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T +2] Autumn 1 Week 8
이번 학기는 정말 길었다. 보통 6주, 길어야 7주 정도가 한 하프텀인데 가끔 이렇게 8주가 되는 텀이 있다. 이럴 때는 아이들도 6주 차 정도 되면 들썩 거리고 7주 차가 되면 싸우는 일도 많아진다. 그래서 8주 차 되면 아이들이 서로 으르렁거리는 일이 잦아져서 매일 kind words, kind hands, kind feet 같은 이야기를 하루에도 여러 번 해야 한다.
이번 학기는 특히 학년 부장인 리지가 입원하면서 더 힘들었는 데 있었을 때는 매일 회의하느라 힘들었고 없으니 리지 없이 수업 계획들 세우느라 힘들었다. 피비, 소피, 나 이렇게 셋이 거의 매일 이렇게 할까, 저렇게 할까 하면서 이야기하고 수업 짜고 하느라 어제 학교 마치고는 우리가 드디어 해냈다, 끝났다는 기쁨에 어쩔 줄 몰랐던 것 같다. 정말 힘들었지만 또 끈끈하게 맺어준 시간이었다.
무슨 말이 필요할까? 그냥 무사히 끝나서 감사할 뿐이다.
이번 주는 화요일에 외부 사람들 와서 수업 참관했고 나는 Canva 가지고 컴퓨팅 수업, 과학 수업 그리고 Thinglink와 Canva로 히스토리 수업을 했다. 레슨들 만드느라 정신없었지만 다들 보면서 2학년 아이들이 이렇게 잘하냐며 감탄을 하고 갔다. 이걸 위해 내가 지난주부터 우리 반 아이들 데리고 시간 날 때마다 Canva에서 이미지 찾고 줄이고 글씨 쓰고 색칠하고 하는 것들 연습한 건 다들 모르겠지만 여섯, 일곱 살 밖에 안 된 아이들이 이렇게 잘한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으니 괜히 뿌듯했다.
이번 주는 우리 반 아이 엄마 중 하나가 자기 딸이 친구들 사이에서 자꾸 따돌림을 당한다고 학교 가기 싫다고 운다고 아이들과 얘기를 해달라고 해서 아이랑도 얘기하고 그 아이랑 문제가 있다는 아이들도 불러서 따로 이야기를 했다. 결국 부모님은 아이들 이야기만 믿고 갈 수밖에 없지만 실은 서로 문제가 있었다. 다들 A가 원하는 대로만 놀아야 한다, B는 자기는 술레 하기 싫다고 한다, C는 자기한테만 애들이 mean 하게 이야기한다, D는 A랑 B만 서로 너무 친하다 등등 아이들끼리 불만이 너무 많았다. 서로 이렇게 불만이 많으면 다른 친구들과 놀면 어떻겠니 하고 물으니 그건 또 아니란다. 서로 싸우면서도 같이 놀아야 한다고 하니 그럼 로타를 정해서 하루는 A가 정한 게임하는 식으로 A-B-C-D 로타를 만들었다. 아이들은 이제 누구 한 사람이 원하는 대로만 안 해도 되기 때문에 만족한다고 하는데 이건 실은 미봉책일 뿐이다. 결국 아이들은 또 다른 문제들을 가지고 올 거라 참 갑갑하다.
어쨌든 내 PPA 시간에 수업 준비는 못하고 30분 정도 아이들 이야기 들었고 해결책도 만들고 해서 나쁘진 않았지만 이 대화 내용도 다 학교 시스템에 정리해 기록해 놓았다. 나중에 또 이 아이들 중 하나가 문제를 제기할 수 있기 때문에 기록을 남기는 게 낫기 때문이다. 왜 서로 상처 주는 말을 하는지 얘기하다 보니 자기 엄마가 누가 너한테 함부로 하면 너도 똑같이 해야 한다고 했다고 해서 그렇게 하는 거라고 해서 헉했다. 물론 부모님들이 아이들에게 맞고만 있지 말아라, 너도 똑같이 갚아줘야 한다라고 말하는 건 어느 정도 이해가 간다. 하지만 이게 과연 교육적인가는 잘 모르겠다. 우리 남편도 가끔 딸에게 비슷한 말을 해서 내가 그렇게 말하지 말라고 하지만 남편은 학교에서 애들 잘 안 돌봐주니 자기는 자기가 지켜야 한다고 말한다. 이 말도 일리는 있지만 딸에게 그래도 상대 아이에게 하지 말라고 말하고, 그래도 상황이 나아지지 않으면 주변에 있는 어른들에게 말하고 그래도 안 되면 선생님, 그래도 안 되면 엄마나 아빠에게 말하라고 말한다. 부모는 내 아이가 학교에서 힘들까 봐 노심초사하는 게 당연하지만 (또 이해도 십분 되지만) 그래도 아이에게 뭐가 옳고 그른지 가르쳐야 하는 것처럼 교사도 마찬가지다.
수업 후 다들 마지막이라고 신나서 일찍 퇴근했는데 나는 교실에 있는 인형들도 빨고 아이들 의자에 쓰는 베겟잇들 다 빨고 말리고 하느라 좀 늦게 퇴근했다. 그래도 나오는데 정말 말할 수 없는 해방감이 느껴졌다. 신난다! 한 주간 쉬면서 다음 텀 수업 슬라이드도 좀 보고 수정하고, 다음 텀에 있을 학부모 면담도 준비하고 하면 될 것 같다. 신난다!!
다음 텀은 7주 텀이고 첫날부터 아이들과 local walk을 할 예정이다. 지리 수업하는데 동네 지도 그릴 거라서 그전에 한 바퀴 돌면서 동네에 뭐가 있나 같이 보는 시간인데 아이들이 많이 좋아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