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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이 지나면 또 다른 계절이 옵니다.

삶은 여행이라는 어느 노래 제목처럼^^

by 감성멘토앤


바람은 여전히 창을 두드리지만, 오늘은 그 손길이 낯설게 느껴집니다. 매일 스며들던 숨결이었건만, 문득 그 바람 속에 작별의 냄새가 섞여 있는 것만 같습니다.


오래도록 열어두었던 틈 하나를 닫는다는 건, 생각보다 많은 것을 흔들어 놓습니다. 그 사이로 스며들던 따뜻한 기척, 말없이 머물던 시선, 조용히 머금었던 온기들까지… 어느새 그 자리에 스며 있었던 나를 깨닫게 됩니다.


계절이 몇 번이나 머물다 간 자리엔 시간의 먼지가 고요히 내려앉았고, 매만지던 손끝에도 익숙한 떨림이 남았습니다. 그 모든 순간은 마치 오래된 창가에 놓인 화분처럼, 조용히 나를 키워낸 이름 모를 안식이었습니다.


그곳은 어쩌면 작은 정원의 일부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말없이 피고 지는 꽃처럼, 들리지 않는 인사를 나누던 이들의 숨결이 스쳐간 자리. 그 안에서 나도 몰래 잎을 틔우고, 스스로를 가꿨습니다.


이제는 문을 닫을 시간입니다. 하지만 그것이 끝은 아니겠지요. 아마도 다음 계절을 위한 씨앗 하나를 품고, 문득 다른 방향의 바람을 맞이하게 될지도요.


천천히 내리는 셔터처럼, 조용히, 아주 천천히 마음을 접습니다. 들리지 않는 음악처럼, 눈물은 흐르지 않아도 마음 한켠에 맴돌고, 그 시원함 속에 어쩐지 짙은 울림이 함께 머뭅니다.


지켜왔던 시간은 말없이 나를 지켜준 시간이기도 했음을, 이제야 깨닫습니다. 그렇게, 아주 오래도록 머물렀던 자리를 향해 한 송이 꽃처럼 고개 숙여 인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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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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