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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쏘리 Nov 29. 2024

국회의원 보좌관

나는 몰랐지요. 

모르는거 투성이 다 알고 있으면 내가 그랬을까?



나는 부끄럽지만, 더 솔직하지만 보좌관이 뭔지 몰랐다. 보좌관 직업이 있는지도. 퇴사하고 영화에 보좌관이 넷플릭스에 떠서 알았다. 나는 수석도,  프로도 몰랐다. 나는 첫 입사시 정프로라는 호칭을 붙여주셨다. 나는 그걸 별명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프로는 프로패셔널하게 일하길 바라셔서 정프로라고 불러주신 줄 알았다.


그래서 그렇게 되어야만 할 것 같아서 열심히 배우려 했다. 호칭이라는건, 존칭이라는건, 애칭이든, 별명이든 자리가 사람을 만들 듯이. 호칭은 중요하다. 개새끼한테 자꾸 개새끼라고 하면 개새끼처럼 살고 싶지 않은데 개새끼처럼 살게 된다.


그러니 개새끼를 만나더라도 


에이~ 선생님 그러지 마세요! 

에이~ 선생님 아실만한 분이, 안 그러실 분이 왜 그러셔요. 


이렇게 대처하는 방법이나 처세술이 필요하다.


그렇게 되면 그 분도 어라 내가 이런 존칭을?  행동이 달라질 수 있다. 아무튼..

나는 보좌관이 뭔지 몰랐다. 내가 생각하는 정치인의 이미지는 나쁘다.


그 이유에 대해 적어보려한다. 실무할 시간도 빠듯한데 의전을 해야한다. 나는 첫 입사날이 장관님 오신날 이셨다. "오~ 이게 뭐냐~ 오호~" 태어나서 처음 먼 발치에서 본 높은 사람. 하지만 콩 알 만했다. 잘 안보여서.


입사 첫날인데 신경쓰기 바쁘다. 아무렴, 비상이지 비상. 나보다 최고관리자분들이 더 바쁘시다. 그 뒤로 자주 오신다. 그러면 의전은 필수다. 나는 환영문구를 맡았다. 그건 시켜서가 아니라 자진해서 어? 제가 해볼까요? 이쁨 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냥 그거는 일도 아니니까. 라는 생각이다. 그렇다고 의전 문구 쓰는게 쉽다는게 아니라 내 기준 출동나가거나, 전화를 받는 것 보단 차라리 의전문구로 머리 싸매는게 더 나은데 의전 문구도 굳이 시간을 할애하진 않는다. 그냥 술술 나온다. 8개 정도. 유머러스한거, 진지한 버전, 담백한버전 그러면 상부에서 골라주신다. 이걸로 하지? 그럼 그냥 그 멘트 뽑아서 어디다 붙일지 어떻게 환영해드릴지 구상한다. 



내가 할 일이 없어서 그런건 아니고, 그렇다고 상사분들이 일부러 시킨것도 아니고 윗분들은 더 중요한 사안을 고민하거나, 해결하셔야 하니까 내가 한다. 불만은 없었다. 재밌었다. 신기했다. 인간화환, 손바닥에 문구를 쓰고 손바닥을 접었다 폈다. 환영합니다. 양손 흔들기 버전, 인간 배치도. 시간 분초 단위, 그리고 주차할 공간도 마련해두고 어디서 출발하면 출발하셨다고 말도 맞춘다. 그건 타팀이여도 센스고, 전달해주는게 좋다.


근데 그것도 안다 모든 국회의원이, 모든 정치인이 의전을 좋아하는 것도 아니라는걸, 그냥 모든 조직은 모든 나라는 모든 사물은 모든 것은. 모든 곳에든 나쁜놈 좋은 놈 이상한 놈이 있을 뿐이다. 제대로 일하는 걸 알아보는 국회의원도 있다.


그건 국회의원도 일잘러를 알아보듯, 국민들도 일잘러를 알아본다. 성형수술한 사람이 성형수술한걸 알아보듯, 마약한 사람들이 마약한걸 알아보듯. 하지만, 일도 잘하고 아첨도 잘하면 금상첨화 아니던가. 그래서 의전+실적도 좋으면 그게 우리 조직이 잘 되는 일이고, 이왕 열심히 일하고 고생하는 거 우리 조직이 인정받으면 그게 소속감이고 그게 일하는 맛, 그게 보수가 안나와도, 나는 직장 다니는 맛이였다.


근데 어느 순간 일이 많이 생기니까 의전은 뒷전이 되어버린다. 나는 의전할려고 취직된게 아니니까. 하지만 이미 그렇게 해온거 안할 수 없다. 그러면 이젠 점점 내가 하는게 아니라 누군가가 해줬으면 하는 마음이 생긴다. 하지만 그걸 달갑게 하는 사람은 드물다. 그러면 그냥 이전 버전 보고, 대략 비슷하게 해서 준비하는게 다다.


꽃다발같은 경우에도 나는 이왕이면 이쁜 꽃 디자인 괜찮은 곳 찾는게 일이 아니기때문에 고르고 픽업하고 멘트 쓰고 . 그렇다. 과하면 문제겠지만. 이게 본업을 해칠 정도로 의전이 우선순위가 되어버리면 안된다. 하지만 윗분들은 실무보단 윗분들을 상대하셔야 하니, 서포트 해주는게 아래 역할이긴 하다. 쓰다보니 다 이해가 된다. 왜 그러셔야 했는지. 


상사가 불안하면 아래도 불안하다. 부모가 불안하면 자녀도 그걸 느끼듯이 하지만, 이럴때 내부 분열이 있어도. 조직, 소속이라는 건 잘 못된 건 내부에서 꾸짖고 외부로 내보내야 한다. 그래서 외부 이미지는 챙겨도, 내부에선 개같이 혼자고 깨지는 게 맞다.


그래서 남의 자식 나무라기 전에 내 자식이 잘못한건 없는지. 잘 못한게 있다면 바로 인정하고 사과하는게 더 큰 이미지를 챙기는 법이다. 그리고 이미지만 챙기려는 얇팍한 수습용이 아니라 진짜로 더 큰 사고 치기전에 초장에 잡아주는 것도, 잡혀 주는 것도 필요하다.  도려내기 어려우면, 수정될 때까지 꾸짖어야 한다. 포기할거면 내치는게 맞다. 마음이 아파도 어쩔 수 없다. 


추가로, 너무 딱딱한 글이면 스트레스 받을 수 있으니 유머러스한 내용도 추가해준다.


나는 별명이 오바마, 정회장 이었다. 또 루머가 생길것 같지만. 오바마는 대학생때, 내 성격이 1절만 해야하는데 4절까지 간다. 요새 우스갯 소리로 뇌절? 하는 소리 하지 말라는 말이 있던데 그런 의미와 비슷해서 오바마 또 오바한다. 이런 별명으로 나는 오바마였다. 그리고 정회장은 차는 있었지만 운전이 무서워서 경차가 있어도 버스를 타고 출퇴근을 했는데 내가 살았던 동네가 서울도 아닌데 교통체증이 너무 심해서 버스에 낑겨타고, 졸면서 갔다가 그 때 입사 동기가 나보다 어림에도 나를 픽업해주는 카풀을 해줬다.


그 부분은 매우 고맙고 감사하게 생각한다. 나는 그 옆 조수석에 앉아서 우스꽝스럽게 개그를 쳤다. 얼마나 나이든 언니가, 입사 동기지만  철이 없었을까. 아무튼 그 뒤로 출동을 나가면서 운전을 배운다. 빵빵 소리를 듣다가 이제는 내가 누군가 한테 빵빵을 하거나 욕을 한다. 고쳐야 할 부분이다. 그래서 나는 누가 꼭 데리러 오거나, 술 먹는걸 좋아해서 차를 끌고가면 술을 못 마시니 데리러오고, 태워주고 내려주고 그랬다.


염치가 없었다. 그래서 이젠 혼자 다니고, 비싸도 대리비를 꼭 지불하는 습관을 그게 9만원이여도, 10만원이여도. 근데 대리비 그 가격이면 그냥 꾹 참고 술을 안 마신다. 


이렇게 하다보니, 술먹고 음주운전 하는 사람들을 보면 그렇게 아쉽고, 무죄로 되는 걸 보면 그래 변호사니까 변호사는 그 일을 한거고, 그 돈을 지불한거고 그게 세상에 이치라는 말이라는 것도 알지만. 화가 나는 것도 그런 선례를 통해 잘 못된 상황들이 펼쳐지는 것도


나이가 들어가며 알게 된다. 아무리 화낸다 한들 변할 수 없다는 것도. 체념하게 되는 것도. 선배들이 왜  내가 못했으니 "너도 안 돼" 이게 아니라 "안 되는 것도 있는 거란다." 라는 걸 알려주고 싶었던 것이다.


세상은 핑크 빛이 아니다. 핑크 빛이 없다는게 아니라

핑크 빛이 아닐 때도 있다는 것이다.


날씨가 좋은날, 흐린날, 알 수 없는 날, 종잡기 어려운 날, 

마음도 좋은날, 흐리날, 알 수 없는 날, 날 모르겠는 날.


그렇게 세월이 간다. 시간이 간다.


글쓰기 수업을 듣는데 다시 태어난다면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10분 글쓰기 과제를 주셨다. 10분을 꽉채워서 쓴건 아니지만. 여기서도 내 성격이 들어난다. 일이 주어지면 빨리 헤치우고 싶어지는 탓에 생각을 그리 깊게 하지 않는다.


<93넌도 다시> 정소연


일단. 다시태어나고 싶은 생각이 없다.

인생은 한 번 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93년도 대한민국에서 나는 또 다시

태어났다.


나는 화장대에서 책을 거꾸로 들고 읽는다.

그것도 늘 똑같은 책만.


그렇게 나는 생각을 뒤집는 사람이 되어버린다.


계속 거꾸로 생각하니 사람들이

신기해 하기도 하고,

재밌다고 하기도 하고,

반응이 없기도 하다.


근데 상관없다.

어떤 사람이 되든 상관없다.


상관있는 건


내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어하는지를 궁금해하고, 알고 싶어하는 

마음이 있는지가 상관있다.


그럼에도 알아가 보자면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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