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이 흐른다는 건,
어제 아빠와의 대화에서 깨달은 것이 몇 가지 있었다. 어제는 내가 집 근처 호수공원에서 산책하고 집에 오느라 밤 11시경에 집에 들어왔었다. 그쯤이면, 아빠가 식사를 다하시고, 거실에 있는 다홍색 빈백에 누워 엄마와 함께 티비를 보고 있는 시간이었다. (예상가는 일상적인 우리 집 풍경이다ㅎㅎ..)
나는 너무 더워서 찬물을 끼얹고 나와서, 최근에 엄마한테 받은 생일 선물인 ‘5만 원’으로 산 168장의 사진과 그 사진들로 이루어진 최근 10년간의 앨범을 보고 있었다. 이 앨범을 만들면서, 이런저런 소중했던 추억들과, 나의 인생이 이렇게 흘러갔구나를 살피며, 사진을 가족들과 함께 볼 생각에 들떠 있었다. 거실에 티브이를 보고 있는 아빠한테 다가가 “짜잔~! 내가 만든 앨범이지롱!!”라는 말과 함께 앨범을 건넸다.
아빠는 “뭐야? 이번에 만든 거야?”라는 특유의 호기심 많은 표정으로 앨범을 열었다. 앨범을 쓰륵쓰륵 과감히 펼치기도, 사진을 꾸기며 자세히 보기도 하면서, “이야~ 이게 언제였데?” “이걸 언제 찍었어? 아~거기였네~”라는 말들로 사진을 구경하는 시간이었다. 168장의 10년간 세월을 살펴보며, 아빠가 느낀 바는 이랬다.
“허허,, 아빠도 이제 늙어가는 게 보이네.. 야 그래도 아빠가 완전 아저씨는 아니지 아직? 그치?” 아빠는 아직 아저씨보다는 총각으로 불리고 싶나 보다. 나는 이런 아빠의 확인 차 질문이 점점 귀엽게 느껴진다. 예전에는 아빠가 건네는 농담스런 질문에 대답하는 게 괜히 귀찮고 그랬는데, 나이를 먹어가고 하나님을 만난 뒤로는 아빠에게 사랑을 주는 것을 즐기게 되었다.
그래서, 점점, 아빠에 대한 두려운 마음이 옅어지고, 주님 안에서 사랑할 수 있는 마음이 커지면서, 나의 집, 나의 가정에 대한 소망이 커지며, 가정 안에서의 화평이 나의 큰 행복 중 하나가 되어가는 중이다. 이 모든 걸 가능케 하신 하나님께 감사드린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대화를 살펴보면
나: “아빠, 이 앨범이 아직 자리가 많이 있는데, 이 끝에는 아빠가 완전 백발인 거 아니야~?”
아빠: “ 그럴지도 모르지.”.
나: “근데, 나는 점점, 아토피도 다 나아서 예전처럼, 똘망똘망한 쌍꺼풀도 있겠네~?”
아빠: “그래, 이제 아빠는 정점에서 내려오는 거고 너는 점점 꽃이 피는 거지, 허허..”
아빠와 나는 입에 미소를 지었다. 아빠는 내가 휴학하는 이번 연도까지 실컷 놀라고 하고, 2, 3학년 때에는 취업준비하고 자격증 준비해야 한다고 걱정 어린 마음에 말했지만, 나는 때 되면 하겠지~라는 말로 아빠의 걱정을 식히기에 애썼다.
그래도, 아빠는 내가 사랑하는 취미들을 존중하고 응원해 주고 같이 웃어주는 사람이다. 과거에 눈치 보고, 때로는 무섭기도 했던 존재였지만, 이제는 같은 동역자이자, 나의 친구이자, 사랑하는 나의 아빠이다.
그 시간이 오래 걸리긴 했지만, 결국, 사랑이 이유였기에, 나는 모든 과거의 것들을 벗어버리고, 현재의 나의 소중한 사람들과 취미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가능케 도와주시고 응원해 주시는 하나님 아버지를 믿으며 인생을 살아가고 있을 뿐.
감사하지 못할 것은 단 하나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