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자매의 아주 얕은 철학적(?) 대화

“월급 없이 일하면 논 거야?”에 대한 약간 진지한 고찰

by 춘림

엊그제였나?

둘째 언니와의 대화 중, 무심히 이렇게 말했다.

“이번 주까진 공모전 준비하고, 다음 주부턴 돈 벌어야 해.”

그랬더니 언니가 태연하게 말했다.

“너 지금도 돈 벌고 있는 거야.”

나는 피식 웃었다.

“공모전이 돼야 돈 버는 거지, 떨어지면 끝인데 이게 뭐 돈 버는 거야.”

언니는 웃지 않았다. 진지 그 자체였다.

“회사에서 일했는데 사장이 월급 안 주면 논 거냐? 경제활동을 하긴 한 거지.”

순간, 그 말이 꽤나 설득력 있게 들렸다.

격려받는 기분이 들기도 했다.

둘째 언니의 말은 공모전에 떨어지더라도, 너는 생산하고 있었고,

‘무임금 노동’을 한 거지, 놀고 있었던 건 아니라는 말이었으니까.

그 말은 오랜 시간 내가 나 자신에게 던졌던 질문,

‘나 지금 뭐 하고 있는 거냐?’에 대한 가장 온기 있는 답변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여기에 대한 큰 언니의 견해는 달랐다.

“그게 무슨 논리야? 억지지.”

큰 언니의 말은 나를 격려나 위로가 아닌 현실로 끌어당겼다.

돈이 들어와야 경제활동이며

공모전이든 지원사업이든 떨어지면 그걸로 끝이라는 현실.


그러니까 지금 내 상황은,

둘째 언니 말대로 하면 ‘투자노동’이고

큰 언니 말대로 하면 그냥 ‘취미’였다.


그렇다고 이 모든 날들을 그냥 ‘논 거’라고 치부하고 싶진 않다.

창작이란 건 ‘안 되는 시도’가 99%고, ‘간신히 되는 거’가 1%인데

그 1%를 위해 99%를 다 갈아 넣는 일 아닌가.

나는 지금 미래의 1%를 위해 현재의 모든 걸 밀어 넣고 있는 중이고.


이 글을 쓰는 지금도 둘째 언니의 말이 생각난다.

“월급이 없다고 일이 아니냐? 넌 일하고 있는 거야.”

그래, 누가 이걸 ‘일’이라고 불러준다면,

나는 그 한마디에 심지어 세금까지 낼 용의가 있다. 물론, 마음만 그렇다는 거다.

현실의 나는 큰 언니 말대로 슬슬 ‘현금 흐름’을 향해 발을 움직이고 있다.

이번엔 진짜, 돈 되는 쪽으로 간다.



#자매들의 대화

#창작노동

#무급노동의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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