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T +2] Autumn 1 Week 7
월요일에 학교에 가니 교장 쌤이 2학년 교사들 모아서 리지가 아파서 병원에 입원했다고 당분간 학교에 나오지 못할 거라고 했다. 리지가 기관지가 약해서 이번에 염증 수치가 높아지며 입원했다며 우리에게 힘들겠지만 레슨 플랜들 다 해달라고 했다. 학교는 참 무서운 게 앞에서는 좋은 말들을 많이 하지만 뒤에서는 왜 아파서 우리 힘들게 하냐고 한다. 정말 이런 얘기들이 돌면 무서워서라도 아프면 안 될 것 같다는 무언의 압박감이 든다.
소피랑 피비가 레슨 슬라이드 만들면 나는 거기에 맞는 Seesaw 활동들을 만들었다. 씨소는 온라인 교육 플랫폼이라고 보면 되는데 널서리, 리셉션 같은 어린아이들이 있는 교육 기관에서 많이 사용한다. 우리는 2학년때부터 google classroom에서 다양한 활동들을 했는데 올해부터는 구글 클래스룸이 학부모 참여가 어렵다고 해서 Seesaw로 바꿨다. 난 컴퓨팅 리드라 (딱히 컴퓨터 잘한다는 느낌은 없지만 학교에서 하라고 해서 한다) 나에게 활동들 만들라고 해서 또 만들었다.
이번 주부터는 크리스마스 노래 연습도 시작했는데 쉬는 시간마다 크리스마스 공연에서 할 노래들 틀어주며 노래하고 있다. 우리 반 아이들은 다른 반에 비해 특별히 뛰어나게 잘하는 아이가 없고 전반적으로 학업 성취도도 높은 반이 아니다. 하지만 뭐 하자고 하면 내 말을 잘 따라주고 잘 참여해 준다. 아직 크리스마스 공연에 할 연극은 배역을 나누지 않았는데 하프텀 방학 지나고 나서 하면 될 거라고 한다.
하프텀 끝나고 지리 수업을 하는데 지도 보기, 지도 그리기 등의 활동이 있기 때문에 개학하면 바로 동네 local walk을 해야 하는데 원래 학년 리드가 다 계획하고 해야 하는데 리지가 아프니 내가 하게 됐다. 이렇게 외부 활동을 하려면 risk assessment라고 해서 아이들 데리고 나갔을 때 어떤 위험이 있을지, 어떻게 인솔하고 갈지, 도와줄 인원수는 몇 명이고 어떻게 자원받을지 등등 여러 가지 계획을 짜서 문서화해야 한다. risk assessment 문서는 몇 번 봤지만 내가 해 본 적은 없어서 담당하는 사람에게 계속 물어보면서 하고 오피스에 연락해서 학부모 자원 봉사자 모집해 달라고 부탁했다.
목요일 PPA는 루이즈가 커버해 줬는데 음악과 종교 시간이다. 이번 음악 시간에는 실로폰으로 연주하는 게 있어서 학교 악기 모아놓는 곳을 봤는데 실로폰이 없어서 옆 학교인 주니어 학교 선생님한테 연락해서 15개 빌려왔다. 루이스에게 어떻게 하라고 가르쳐줬는데 정말 단순한 악보 보면서 치는 거였는데 루이스는 악보를 못 본다고 나에게 음을 가르쳐 달라고 해서 종이에 써서 줬다. 루이스는 나이도 나보다 많고 보조교사니 그러려니 했는데 금요일에 옆 반 소피에게 실로폰 넘겨주면서 물어보니 소피가 어떻게 치는 거냐고 물어봐서 깜짝 놀랐다. 소피는 22살 밖에 안된 젊은 친구인데 악보를 못 보니 괜히 슬펐다. 우리나라는 어려서부터 피아노는 필수처럼 배우는데 이곳은 부모님이 안 가르쳐주면 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모르나 싶어 나라도 아이들에게 틈틈이 음 읽고 연주하는 법도 가르쳐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 주 화요일에 외부에서 사람들이 와서 또 우리들 크롬북 어떻게 쓰고 공부하는지, 다른 기계들은 어떻게 수업에 활용하는지 보러 온다고 해서 과학으로 Thinglink 만들었고, 이번 달이 블랙 히스토리 먼스라 버락 오바마를 가지고 리서치하는 Thinglink도 만들었다. Canva로 생애주기 life cycle 만들고 이미지 찾아 넣기도 만들었다. 우리가 한 학년에 네 반이라 네 가지 활동을 해야 해서 내가 세 개 만들고 피비가 수학 담당이라 수학 Nearpod 활동 만들었다. 소피는 아직 ECT 첫해라 잘 모르기 때문에 그냥 내가 다 만들게 됐다. 그래도 리지가 입원하느라 회의가 없으니 이번 주는 거의 6시에 퇴근할 수 있었다. 나도 그렇고 다들 감기 기운들이 있어 목도 아프고 콧물도 나고 난리도 아니다. 그래도 일주일만 버티면 하프텀이니 조금만 더 하자 다독이고 있다. 리지는 다음 주도 안 나올 것 같다고 해서 아무래도 우리끼리 계속 맨땅에 헤딩하며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