 목소리는 약간 떨렸다.
"아, 그냥... 네가 알아줬으면 좋겠어서 말한 거야. 부담스럽게 하려던 건 아니고..."
유나는 여전히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 그녀는 고개를 들어 지호를 보려 했지만, 부끄러운지 다시 눈을 피하며 손을 만지작거렸다. 그 모습에 지호는 더 이상 기다리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괜찮아. 너 아무 말 안 해도 돼. 그냥 내가 하고 싶어서 한 말이야."
그는 억지로 웃으며 말을 끝냈다. 마음 한구석이 무너지는 듯했지만, 동시에 이상하게도 가벼워졌다. 자신의 마음을 전했다는 사실만으로도 후회는 없었다.
그날 밤, 지호는 창가에 앉아 밤하늘을 바라봤다. 달빛 아래서 유나의 당황한 얼굴이 자꾸 떠올랐다.
"그녀가 내 고백을 어떻게 받아들였든, 난 할 수 있는 걸 다 했어."
마음이 텅 빈 듯하면서도 어딘가 편안했다. 자신을 괴롭히던 감정을 인정하고, 용기를 내어 표현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이제, 나는 내 마음을 전했으니, 그녀가 어떤 대답을 하든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어."
지호는 그렇게 혼잣말을 하며 눈을 감았다. 하늘에서는 작은 별들이 빛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