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지속적으로 자기 계발에 힘쓰는 것과 마찬가지로,꾸준하게 자신의 행복을 계발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행복이 무엇을 뜻하는지 정도는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그래서 우선은 언제 이 '행복'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게 되는지부터 떠올려 보았다.
"오늘도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즐겁고 행복한 명절 보내시길 바랍니다." "결혼 생활에 행복이 가득하시길 기원합니다."
생각나는 대로 나열해 봤더니 죄다 인사말이다. 이렇게 행복이라는 단어는 특히나 남의 행복을 빌 때 자주 사용되는데, 행복의 정확한 의미는 무엇이며또얼마나 좋은 뜻이길래이렇게나 열심히 빌어 주는 걸까?
그러고 보니 여태 행복의 개념을 알기 위해 사전을 찾아본 일이 없었다는 사실에 흠칫 놀라게 된다. 일상에서 사용하는 대부분의 단어가 그러하듯 무슨 뜻인지도 정확히 모르고 그냥저냥사용해 온 것이다.
네이버 국어사전에 행복이라는 단어를 입력하면 '생활에서 기쁨과 만족감을 느껴 흐뭇한 상태', '복된 좋은 운수'라는 결과가 나타나고, 행복(幸福)의 한자를 해석하면 '다행(幸)으로 복(福)되다'라는 뜻이라고 한다.
대충 복되고 좋은 말인 것 같다. 행복과 결이 비슷한 말, 행복을 묘사할 때 자주 언급되는 말들을 나열해 보면 기쁨, 만족, 쾌락, 웰빙, 편안, 안녕, 즐거움, 좋음 등이 있다.
행복의 순우리말이 있나 해서 찾아봤더니 없다. 그나마 즐겁다는 의미의 '라온' 정도만이 포착될 뿐이다.
관심을 가지고 자세히 들여다보니 새삼 추상적이고도 복합적이며, 포괄적인 데다 두리뭉실한 단어가 바로 행복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행복학'이라는 분야가 있을 정도라니, 사람들이 행복이라는 이 모호한 개념을 이해하는 것에 생각보다 관심을 많이 갖는 모양이다.
학문적으로 행복에 접근해보려고 해도 심리학, 철학, 과학, 인류학 등 분야별로 행복을 바라보는시각과 관심 분야,측정법이판이하다.
'인간은 생존 및 번식을 위해서 행복을 추구한다'는 심리학의 한 관점을 예로 들어 보자. <행복의 기원>이라는 책은 행복 심리학의 권위자로 알려져 있는 서은국 교수가 평생의 연구를 바탕으로 행복이라는 감정을 진화심리학의 관점에서 풀어쓴 책이다.
진화심리학의 시각으로 보면 인간은 현대에 살고 있지만 여전히 무리 지어 수렵채집 생활을 했던 원시인의 마음과 본성을갖고 있다. 기술 및 환경의 변화 속도가 진화의 속도를 한참 앞지른 것이다.
찰스 다윈의 <종의 기원>이 떠오르는 제목을 가진 이 책은 이유를 알 수 없는, 때로는 선뜻 이해가 되지 않는 인간의 행동을 진화론적 관점에서 연구한 내용을 담고 있다.
핵심을 나름대로 요약하자면 인간의 본성이 행복(쾌감)을 추구하게끔 '설계'되어 있다는 것인데, 저자의 말을 빌리자면 행복은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다. 행복하기 위해 사는 것이 아니라 살기 위해 행복한 것이라니, 처음엔 그 의미가선뜻 이해되지 않았다.
그러나 인간이 생존에 꼭 필요한, 혹은 재생산에 도움이 되는 행동을 할 때 쾌감을 느끼게끔 진화했다고 생각하면 저자의 견해에 납득이 간다.
예를 들어 우리는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나 따뜻하게 포옹을 할 때 행복감을 느낀다.
현대인은며칠 굶거나 굳이 포옹하지 않아도 안 죽는다는 것을 알지만,원시인에게 있어서 음식을 먹지 않는 것과 무리로부터의 소외는 곧 죽음을 의미했다.
수렵채집 사회에서 죽지 않고 생존하기 위해서는 먹는 행위와 유대관계를 긴밀히 하는 행동 등을 지속적으로 추구하게끔 유발하는 장치가 필요했는데 그것이 바로 행복(쾌감)이라는 것이다.
저자가 행복에 대해 연구하면서 초점을 맞추는 감정은'쾌감'인 것처럼 보이는데, 보통의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떠올리는 행복은 물론 단순한 쾌감 그 이상의 복잡 미묘한 감정일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하면서 행복감을 느끼는 행동들이 사실은 생존을 위해서 교묘하게 유도된 것일 수도 있다니, 인간은 결국 본능의 지배를 받는 생존 기계일 뿐인지도 모르겠다는생각이 들면서도 이러한 견해가 행복감의 기원에 대해 이해하는데 쏠쏠한 도움이 되기도 한다.
이렇듯 어떤 대상과 관련된 다양한 시각을 접하면 그 대상에 대한 인식의 틀을 다시 마련할 수 있게 된다.
여태내가 가진 행복에 대한 막연한 관점은 '행복을 추구해서 나쁠 것은 없다. 행복감을 더 느끼면 어쨌거나 좋은 것 아닌가' 정도였다.
그러나,우리가 그저 살기 위한 수단으로써 행복을 추구하는 것이라할지라도 행복을 좇는 것은생존, 즉 '살아가는 것'에 도움이 되는 것만은 확실하다는 관점이 추가되었다. 이런 방식으로 역시나 행복은 추구할 가치가 충분하다는 것을 확신하면서 행복의 의미를 새로이 빚는과정을 거치는 것이다.
'행복이란 ㅇㅇ이다.'라는 다양한 의견과 '행복의 ㅇㅇ'으로 이름 지어진 텍스트는 차고 넘친다.
행복의 개념은 그만큼 상대적이며 따라서 남과의 비교 또한 무의미하다.
따라서 행복계발은 주관적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는 영역이며, 결국엔 삶의 현장마다 행복의 재정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즉, 내가 처한 상황에 부합하고 내가 납득할 수 있는 것들로 행복의 의미를 보완해 나가야 하는 것이다.
요컨대 한마디로 행복을 일반화할 수는 없지만나만의 방식으로 행복을 재정의하고, 나만의 행복을 추구하는 것 그 자체를 강조하고 싶다.
행복을 한마디로 정의하는 것은 기대와는 달리 달성요원한 과제가 되었지만 어쨌든 '더 나은 상태, 긍정적인 감정들의 총체' 정도를 행복이라 칭 한다면 행복을 추구하는 것은 어쩌면 통장잔고를 관리하는 것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행복을 무력화하는 부정적 요소들, 예컨대 신체적 고통이나 스트레스 등이 마이너스 요소라면플러스 요소는 반대로 행복감을 채워주는 모든 것들이다.
최초의 잔고 상태가 마이너스인지 플러스인지는 사람마다 다르게타고나는 영역이며, 누군가는 잔고를 쉽게 채우겠지만 또누군가는 어렵고 힘들게채울것이다.
그러나 대체적으로 행복하기 위해서는 각자의 고유한 기준에서 마이너스를 유발하는 요소만큼은 적극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의지와 노력으로 도저히 바꿀 수 없는 부분도 물론있을 테지만,충분히 개선이 가능한 마이너스 상태를 방치하는 것은 행복 추구에 있어서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마치 최소한의 신체 컨디션을 유지해야 가까운 곳에 나들이라도 가고, 어느 정도의 벌이가 있어야 당장 납부해야 할 공과금 걱정 없이 친구와 밥 한 끼 편하게 할 수 있는것처럼.
플러스의영역에는 종잣돈 마련하듯이 의식적으로 행복을 쌓아야 하는데,
잔고를 채우기 위해서라도 행복이 어쨌든 발굴의 대상인 것은 확실하다.
자세히 보지 않으면 그냥 지나쳐버릴 수도 있는 크고 작은 행복을 감지하고, 오감을 동원해서 느껴야 행복의 수준을 올릴 수 있는 것이다. 내가 구체적으로 무엇을 할 때, 어떤 상태일 때 특히 행복한지를 알아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그렇다면 이 모든 수고를 통해서 얻는 행복은 모종의 쟁취대상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지극히 개인적으로 행복을 재정의하자면 더 나은 삶을 위해긍정적인감정의총체를쟁취하는 것 정도가 될 것 같다.
관점이야 또 언제든 바뀔 수 있겠지만 오늘은 우선 레이더를 켜서 숨어 있는 행복을 발굴하고, 발굴한 행복을 온전히 느끼기 위해서한 번쯤 부지런히 움직여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