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tricky boy
Dec 02. 2024
아르바이트를 시작하기 전날, 긴장감에 밤새 마음이 편치 않았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의 나는 자신감도 자존감도 부족했던 것 같다. 늘 남들과 비교하는 성격이 원인이었으리라.)
그렇지만 다음 날, 용기를 내어 카페로 향했다.
처음 가본 카페는 예상보다 바빴고, 사람도 많았다. 그래서 첫날은 제대로 배우지 못한 채, 그저 옆에서 눈치를 보며 서성거릴 뿐이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다행이었던 점은, 내가 품었던 '카페 알바에는 외모가 출중한 사람들이 있어, 내가 과연 잘 그 무리에 적응할 수 있을까?, 눈치 보이지 않을까?라는 걱정이 잘못됐음을 깨달은 것이었다. 이 사실만으로도 조금은 안심이 됐다.
마감 시간이 되자, 드디어 업무 관련 내용을 배우기 시작했다. 형, 누나 아르바이트생들은 생각보다 훨씬 친절했고, 하나하나 차근차근 가르쳐줬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지나친 걱정으로 스스로를 옥죄었던 하루를 떠올리며 '그래도 잘 해냈다'는 뿌듯함을 느꼈다.
다음 날 출근에서는 전날 배운 내용을 활용해 직접 음료를 만들고, 결제를 도왔다. 그러나 이때 또다시 불안감이 고개를 들었다. "제대로 만든 게 맞을까? 손님들이 이상하다고 하지 않을까?" 같은 생각들이 꼬리를 물었다. 일을 하면서도 이런 걱정을 멈출 수 없는 나 자신에게 화가 났지만, 한편으론 이렇게 마음을 다잡았다.
"만약 문제가 생기면 다시 하면 되지."
이런 태도를 받아들이고 나니, 점차 불필요한 걱정들이 줄어들었다.
나는 아르바이트를 4월에 시작했지만, 자취는 그보다 한 달 앞선 3월에 시작했었다. 자취 초반엔 드라이기 코드를 뺐는지, 가스불이 꺼졌는지 확인하며 쓸데없는 걱정을 반복했다. 오죽했으면 가스밸브나 드라이기 코드 선 사진을 찍어뒀을 정도였다. 이런 강박적인 습관은 나를 점점 더 지치게 했고, 스트레스는 걷잡을 수 없이 쌓여갔다.
그러다 어느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다.
"집에 문제가 생기면 어떻게 해서라든 돈을 모아서 책임지지 뭐. "
이 태도는 아르바이트 때와도 일맥상통했다. '내가 한 일에 책임만 지면 된다.' 이런 마음가짐을 유지하니, 사소한 걱정들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물론, 과거 학창 시절이나 재수 시절에도 비슷한 태도를 가져보려 했던 적이 있었다. 그러나 그 당시에는 "그냥 대충 넘기지, 뭐"라고 생각해도 얼마 지나지 않아 걱정이 다시 찾아오곤 했다. 그럴 때마다 그 문제를 반복적으로 점검하거나 불안 속에서 하루를 보냈다.
하지만 자취 생활을 시작하면서부터는 걱정이 밀려올 때 헬스장으로 가거나 사람들 속으로 들어가 운동하며 마음을 정리했다. 이런 과정을 반복하다 보니, 점차 내 성격이 변화하는 것이 느껴졌다.
지금 내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가 있다면, 그것은 바로 *'책임'*이다. 자신이 한 일에 대해 책임을 지는 자세. 이 자세가 나를 불안에서 벗어나게 해 줬다.
그리고 학창 시절에는 항상 걱정이 들면 혼자 꼬리에 꼬리를 물고, 너무 불안하면 집에 갔다. 그냥 회피를 한 것이다. 그리고 휴대폰을 보았다.
하지만 이런 행동은 불안을 해결하지 못하고 더욱 키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