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미 암환우 수기
나는 너무 열심히 살았다.
오래 다니던 직장을 이직하고 조그만한 카페를 운영하며
그 어렵다는 코로나도 견뎌내고 더 어려운 경제 상황도 이겨내려 노력하며 하루하루를 버텨내고 있는 실정이었다.
이제 좀... 자리를 잡았을까? 한숨 돌리려는 그때였다.
추석이 끝난 후, 몸의 컨디션은 최악으로 떨어졌고,
몸에서는 제발 쉬라는 듯 알레르기와 한포진으로 경고를 보내고 있었다.
그러나 나는 '사람들 다 힘들게 살아. 유난 떨지 마...'라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약해진 것 같은 나를 더 채찍질하고 없는 시간을 쪼개 운동하고 다이어트하며 바쁘게 살아가려 했다.
그때 무시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엎드려 핸드폰을 하다가 가슴이 갑자기 아프다는 느낌이 들었다.
응?? 왜 아프지? 만져봤을 때 가슴에 무언가 동글동글 뭉쳐있는 느낌이 들었다.
별거 아니라고 생각한 나는 마사지를 하고 대수롭지 않게 지나갔다.
다음날 청소를 하며 하루를 바쁘게 시작하려 했다.
청소한 다음, 샤워를 하려고 옷을 벗는데... 응?
왜 피가 묻어있지?? 유두에 핏방울이 맺혀 흰 티에 묻어 있는 것이었다.
깜짝 놀라, 바로 쪼르르 네이버에 검색해 보니 병원을 가라네?!
별일 아닐 거야, 생각하며 고민에 빠졌다.
평소 J라 어느 정도의 계획과 하루 스케줄을 잡아 살아가는 나에게는
갑자기 병원에 가야 하는 것은 귀찮고 신경 쓰이는 일이었다.
'병원을... 알아봐야 하나?'
'남들도 다 하나쯤 갖고 있는 혹이겠지.'
'바쁜데 몸까지 날 힘들게 만드나... 나이 들었네 나..'
이런저런 생각을 가진 채 유방 검사를 할 수 있는 부천 인근 병원에 전화를 돌렸다. 돌아온 말은,
"저희 병원은 다음 달 정도 예약 가능하세요."
"스케줄 빈 곳이 2주 후인데 예약 잡아 드릴까요?"
잉??? 나... 아픈데? 피 나서 가는 건데도 검사받는 것조차 시간이 걸린다고?
로컬 병원도 바로가기 힘든 걸까?... 라고 생각하다가 마지막 희망을 품고 전화를 걸었다.
친절한 간호사 선생님이 전화를 받으셨다.
나의 상태를 이야기하니 급하게 의사 선생님과 대화를 나누셨다.
"오늘 바로 오세요!! 언제 들어가실 수 있을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시간이 날 때 바로 들어갈 수 있게 대기하고 계시면 불러 드릴게요."
마음이 따뜻해졌다. 진심으로 감사했다... 후다닥 마감을 마치고는 병원으로 갔다.
그... 찌부시켜 아프다던 사진 찍기, 초음파, 조직 검사까지 한 번에 이루어졌다.
그때까지도 나는... 내가 암인 줄 몰랐지. 시술할 생각에 며칠 귀찮아지겠다. 라는 생각만 했다.
운동은 언제 가능하지?
돌이켜 보면 이런 얼빠진 생각들만 한 것 같다.
어떤 상황에서는 긍정적인 생각도, 행동도 바보 같아질 때가 있다.
내가 암일 거라는 생각을 전혀 하지 못했으니...
바다 위, 나는 작은 배를 타고 있다. 큰 파도들이 넘실거리며 내 배를 덮친다.
그 파도로 인해 배 안에 물을 밀려 들어오고... 작은 배의 이곳저곳에는 물이 차오르기 시작한다.
나는 그 와중에 살겠다고 발버둥을 친다.
물을 퍼내도 보고, 막아도 보고... 혼자서 애를 써본다.
다른 누군가에게 "도와주세요."라는 소리가 입 밖으로 나오지 않는다.
정신도 없고 기운도 빠진다.
혼자서는 할 수 없겠다... 앞이 막막해질 때 즈음,
도와주겠다는 손길들이 나타나 날 일으킨다. 작은 배에서 함께 바닷물을 퍼주고 배를 고쳐준다.
절대 나 혼자서는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진작에 함께 했다면 조금 더 쉬웠을 일을...
혼자 끙끙 앓아가며 채찍질하고 있는 나를 봤다.
항상 모든 고민들은 혼자서 짊어지는 것에 익숙했다.
날 보는 다른 사람들은 내가 긍정적이고, 해맑고 걱정 없어 보인다고 말하지만,
그렇게 보이고 싶어 하는 나와, 내면 속 힘듦을 혼자 견디는 내가 공존하고 있었던 거다.
이제 내려놓자... 그래야 내가 살 수 있다.
아프면 아프다고... 힘들면 힘들다고 표현하자.
울고 싶으면 울고... 어디든 떠나고 싶을 때는 떠나자.
#암밍아웃 ... 네... 저 유방암입니다.
*'율'님의 힐링미 암 환우 수기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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