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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윤 Dec 20. 2024

8. 베고니아 꽃: 짝사랑, 당신을 사랑합니다

한 걸음의 용기

유나도 어린 시절부터 지호를 좋아하고 있었다.
같은 아파트에 살던 유년 시절, 지호는 늘 유나를 기다려 주고, 친구들 사이에서 유나가 곤란한 상황에 처하면 누구보다 먼저 나서서 도와주곤 했다. 유나는 그런 지호를 보며 자신도 모르게 마음속에 그를 특별하게 담아두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그 마음은 점점 더 깊어졌고, 한편으로는 두려움도 커졌다.
"혹시 내가 좋아한다고 말하면, 우리 사이가 변하지 않을까?"
유나는 마음을 숨긴 채 지호와의 일상을 소중히 여기며, 친구로서 곁에 머무는 것만으로도 만족하려 애썼다.

그러나 전날, 지호의 고백은 유나의 오랜 마음을 흔들었다.
"나 너 좋아해. 진짜 오랫동안 너만 좋아했어."

그 순간 유나의 가슴은 강하게 뛰었다. 그의 고백은 그녀가 늘 꿈꿔왔던 말이었다. 하지만 그토록 바라던 순간에도 유나는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 너무 갑작스러워서, 너무 놀라서, 그리고 너무 기뻐서.

"왜 아무 말도 못 했을까?"

학교에서 돌아온 유나는 가방을 내려놓으며 창밖을 멍하니 바라봤다. 지호의 목소리와 진지했던 눈빛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지호는 얼마나 떨렸을까? 그 마음을 전하기까지 얼마나 고민했을까?"

유나는 스스로에게 묻고 또 물었다. 그가 보여준 용기를 떠올릴수록 아무 말도 하지 못했던 자신의 모습이 부끄러웠다.

"나는 왜 그동안 용기 내지 못했을까? 이렇게 좋아하는데..."

침대에 누워있던 유나는 벌떡 일어나 창문을 활짝 열었다. 바람이 불어오자, 머릿속을 가득 채우던 복잡한 생각들이 조금은 가라앉는 듯했다. 그리고 그 순간 결심이 서기 시작했다.

"지호가 용기를 냈다면, 이제는 내가 보여줄 차례야."

다음 날 아침, 유나는 고백할 방법을 고민하며 꽃집으로 향했다. 그녀는 손에 들린 휴대폰 화면을 보며 지호가 말했던 꽃말을 떠올렸다.

"베고니아꽃의 꽃말이 '짝사랑'... 이걸로 내 마음을 전할 수 있을까?"

꽃집에 들어서자, 아침 햇살이 꽃잎 위로 내려앉아 부드럽게 반짝이고 있었다. 그녀는 천천히 걸으며 진분홍빛 베고니아 화분이 놓인 곳에서 멈춰 섰다.

"이 꽃, 너무 예쁘죠?" 유나는 자신도 모르게 혼잣말처럼 말했다.

꽃집 주인이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네, 베고니아는 작은 마음에도 큰 의미를 담을 수 있는 꽃이에요. 선물하기 딱 좋아요."

유나는 그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마음이 점점 확고해졌다.
"이걸로 할게요."

베고니아 화분을 받아 든 유나는 손끝으로 꽃잎을 가만히 쓰다듬었다. 그 작은 움직임에 그녀의 결심도 단단해지는 것 같았다.
"지호가 이 꽃을 보면 내 마음을 알아줄 수 있겠지?"

꽃을 든 채 집으로 돌아온 유나는 손수 만든 작은 카드를 꽃 화분 옆에 끼웠다.
카드에는 간단한 문장이 적혀 있었다.

"나도 너를 좋아해. 오래전부터."

그녀는 카드를 끼운 화분을 바라보며 한숨을 쉬었다. 설렘과 긴장감이 뒤섞여 가슴이 두근거렸지만, 그 감정이 나쁘지 않았다.

"이제 내가 용기 낼 차례야."

다음 날, 유나는 꽃을 가방에 담고 학교로 향했다. 복도를 걸으며 지호가 있는 교실로 가는 길, 손이 떨리고 있었지만 발걸음만큼은 점점 더 확고해졌다.

"지호야, 이번엔 내가 너에게 대답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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