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4) 다툼

その夏、私たちが残したもの

by KRG Feb 23. 2025




히노테가 하나미즈라에 온 지 한 달이 되는 날, 그와 친구들은 하나미즈라의 언덕 전망대에서 놀기로 했다. 언덕 전망대는 히가시야마 언덕의 위쪽에 위치한 전망대로, 간단한 벤치와 소풍을 할 수 있는 장소로 꾸며져 있었다. 한편 히노테는 마사키와 함께 언덕을 오르고 있었다.



‘ 놀러 간다고? 아이스크림 가져가, 공짜로 줄게.  ’ 시카의 말에 히노테와 마사키는 유히야에서 아이스크림 몇 개를 챙겼다. 아이스박스에 보관한 아이스크림을 손에 든 채로 마사키는 언덕 위 한 벤치에 자리를 차지했다.

“ 잡아! ”

마사키가 아이스박스를 열고, 손을 뻗어 아이스크림을 잡으며 소리쳤다. 그는 오렌지 맛 아이스크림을 히노테에게 던졌고, 히노테는 두 손으로 아이스크림을 받아 포장을 뜯기 시작했다. 입에 아이스크림을 문 채로 히노테는 벤치에 털썩 앉았다.



“ 힘들어… ”

“ 운동 부족이냐? 아, 니 증후군 때문이지. 난 체력 좋은데, 부럽지? ”

마사키가 놀리는 듯이 말했고, 히노테는 살짝 웃었다. 그는 마사키의 장난이 진심이 아님을 알고 있었다. 다른 사람들이 말했다면 기분이 나빴겠지만, 백반증을 갖은 마사키가 말해서 그는 상처를 받지 않았다.

“ 치, 나 놀리는 거야? ”



그들의 장난스러운 대화는 누군가에 의해 중단되었다.

“ …뭐라고? ”

싸늘한 목소리가 히노테의 뒤에서 들려왔고, 그 목소리의 주인은 찌푸린 얼굴의 사토시였다. 그는 마사키의 장난이 매우 불편하다는 듯한 표정을 갖고 있었고, 그 얼굴에는 약간의 분노와 보호 의식이 느껴졌다.

“ 너… 히노테한테 뭐라 한 거야? ”

어라, 마사키와 히노테가 상당히 곤란한 상황에 처했다. 장난이었다고 설명을 하기엔 마사키가 백반증을 공개해야 한다. 하지만 히노테는 알고 있었다, 분명 마사키는 얼굴을 공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마사키는 상황을 빠르게 진정시키기 위해 웃었다.

“ 아, 그냥 장난이야. 그렇지, 히노테? ”

히노테는 아직 정신을 못 차린 상태였다. 어떻게 해야 싸우지 않고 상황을 끝낼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이 이미 그의 머리를 채운 상태였다.

“ 어…어? 아, 그렇지. “



사토시는 히노테의 얼버무리는 대답에 의심이 커졌다. 만약 정말 장난이었다면, 히노테가 더욱 자신 있게 답하지 않았을까.

“ …장난 아닌 것 같은데. 아무리 장난이라 해도, 이건 좀 선을 넘는 거 아니야? 그리고 히노테, 넌 마사키를 말려야 할 거 아니야. ”

사토시가 마사키를 째려보며 말했다. 히노테는 조용하던 사토시가 자신 있게 따지기 시작하자 더욱 당황하고 말았다.



“ 아니,... 그게- 마사키는… “

히노테가 또다시 말을 얼버무렸다. 장난이었다고 말하기엔 마사키가 처한 상황도 알려줘야 납득이 갈 것이고, 괜찮다고 말하기엔 상황을 그냥 얼렁뚱땅 넘기는 것 같다. 한편 마사키는 마스크를 고쳐 쓰며 사토시를 쳐다보았다. 그들 사이에 어두운 침묵이 흘렀고, 히노테는 어쩔 줄 몰라 우물쭈물거렸다.

다행히도 그 순간 유우마와 레이가 언덕 위로 뛰어 올라왔다. 유우마의 손에는 라무네가 잡혀 있었고, 레이는 화구통을 어깨에 메고 있었다. 유우마는 그의 친구들이 보이자 손을 높게 뻗어 흔들었다.



“ 뭐야, 벌써 다들 와있었네! 분위기 왜 이래? 무슨 일 있어…? ”

유우마가 어색한 침묵을 보며 물었다. 그 누구도 그의 질문에 답하지 않았고, 결국 유우마는 주위를 두리번거리다 벤치에 올려져 있는 아이스박스를 발견했다.

“ 오오, 먹을 거라도 챙겨 왔어? 라무네 여기에 넣어도 괜찮지? “

그가 분위기를 풀려고 애쓰며 아이스박스를 열었다. 아이스박스 안에 들어 있는 바닐라 맛 아이스크림과 소다맛 아이스크림을 꺼낸 그는 아이스박스를 라무네로 다시 채운 뒤,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레이에게 주었다.



“ 자자, 사토시도 하나 먹을래? 여기 멜론맛 있다. 사토시 너 멜론소다 좋아하잖아! ”

유우마가 어색하게 웃으며 사토시에게 권했고, 사토시는 몇 초동안 유우마를 바라보았다. ( 아니, 거의 째려보았다. ) 유우마의 미소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당황스럽고 답답한 표정이 그의 얼굴에 그려졌다.

“ …괜찮아. ”

사토시는 유우마의 표정을 보고 미안함을 느꼈는지 고개를 돌려 땅을 쳐다보았다. 검은 후드티의 모자는 그의 얼굴을 가려주었다.



이상하게도 조용한 히노테와 마사키를 레이가 멍하니 쳐다보았다. 또다시 어색한 침묵이 다섯 명의 학생들 사이를 채웠다. 곧 레이가 뻘쭘하게 물어서 침묵을 깼다.

“ 그, 타츠야는 언제 온대? 걔가 늦을 성격은 아닌데. ”

히노테가 그의 질문에 답변했다. 어색한 분위기를 깨기 위한 최소한의 노력이었다.



“ 아, 걔 알바 때문에 늦는대. ”

“ 알바? ”

유우마가 히노테의 발언에 관심을 보이며 물었다.

“ 응, 알바… 라고 해야 하나. 가게 거리에 있는 유우가오 카페에서 일한대. ”

유우가오 카페는 가게 거리에 위치한 작은 카페였다. 20대의 젊은 부부가 같이 운영해서 최근엔 어느 SNS로 유명해졌다나 뭐라나. 덕분에 마을 방문객들이 조금 늘었다.

“ 아아… ”



사토시도 조금 차분해졌는지 벤치 끝에 앉아 조용히 후드티 소매를 만지작거렸다. 히노테는 잠시 그의 눈치를 보고 다시 유우마를 바라보았다. 유우마는 자신의 핸드폰을 꺼내서 히노테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레이 역시 상황이 궁금했는지 유우마의 핸드폰을 옆에서 슬쩍 엿보았다. 히노테는 눈치를 채고 가방에서 자신의 핸드폰을 꺼냈다.

‘ 무슨 일이야? ’

‘ 아, 마사키가 내 피부 갖고 장난쳤는데 사토시는 그게 불편했나 봐. 마사키랑 조금 싸웠어. ‘

‘ 네 피부 갖고 장난쳤다고? ’

‘ 장난이었다니까? 난 괜찮아. ’

‘ 뭐… 일단 알겠어. ’



히노테는 핸드폰을 다시 가방에 넣었다. 유우마 역시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었다. 또 다른 침묵이 흘렀다.

“ 그럼… 난 그림 그린다? ”

레이가 화구통에서 종이를 꺼내며 말했다. 그는 미술 도구를 작은 테이블에 놓아 그림을 그릴 준비를 했다. 한편 히노테는 그가 그림을 그리는 것을 구경했다.

레이의 그림 실력은 스케치부터 대단했다. 언덕에서 보는 하나미즈라의 풍경이 담긴 그의 도화지는 마치 살아 움직이는 듯했다.

“ 헐… 엄청 잘 그리는데? 미술을 직업으로 할 거야? ”

“ 그건 잘 모르겠는데~ 그냥 되는 대로 사는 거지, 뭐. ”



그렇게 히노테는 그림을 그리는 레이를 구경했고, 유우마는 라무네를 마시며 레이의 도화지를 빤히 쳐다보았다. 그렇게 다시 평화로워지는 줄 알았지만, 히노테가 고개를 돌리자 마사키와 사토시는 없어졌다. 아무래도 오늘은 평화를 찾기 어려울 것 같다.

“ 야, 쟤네 어디 갔어? “

히노테가 물었고, 다른 남자아이들은 고개를 돌렸다. 마사키와 사토시가 없어졌다는 사실을 깨달은 남자아이들은 불필요한 대화 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그들을 찾기 시작했다.





“ 왜? ”

사토시가 마사키를 째려보며 물었다.

“ 아 뭐야… 장난 이래도. ”

사토시는 마사키의 팔목을 잡고 있었고, 마사키는 사토시의 손을 떼며 말했다. 그들은 현재 언덕 아래 골목에 있었다. 마사키는 사토시에게 팔목을 붙잡힌 채로 언덕을 내려와 골목까지 끌려간 것이었다. 사토시는 한숨을 쉬고 후드 모자를 뒤로 넘기며 따졌다.

“ 무슨 마음으로 그런 장난을 쳐? 히노테가 뭔 심정인지는 알아? ”

마사키는 알았다, 사토시는 그저 히노테를 걱정하는 것이라고. 하지만 상황 설명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짜증이 났고, 자신을 ‘ 가해자 ’ 로 몰아가서 더욱 짜증 났다.



“ 잘 알고 있어. 히노테도 내 말에 부정적으로 반응하지 않았잖아. 걔도 내가 장난치는 거라고 알고 있어. ”

마사키가 차분히 설명했다. 이 상황에 짜증 내 봤자 좋을 것 없다. 하지만 사토시는 그의 설명에 더욱 화가 난 모양이었다. 하지만 사토시 역시 싸움은 원하지 않았다.

“ 히노테는 너랑 싸우기 싫어서 그런 거지, 네가 히노테한테 한 말, 예의 없는 말이야. 아무리 친구래도 만난 지 겨우 한 달째고… ”



마사키는 화를 참기 위한 노력으로 주먹을 꽈악 쥐었다. 그는 숨을 후 내쉬고 주먹을 확 피며 말했다.

“ 히노테가 불편한지 괜찮은지 왜 네가 판단해? ”

“ 그래, 히노테는 괜찮다고 치자. 그렇다고 세상 모든 사람이 그런 말에 괜찮은 게 아니잖아. 네가 히노테가 아닌 다른 사람한테 그런 말을 하면, 그 사람의 반응은 어떨까? 난 걱정돼서 하는 말이야, 남을 외모로 놀리면 안 되지. 히노테에게는 특히. 앞으로 남에게 그런 말을 하지 말라고, 다른 사람이 그걸 장난으로 받아들이지 않을 수도 있잖아. 그냥… 조언일 뿐이야. ”

평소에 사토시는 별 말이 없었다. 마사키가 말을 걸어도, 사토시의 대답이 3글자를 넘을 때가 거의 없었다. 하지만 사토시가 유난히 말을 많이 하자, 마사키는 눈을 질끈 감았다.



“ 내가 아무한테나 외모에 대해 말하는 줄 아나… 나는 히노테가 괜찮은 줄 아니까 장난치는 거야. 내가 왜 다른 사람들의 외모를 놀리겠어? ”

“ 아무리 그래도 히노테의 피부랑 증후군에 대해 놀리는 듯이 말하는 건 아니지 않아? 히노테가 네 외모 갖고 뭐라 하면 기분이 어떻겠어? 물론 히노테는 착한 애니까 그런 말을 안 하겠지만. 너는 마스크랑 앞머리 때문에 외모가 보이지도 않고. ”

“ 아니, 좀…! ”

마사키는 순간 주먹이 나갈 뻔했지만, 손가락을 쫙 피며 화를 참았다. 그래, 사토시가 충분히 오해할 만한 상황이긴 하다. 그냥 마사키가 사과하고 끝내는 게 편하지. 항상 그랬다.



“ …그래, 내가 미안해. 됐지? “

“ 나 말고 히노테한테 사과해야지. 히노테랑 친구이긴 한 거야? 미안한 말이지만, 너 항상 뭔가 수상했어. 뭘 계획하는 거지? 너 우리를 친구라고 생각하기는 해? 진짜- ”

퍽.

마사키의 공격 이후로는 그 둘 사이에 말이 오고 가지 않았다. 마사키는 사토시의 배를 때렸고, 사토시는 충격과 공포, 고통에 휩싸였다. 그는 배를 움켜 잡으며 길거리에 주저앉았고, 덕분에 무릎이 아스팔트에 까져서 바닥이 피로 물들었다. 사토시는 눈을 질끈 감고 소리쳤다.



“ …미쳤어?! 네가 미친걸 진작에 깨달았어야 했어, 씨, 못 알아챈 내가 바보지! ”

사토시가 바닥에 손을 짚고 일어섰다. 그는 다시 넘어질 것처럼 휘청거렸고, 마사키는 그런 사토시를 잡아주지 않았다. 사토시는 분하다는 듯 마사키를 쏘아보았다.

“ 그게 무슨 소리야? 항상 수상했다고? ”

마사키는 허탈하게 웃었다. 사토시는 이미 선을 넘었고, 이젠 마사키를 쿡쿡 찌르며 인내를 확인하는 수준이었다. 지금까지는 잘 참아 왔다고 해도, 방금 사토시가 한 말을 참기는 힘들었다.

“ 너 혼자 드라마라도 찍냐? 뭐, 영웅이 장래 희망이라고 되나 보지? 그래, 수상한 나 잡아서 기분 좋냐? ”



마사키의 허탈함과 억울함은 곧 분노로 바뀌었다. 그는 앞머리를 뒤로 넘기며 목소리를 높였다.

“ 어떻게 친구가 그러냐니? 그리고, 뭐? 히노테랑 친구이긴 하냐니? 내가 너희를 친구로 생각하기는 하냐니? 나는 너희랑 친구 같지도 않다는 소리잖아! ”

그의 앞머리는 이마 뒤로 넘겨졌다. 어두운 피부의 이마에는 하얀 반점이 별들처럼 뿌려져 있었고, 이러한 피부는 사토시의 눈을 키웠다.

“ …너… ”



사토시가 마사키의 피부를 보고 우물쭈물 거리며 말하자, 마사키는 마지못해 마스크까지 벗으며 다시 말했다. 그의 오른쪽 볼에는 흰 점이 크게 박혀 있었다.

“ 너 말을 듣자 하니… 내가 항상 마스크 쓰고 앞머리 내리고 다녀서 수상하다는 거 같은데, 이제 좀 정신이 차려지냐? 이제 좀 알겠어? 히노테가 왜 내 장난에 괜찮은지? ”

사토시는 아직도 말을 잇지 못했다.

“ 왜? 이상해? 요괴 같아? 괴물 같아? 언제는 나보고 남의 외모 갖고 뭐라 하지 말라며? 왜 놀란 거야? 무서워? 내 피부가? ”

마사키가 어이없이 웃으며 마스크를 다시 착용했다. 벌컥 역정을 낸 그는 손가락으로 앞머리를 내린 후, 사토시를 째려보았다. 사토시는 눈만 꿈뻑거리다, 히노테만이 마사키의 피부 상태를 알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은 후 말을 더듬며 따졌다.



“ …그, 그럼… 너도 히노테랑 비슷한 상황이어서 히노테가 네 장난에 별 신경을 안 쓴거야…? 그런 거면 왜 히, 히노테한테만 네 피부를 공개한 거야? 우리한테는 가리고? 우리를 못 믿어서 가린 거… ”

“ 진짜, 좀!! ”

마사키는 일단 따지고 보는 사토시에게 화가 치밀어 올라왔다. 마사키의 상황은 들어 보려 하지도 않고, 무조건적으로 마사키를 가해자로 만드는 사토시의 말과 행동들은 마사키의 속에 불을 깨웠다. 그는 또다시 주먹을 확 뒤로 젖혔지만…



“ 야!! ”

익숙하고 다급한 목소리가 마사키의 귀에 들어오자, 마사키는 빨리 주먹을 폈다. 사토시는 자신의 몸을 방어하려는 시도로 올렸던 팔을 내렸다. 그 둘이 고개를 돌리자, 골목길의 입구에는 타츠야가 서 있었다.

“ …너, 아르바이트는? ”

마사키가 당황하며 물었고, 타츠야는 감정을 누르며 차근차근 설명했다.



“ 애들이 카페로 찾아왔어. 너네, 갑자기 사라졌다며? 마사키, 주먹은 왜 올린 거야? ”

그는 마사키와 사토시 사이에 들어가 싸움을 멈추며 물었다. 그의 성숙한 모습은 마사키와 사토시에게 약간의 안도감을 주었다. 발언의 기회가 주어진 마사키는 차갑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 내가 히노테한테 장난쳤어. 증후군에 대해서. “



타츠야는 마사키의 말에 당황한 듯, 얼굴이 조금 하얘졌다.

“ 하지만 히노테는 알고 있었어. 나는 그냥 장난을 친 거라는 사실을. 그런데 사토시가 내 장난을 엿들었나 봐. 날 여기로 끌고 오고는 나보고 히노테한테 왜 그런 말을 하냐며, 우리가 친구이긴 하냐며,... 마치 너희가 나를 친구로 보지 않는다는 듯이 말하더라. ”

마사키의 억울하고 분한 감정들은 곧 잊혀졌다. 대신 허무하고 공허한, 이상한 기분이 그의 마음을 채웠다.

“ 타츠야, 내가 그렇게 수상해? 넌 나를 친구로 생각해? 우리 친구지? ”



마사키의 복잡한 감정들은 그의 생각을 앞서 뛰어갔다. 항상 냉철하고 장난만 치던 마사키가 이렇게 약해 보인 것도 처음이었다.

“ …마사키, 히노테의 피부에 대해 장난은 왜 친 거야? ”

타츠야가 숨을 푹 내쉰 후 물었다.

“ 그건… ”

마사키의 말 끝이 흐려졌다. 사토시는 그런 마사키의 마스크를 벗겨버리고 싶었지만 지그시 어금니를 깨물며 참았다. 사토시가 나서서 마사키의 피부를 공개하고, 히노테가 괜찮은 이유를 설명한 뒤, ‘ 마사키가 우리를 못 믿어서 피부를 가린 거 아니겠어? ’ 라고 말하기엔 분위기가 너무나도 무거웠다.



입을 꾹 닫은 마사키를 보고 타츠야는 핸드폰을 꺼냈다. 웃음기가 사라진 표정으로 핸드폰의 화면을 몇 번 톡톡 두드린 뒤, 타츠야는 핸드폰을 귀에 맞댔다.

“ 히노테? 마사키랑 사토시 찾았어. ”





그들의 만남은 계획과는 달리 일찍 끝났다.

마사키는 히노테와 사토시에게 사과하는 둥 마는 둥 얘기를 하고 곧장 언덕을 떠났다. 히노테는 마사키가 걱정이 되어서, 그를 쫓아 언덕 아래로 뛰어갔다. 다른 아이들이 이번 일에 대해 토론하는 소리는 히노테의 귀에 화살같이 꽂혔다.

 히노테가 마사키를 따라잡았지만, 막상 마사키는 아무 말도 없었다. 히노테는 그의 눈치를 살피느라 조용히 그의 옆에서 걸어갔다. 마사키가 어디로 향하는지는 히노테도 몰랐다, 히노테가 아는 유일한 사실은 마사키의 기분이 썩 좋지는 않다는 사실뿐. 노을로 가득 찬 하나미즈라의 거리에는 가로등의 불빛이 켜지기 시작했다. 주황빛의 하늘은 히노테의 주황빛 눈을 더욱 비추었다.



“ 히노테? “

마사키가 길에서 잠깐 멈추고는 다짜고짜 히노테에게 물었다.

“ 내가 장난치는 게 불편해? ”



히노테는 땅을 보다가 마사키의 목소리에 고개를 올려 그를 쳐다보았다. 마사키는 히노테의 주황빛 눈을 응시하고 있었다. 히노테는 마사키가 전혀 불편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그가 히노테에게는 위로였다. 그와 비슷한 상황에 있는 친구를, 그의 피부를 별 신경 쓰지 않는 친구를 만나서 히노테는 기쁠 뿐이었다.

“ 전혀! 아니, 오히려 네가 장난쳐서 좋은데. 내 피부를 동정하고 불쌍하게 여기는 것보다 훨씬 낫지. 게다가 우리는 같은 상황이고 입장이니까… ”

“ …그렇지? ”



마사키가 다행이라는 듯이 탄식했다. 그는 깊이 숨을 쉬고 말을 이었다.

“ 사실 오늘 사토시랑 싸울 때 걔한테 피부를 보여줬어. 걔가 내 마스크랑 앞머리가 수상하다고, 친구이기는 하냐고 의심하길래… 나도 모르게 손이 먼저 나가더라. ”

히노테의 눈이 커졌다. 피부를 공개했다니.

“ 피부를 보여줘도 이해는커녕 계속 나를 탓하더라. 왜 피부를 더 일찍 보여주지 않았냐고. 내가 걔네를 믿기는 하냐고… 뭐라 하더라. 피부를 안 보여준 이유는 듣지도 않고. ”

마사키는 시선을 돌리며 감정을 눌렀다. 히노테는 그의 말에 집중하며 잠시 고민했다. 이 상황이 그에겐 익숙하기만 했다. 헬런의 사건과 별 다름이 없으니까. 히노테는 위로의 의미로 그의 어깨에 손을 약간 올려두었다.



“ 사토시한테는… 갑자기 화가 나서, 순간적으로 피부를 공개했지만, 아직 다른 애들한테는 어려울 것 같아. 사토시에 내 피부를 보고 한 말들… ‘ 왜 더 일찍 알려 주지 않았냐, ’ ‘ 우리를 믿기는 하냐, ‘ 라는 말들, 다시는 듣고 싶지 않아. “

히노테는 약간의 한숨을 쉬었다. 히노테는 마사키가 마치 과거의 거울처럼 보였다. 마사키의 생각들은 과거의 히노테의 생각들과 비슷했다. 하지만 헬런 사건처럼, 친구들의 반응이 두려워서 마사키가 계속 피부를 가리고 다닌다면, 언젠가는 다 들통나고 말 것이다. 그 때야 말로, 친구들의 신뢰를 다 잃겠지.



“ 내가 일본에 온 이유가 뭔지 알아? ”

히노테는 어떻게든 마사키에게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에 말을 꺼냈다. 질문을 들은 마사키는 약간의 호기심에 다시 고개를 돌려 히노테를 보았다.

" 나는 예전부터 남들한테 밝게 보이고 싶었어. 주변 사람들의 기분이 좋아졌으면 했고, 그래서 항상 웃었어. 그 웃음이 가면처럼 느껴질 때도 많았지만. 내 증후군을 숨기고 싶었던 것도, 단순히 남들이 날 이상하게 볼까 걱정이 돼서 뿐만이 아니야. 내가 스스로 증후군을 인정할 때, 내 삶이… 돌아가신 아버지의 삶처럼 짧아질 것 같았거든. "

" 15살 때 진단받았어. 그전까지는 그냥 건강이 조금 안 좋을 뿐이라고 생각했는데, 병원에서 내 남은 수명이 10년이라고 딱 잘라 말하는 순간, 머리가 새하얘지더라. 친구들한테도 말 못 했어. 그냥 체력이 안 좋은 거라고 거짓말 쳤지. 그들이 내가 병이 있는 친구라고 단정 짓지 않았으면 했어. 지금 생각해 보면, 솔직히 남들의 시선이 두렵기도 했고. 막상 그때는 내가 타인의 시선에 익숙해져 있는 줄 알았는데… 착각이었지. “

마사키는 히노테의 설명에 조금씩 집중하기 시작했다. ‘ 안전 상 가리는 것이다 ‘, ‘ 햇볕을 피하는 것이다 ’, 그가 히노테에게 말한, 그가 피부를 가리는 이유였다. 하지만 과연 그것뿐이었을까.



“ 그 애들은 내 거짓말을 믿었지만, 결국 다 들켰고, 나는 가해자가 됐어. ' 왜 더 일찍 말을 안 했냐 ' 고, ' 친구라면 믿어야 하는 거 아니냐 ' 고 몰아붙이더라. 난 그저 나 자신을 부정하고 싶었을 뿐인데. “

“ 게다가 타인의 시선이 두렵다고 해서 내 친구들을 못 믿는 건 아니었어. 내 친구들은 착한 아이들이었으니까. 하지만 그들에게 진실을 밝히면 그들이 나를 손가락질할 거라는… 말도 안 되는 불안감이 가슴을 꽉 조여 오더라. 내 친구들은 절대 그럴 리 없었고, 나도 스스로를 설득하려고 정말 노력했어. 그런데도 결국, ‘ 그들은 나를 버릴 거야 ’ 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뒤흔들었고, 나는 진실을 꺼내는 걸 포기했어. 친구들을 믿지 못한 게 아니라, 내 자신과 순식간에 증식하는 불안을 믿지 못한 거지. "

" 나는 그렇게 학교에서 멀어졌고, 결국 도망치듯 여기까지 오게 됐어. 어쩌면 그때, 그 애들이 내 이야기를 들어줬다면 결과가 달랐을까? 아니면, 내가 더 솔직했어야 했을까… 아직도 잘 모르겠어. 유일하게 든 확신은, 내가 스스로를 받아들였다면 아무 문제없었을 거라는 사실이었어.  "

마사키는 히노테의 눈에 시선을 두며 그의 이야기를 경청했다. 히노테가 하려는 말은 뭘까. 최대한 빨리 피부를 공개하라고? 자기 자신을 받아들이라고? 하지만 그에게 피부를 숨기는 일은 너무나도 당연했고 익숙했다.



“ …너가 흰색 종이를 잡고 있었다고 쳐보자, 마사키. 그런데 어느 사람이 네가 들고 있는 종이를 보고 말했어, 네가 들고 있는 종이는 빨간색이라고. 너는 뭐라 말하겠어? ”

“ 빨간 종이가 아니라 흰색 종이라고? ”

“ 그래, 남들이 뭐라 하던 진실은 변하지 않을 거야. 그리고 네가 그 진실에 확신을 갖고, 충분히 믿고 있다면 남이 뭐라 하던 휘말리지 않을 거고. ”

“ … ”

“ 내가 미국에서 이 사실을 깨달았으면 내가 여기에 있었을까? 뭐, 어쨌든, 지금이라도 배워보려고 해. 내 자신을 수용하고, 진심으로 자신감을 만드는 방법. ‘ 내 증후군과 피부는 이상하지 않다 ‘ 는 확신이 있다면, 남이 뭐라 하던 상관없을 테니까. ”




마사키는 고개를 떨구었다. 히노테가 한 설명은 그에게 더욱 혼란을 줄 뿐이었다. 자기 자신을 수용하는 방법? 확신과 자신감? 솔직함? 신뢰? 수많은 단어들이 마사키의 머리를 흔들어서, 히노테의 의도가 무엇인지 전혀 보이지 않았다. 히노테 역시 마사키의 혼란을 눈치챘는지, 작은 미소와 함께 말했다.

“ …내가 한 말, 별로 깊게 생각 안 해도 돼. 내 경험을 얘기한 것뿐이니까. 네 피부를 공개하는 문제나, 사토시와 화해하는 문제나… 모두 네가 편할 때 해야지. 그러니, 네가 너 자신을 받아들일 때까지는, 오늘의 일에 너무 발목이 잡히지 않으면 좋겠어. 네가 진짜로 뭘 원하는지 곰곰이 생각해 보고, 내 경험도 생각해 보고. 결국 언제 피부를 공개할지 결정할 사람은 너야, 마사키. ”

마사키의 머리가 잠시나마 비워지는 기분이었다.

이전 04화 (3) 고등학교 - 下

브런치 로그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