その夏、私たちが残したもの
영감을 준 나츠노하나와 나츠노하나를 완성하는 데에 기여한 모든 분들, 나츠노하나의 주인 샤로캣님에게 정말 감사드립니다!
뜨거운 여름날, 히노테와 그들은 같은 태양 아래서도 서로 다른 그림자를 만들었다.
우리는 평등하게 태어나지 않는다.
법이 아무리 평등을 추구하려 애써도, 세상은 언제나 차별을 만들어낸다. 누구는 태어나면서부터 유리한 위치에 있고, 누구는 아무리 노력해도 그 벽을 넘을 수 없다. 차별은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존재한다. 이가 자신의 삶을 어떻게,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 사람들이 알게 되는 순간, 그 존재를 피할 수 없음을 깨닫게 된다.
대체 무엇이 이의 원인일까- 아마 히노테는 그의 인생 전부를 이에 답하는 데에 사용했을 것이다.
종교인들에게 물어보니, 신은 우리를 모두 사랑하신다고 답했다. 그만큼 태어난 지위가 평등하지 않더라도, 충분히 극복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신다고.
하지만 히노테는 예외였고, 그의 하얀 피부와 하얀 머리, 붉은 눈동자는 아무리 노력해도 사라지지 않았다. 사라질 수 없었다. 아마도 신은 히노테를 끔찍하게 싫어했나 보다. 신에게서도 사랑받지 못하는 아이가 누구의 사랑을 받을 수 있을까.
그리고 이 생각은 히노테를 바꾸는 마지막 좌절이 되었다.
히노테는 미국 뉴욕 출생으로, 충분히 모든 사람의 사랑을 받았다. 이 사실은 틀림없었다. 그의 부모님은 그의 피부를 사랑했고, 그의 친구들은 그의 피부를 자랑스럽게 여겼다. 그래서 히노테는 항상 웃으며, 자기도 자신의 피부를 사랑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히노테는 그들과 달랐다.
히노테는 다르고, 그들에 비해 많은 곳들이 틀렸다. 그저 틀렸다.
일단 그의 아버지는 히노테와 같은 피부를 갖고 계셨다. 그렇다, 알비노셨다. 덕분에 히노테도 유전적으로 알비노를 갖고 태어났지만.
안타깝게도 그가 2살 때 아버지는 헤르만스키 - 푸들리크 증후군에 의해 돌아가셨다. 그리고 히노테가 15살이 되는 날, 그 역시 증후군을 진단받았다. 1년 동안 병원들을 돌아다닌 결과였다. 그의 60년의 수명은, 의사의 한 문장의 말로 의해 사라졌다.
히노테의 어머니는 사실 그를 훨씬 더 일찍 병원에 데려갔어야 했다. 그의 아버지가 헤르만스키-푸들리크 증후군을 앓고 있었기 때문에, 히노테 역시 같은 증후군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뒤, 어머니는 큰 충격을 받아 오랜 시간 동안 히노테를 병원에 데려가지 못했다.
‘ 아버지 ‘ 라는 존재는 히노테에게는 멀게만 느껴졌다. 유치원에서 체육회를 하면, 다른 아이들은 모두 아버지와 어머니를 데리고 왔다. 하지만 히노테는 어머니밖에 없었고, 어머니 역시 바쁜 일에 의해 거의 함께 있지 못했다. 히노테는 이에 대한 의문이 끊임없이 생겼고, 어머니에게 종종 물어보곤 했다. 왜 나의 아버지는 없는 거냐고.
그래서 그런지 어머니 역시 아버지의 죽음을 숨기려고 했다. 아버지는 세계를 여행하고 계신다고. 언젠가는 다시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그의 아버지는 일본인이었고, 그래서 어머니는 일부로 히노테에게 일본어를 가르치지 않았다. 이 역시 아버지의 존재를 숨기려는 노력 중 하나였다. 그렇게 히노테는 평생을 미국에서 자랐고, 그에게 아버지는 ‘ 세계를 여행하시는 분 ’ 이었다. 아버지라는 존재는 히노테와 연관이 없어 보였고, 곧 히노테는 아버지가 돌아가셨음을 짐작했다.
그래도 히노테는 여전히 항상 밝았다. 남의 얼굴에 미소를 그려주는, 긍정적인 존재. 모두의 존경을 받는, 순수하고 마음이 하얀 존재. 사람들은 그의 곁에만 있으면 항상 웃게 되었다. 사람들은 그의 곁에만 있으면 항상 순수해지고 긍정적이게 변했다. 히노테는 그런 사람이었고, 히노테는 그런 자신을 좋아했다. 다른 사람의 하루를 더욱 긍정적이게 만들 수 있는 능력을 갖는 자신이 좋았다.
하지만 그의 삶은, 그의 존재는, 사회의 부정에 의해 숨겨져 버렸다.
그는 증후군을 진단받은 이후로 그 자신을 숨기며 살았다. 이유는 딱히 없다. 그는 그저 증후군을 부정하고 싶을 뿐이었다. 게다가 그가 자신을 숨기지 않으면, 그는 버려질 것이 뻔했다. 그렇게 날들이 지나갔고, 친구들은 가끔씩 히노테의 체력을 보고 의심을 품었다. ‘ 야, 너 왜 이렇게 약하냐? ㅋㅋ, 운동 부족인가. ’ 라고 말이다.
히노테는 항상 웃어넘겼다. 항상 넘겼다. 결국 몇 달 못 가서 히노테는 걸려버렸다. 그것도 그의 반 모두에게.
어느 날 반 학생들이 히노테 자리 근처에서 모여 있는 것을 보고, 히노테는 의문에 차서 그들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학생들 가운데로는 그의 친구, 헬런이 울고 있었다. 상황 파악이 안 된 히노테는 괜찮냐고 물어봐주며 헬런을 두 팔로 감싸주었지만… 어딘가 분위기가 차가워지는 것이 느껴졌다.
“ 왜 얘기를 안 한 거야? ”
헬런이 힘 빠지는 목소리로 불렀고, 히노테는 마음이 가라앉는 듯했다. 얘기를 안 하다니? 그의 증후군이 들킨 건가? 수많은 생각들이 그의 머리에 채워졌고, 그의 머리가 하얘지는 것 같았다.
“ 헤르만스키-푸들리크 증후군…? 우리 친구 아니었어? 친구가 맞으면 나를 믿기라도 해야지! 나는 네가 병이 있는 줄도 모르고… 너무하다, 히노테. 나를 신뢰하기는 해? 얼마나 못 믿겠으면 나한테 증후군에 대한 말을 찍소리도 안 해? 나는 너를 믿었단 말이야… ”
헬런의 말들은, 문장들은, 그리고 단어들은, 히노테의 가슴을 갈기갈기 찢어놓았다.
히노테는 억울했다. 그는 그의 평생을 남에게 헌신하며 살았다. 남의 얼굴에 미소 하나를 그릴 수 있다면, 히노테는 자기 자신도 희생할 수 있었다. 그는 더러운 사회에 유일한 빛이었고, 그런 이유로 그의 피부에 불구하고 친구가 많았다. 그에게 친구의 수는 상관없었다. 그에게 피부와 머리카락의 색은 상관없었다, 그에게 중요한 것은 오직 남의 감정들이었다.
… 하지만, 그때만큼은, 반항하고 싶었다.
그가 증후군을 밝히지 않는 이유는 신뢰의 문제가 아니었다. 그는 그의 친구들을 목숨 걸고 믿을 수 있었다. 아니, 다른 학생들이 히노테의 증후군을 이상하게 쳐다보던 손가락질하던 히노테는 괜찮았다. 단지 남의 시선의 문제도 아니었다. 그 이상의 무언가가 히노테의 발목을 붙잡았었다. 히노테는 그 무언가에 의문을 품었다.
말로는 설명하기 힘들었다. 애초에 그는 그의 증후군이 굉장히 싫었다. 죽음이 예정되어 있다는 기분은 정말 불쾌했다. 그의 친구들과 가족들을 모두 잃을 것이라는 사실이 확정되어 있다는 것 역시. 그저 히노테는 그의 증후군을 없는 것처럼 여기고 싶었다. 그의 증후군을 무시하고 싶었다. 그리고 그의 친구들이 이를 눈치 채주고, 증후군에 대한 별 걱정이나 격려를 안 해주기를 바랐다. 하지만 알비노, 희귀병 환자의 이러한 소원은 이루기엔 너무나도 컸나 보다.
그는 울컥했다. 그는 그의 평생을 친구들의 행복을 위해 바쳤다. 하지만 히노테는 작은 존중도 받지 못했다. 헬런이 히노테의 증후군에 대해 알게 된 순간 가장 먼저 생각한 것은 히노테의 신뢰일 뿐이었다. 히노테는 그저 조금의 양보와 조금의 존중을 바랐을 뿐이다. 적어도 헬런이 그를 들어주기를. 하지만 정신을 차려보니 그는 가해자로 몰리고 있었다.
“ 이건 히노테가 사과해야지, 증후군은 그렇다 쳐도 친구에게 증후군에 대해 말을 안 했다는 건 친구를 신뢰하지 않았다는 거잖아? ”
“ 히노테, 너는 당연히 친구들을 모두 믿는 줄 알았는데… 실망이다. ”
“ 우리가 증후군 때문에 너를 원망하는 줄 알아? ”
… 뻔했다. 증후군이 징그럽고 무서워서, 헬런을 핑계로 뒷담을 한 것이라는 사실이.
“ 내가 네 증후군 때문에 화난 것처럼 보여? 너는 내 신뢰를 잃었어, 히노테. 내 신뢰를! 나는 널 믿었다고 생각했다고. 그런데 이제 보니 너는 날 그저 중요하지 않은, 수많은 친구 중 한 명뿐으로만 생각하는 것 같아. 힘든 일이 있으면 반드시 서로에게 말하자고 했잖아! ”
헬런이 울먹거렸고, 히노테는 머리가 새하얘졌다.
“ 아니, 헬런…! 나는 그냥… 내 증후군을… 너희들이 모르길 바랐어! 너희에게 짐이 되기 싫었다고! 적어도 내가 왜 말을 안 한 지 정도는 들어줄 수 있잖아! ”
“ … 됐어. 어차피 너를 못 믿겠는데, 뭔 소용이야. 너도 이제 거짓말 좀 그만 쳐, 너 자신을 당당하게 바라보라고, 히노테. 처음엔 네가 정말 네 피부를 좋아하는 줄 알았는데, 그냥 우리의 시선 때문에 연기하는 거잖아? 우리는 네가 네 피부를 싫어해도 절대 욕 안 해! 우리를 뭘로 생각하면 너 자신까지 숨기려는 거야? ”
헬런이 계속해서 히노테를 쏘아붙이고, 히노테 주위로 학생들이 계속 수군거리자, 히노테는 질릴 대로 질려버렸다. 그는 헬런에게서 떨어져, 차가운 눈빛으로 학생들을 쳐다보았다.
“ 지금까지 알비노랑 어울려 줘서 고맙다고나 해야 할까… 너희도 스스로 잘 알잖아, 내 피부는 징그럽고 내 증후군은 더욱더 징그럽다는 거. 내가 모를 줄 알아? 내 자신을 숨기는 건 최소한의 방어였다고. 그러니 앞으로는 말 섞지 말아 줘. 나도 이딴 대우받고 착하게 구는 건 질릴 대로 질려버렸어. ”
아마도 그 여섯 문장은 히노테가 미국 학교에서 한 마지막 말이었을 것이다. 잃고 나서야 사랑의 크기를 깨닫는 것이 인간의 어리석음이다.
소문에 의하면 몇몇 학생들이 히노테를 방어해 주었다고 한다. 그 학생들이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별로 고맙지도 않았다. 히노테는 그저 그 학교에서 사라지고 싶었다. 누군가의 행복을 위해 자신을 항상 희생한 결과,... 히노테는 조금의 존중을 바라다가 ‘ 가해자 ’ 가 되어버렸다. 그리고 더 이상 남이 자신을 뒷담 까던, 신경 쓰기 싫었다. 더 이상 남의 시선을 위해 희생하기 싫었다.
그리고 몇 달 전, 어머니가 히노테를 불렀다. 일본으로 가자는 전언은, 히노테에게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 히노테, 최근에 많이 무기력해 보이더라… 그래 한 번 고민해 봤는데, 네 아버지의 출생지에서 몇 달간 살아보는 건 어떨까? 아무리 봐도… 미국은 썩 좋은 나라만은 아니야. 적어도 너에게는, 히노테. ”
아버지의 출생지라… 일본이라는 사실은 알았다. 하지만 일본은 개뿔 아시아는 히노테에게 먼 나라일 뿐이었다. 물론 그는 어머니가 미국인, 아버지가 일본인인 미국인-일본인이었다. 하지만 그는 미국에서 태어나서 항상 영어를 사용하고, 미국인과 친교를 하고, 미국을 자랑스럽게 여기었다. 물론,... 예전까지만 해도.
히노테는 헬런 사건 이후로 사회가 밉기만 했다. 아무리 선행을 하고 웃어도, 그의 피부는 사라지지 않았다. 그의 피부는 그렇다고 쳐도, 타인은 그의 선행에 불구하고 항상 선입견을 먼저 가졌다. 히노테는 최근에 이 사실을 깨달았고, 그 이후로 무기력하기만 했다.
더 이상 미국이라는 나라가, 뉴욕이라는 도시가, 그의 집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하지만 일본에 가자니, 그것도 썩 만족스럽지 않았다. 히노테는 일본에 대해 아는 것이 없었다. 일본은 그에게 ‘ 아버지의 출생지 ’ 였을 뿐, 그 이상 이하도 아니었다. 일본어도 못하고, 일본의 문화도 모르고, 일식을 먹어 본 적도 없었다.
그런데 이렇게나 갑작스럽게 이사를 하자고? 그것도 세상의 반대편으로?
“ … 장난치는 거지? ”
히노테는 차분히 물었고, 그의 어머니는 짧게 한숨을 쉬며 말을 뱉으셨다.
“ 아니, 히노테. 전혀. 나도 네 아버지의 고향에서 몇 년 동안 살아본 적이 있어. 동네 이름은 하나미즈라야. 그곳은 모두가 평등하고 행복해. 히노테, 너도 말이야. 작은 동네이지만 그만큼 모두가 서로를 알고, 서로를 신경 써주지. 히노테, 그곳은,... 너만큼 착한 천사들로 가득 찬 곳이야. ”
어머니의 묘사에 히노테는 숨이 멈추는 듯했다. 이 세상에 그런 곳은 있을 리… 없다. 히노테는 이 사실을 충분히 알았다. 인간들은 자신의 이익과 자신의 기분만을 챙기는 불공평한 존재들일뿐이다. 그의 어머니 역시, 그 하나미즈라인지 뭔지, 그 동네에 대해 과장하고 있는 것이 뻔했다.
히노테만큼 착한 천사들? 히노테는 천사가 아니다. 그저 천사인 척할 뿐이었고, 이것 역시 차별을 받지 않기 위해서 한 짓이다. 처음에는 남을 도와주고, 남의 얼굴에 미소를 그리는 것이 너무나도 재밌고 행복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히노테는 그만큼 좋은 대우를 받지 못했다. ‘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 ’ 라니, 개뿔. ‘ 가는 말이 너무나도 고우면 오는 말은 악용이다. ’가 더 맞게 들렸다.
인간들은 누군가를 잃을 때까지 그들의 중요함을 깨닫지 못하기 마련이다.
“ 엄마, 이건 아니야. 엄마는 나한테 일본어 가르쳐 준 적도 없잖아. 갑자기 일본에 가자니, 내 기분은 고려 안 해줄 거야? 당황스럽다고. “
“ 히노테, 장기적인 면에서 보면 너는 틀림없이 하나미즈라에서 훨씬 행복할 거야. 엄마 말이 틀린 적 있니? 뉴욕에서 살자고 한 것도 네 아빠 생각이야. 그러니까 힘들어하는 거잖아. 엄마 믿어봐, 한 번만. ”
“ 못 믿겠으니까-... 아니다. 어쨌든 싫어. 안 돼. 일본에 간다고 뭐가 달라질 것 같아? 어차피 거기도 여기랑 별 다름없을 거라고. ”
“ 히노테, 하나미즈라는 네 아버지가 묻힌 곳이야. 그리고 솔직히 말해서 너에게도 시간이 많이 남지는 않았잖니. 거기에서 네가 남은 시간 동안 그나마 편하게 살았으면 좋겠어. 네 아버지도 그곳을 훨씬 편안해했으니까. 게다가 요즘 숨도 잘 못 쉬잖아. “
더 이상 어머니를 설득하는 것은 불가능해 보였다. 히노테는 한숨을 쉬며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그래, 뭐, 일본어는 둘째 치고, 히노테는 미국으로부터 도망치고 싶었다. 그 하나미즈라인가 뭐인가 하는 동네도 미국과 다름없을 것이 뻔했지만, 그래도 아직은 판단하기 일렀다.
아니, 오히려 그 동네가 이곳보다 끔찍해도 괜찮았다. 미국으로부터, 그의 학교로부터, 헬런으로부터… 모두로부터 도망칠 수 있다면 어디든 상관없었다.
그리고 애초에 거절할 수 있는 상황처럼 보이지 않았다.
“ … 일본어는? ”
“ 가서 배우면 되지. 일본인들이 영어를 못하긴 하지만… 다들 기본은 할 거야. 히노테, 한 번만 믿어줘. 너는 거기에서 더 어울릴 거야. 더 이상 너 자신을 숨기지 않아도 돼. 이제는... 네가 진짜 누구인지 세상에 보여줄 때야. 사람들이 널 있는 그대로 사랑해 줄 수 있는 곳이 있어. 하나미즈라가 바로 그런 곳이야. ”
어머니의 마지막 말에 히노테는 숨을 멈췄다. “ 진짜 나? ” 그 말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자신이 진짜 어떤 사람인지, 히노테조차도 확신하지 못하고 있었다. 언제나 남들이 원하는 대로 행동하며 살아왔고, 자신의 본모습은 어느새 희미해졌다. 사람들은 그를 “ 완벽한 사람 ”으로 보며, 그의 실수를 찾아내는 데 열을 올렸다. 히노테는 스스로를 숨기며 그저 눈에 띄지 않기를 바랐다.
하지만 어머니의 말은 묘하게도 마음속 깊은 곳을 찔렀다. 마치 그동안의 가면을 벗겨내려는 듯한 말이었다.
지금껏 자신이 두려워했던 것은 타인의 시선이었을까?
아니면 진짜 자신의 모습을 마주하는 것이었을까?
히노테는 생각에 잠겼다. 진짜 자신이라니. 그게 어떤 모습인지조차 기억나지 않았다. 그는 항상 남들이 바라는 대로 움직였고, 언제나 세상이 원하는 버전의 히노테가 되려고 애썼다. 어쩌면, 그는 진짜 자신을 알고 있었음에도 의도적으로 외면해 왔는지도 몰랐다.
어두운 방 한구석에 숨겨둔 낡은 거울처럼, 그 속을 들여다보는 것이 두려웠으니까. 하지만 그 거울을 보기 두려웠던 원인은 히노테의 창백한 얼굴이 아니었다. 여태까지 히노테는 자신의 얼굴과 피부가 두려워서, 거울을 들여다보지 않은 것이라고 착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가 진실로 두려운 것은 그저 그의 피부에 불과했을까? 아니, 아마 그 이상의 무언가이었을 것이다.
그 거울에 그려져 있는 눈빛 속의 두려움과 미처 닿지 못한 말을 삼킨 흔적이 남아 있는 입가일 수도 있다. 거울은 히노테를 비추기만 하는 게 아니었다. 그것은 히노테가 외면하려 했던, 진짜 그의 자신을 끌어내고 있었다. 그리고 아마도 히노테는 그것이 두려웠던 것 같다.
타인의 시선은 차갑고 무자비했지만, 적어도 익숙했다. 아니, 애초에 타인의 시선에 익숙해지는 것이 옳은가? 하지만 자신의 진짜 모습을 드러낸다는 건 무방비 상태로 세상에 서는 것과 같았다. 그 모습을 받아들이지 못하면, 거울을 보았어도 자신의 피부를 두려워한다면, 타인보다 스스로가 더 잔혹하게 자신을 비난하지 않을까? 히노테는 그런 상처를 두려워했던 걸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두려움이 과연 진짜였을까? 아니면 스스로 만들어낸 감옥이었을까? 그는 타인의 시선이 두려워서 이렇게 변한 것인가? 아니면 진짜 자신을 마주하는 것이 두려워서 인가? 어머니의 말처럼, 세상이 모두 똑같이 차갑고 무관심한 곳은 아닐지도 모른다. 어쩌면 하나미즈라라는 곳은… 그가 진짜 자신을 마주해 볼 수 있는 유일한 기회일지도.
히노테는 눈을 감고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그는 처음으로 스스로에게 물었다.
‘ 내가 정말 원하는 건 뭘까? ’
아마도 지금껏 한 번도 해보지 못했던 질문이었다. 마음속에서 작은 목소리가 속삭이는 듯했다.
‘ 도망치는 게 아니라, 나 자신으로 살아보고 싶어. ‘
히노테는 창문 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거리의 불빛들은 여전히 차갑고 바빴지만, 그는 그 안에서 미묘한 따스함을 느낄 수 있었다. 마치 세상은 완전히 등을 돌린 적이 없다는 듯.
그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며 속삭이듯 대답했다.
“ 그래. 가자. 하나미즈라로. ”
그는 자신도 모르게 손을 꽉 쥐었다. 그 순간, 불확실한 미래와 두려움 속에서도 묘한 결심이 가슴속에 자리 잡는 것을 느꼈다. 진짜 자신과 마주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