その夏、私たちが残したもの
일주일이 지났다.
히노테의 어머니의 말이 거짓말이 아니었다. 하나미즈라는 굉장히 매력적인 시골이다. 일단 하루종일 창문 밖 풍경만 보며 지낼 수 있을 만큼 아름답다. 푸른 하늘의 부드러운 구름과 넓게 뻗고 있는 바다에 비쳐서 반짝이는 햇빛. 2시쯤이 되면 하나 둘 보이는 마을의 어린아이들. 그리고 그들의 웃음소리.
이 모든 것은 히노테의 얼굴에 미소를 그려주었다.
아아, 드디어 평화로웠다. 숨도 쉬기 어려울 정도로 더럽혀져 있는 뉴욕의 공기와 하나미즈라의 시원한 해풍은 달랐다. 겉으로만 휘황찬란한 뉴욕의 건물들과 깨끗하지만 세월의 흔적이 남아있는 하나미즈라의 건물들은 비교할 수도 없었다.
히노테의 집에서 나와 약 10분 정도 걸으면 보이는 가게 거리는 매력적이었다. 편의점의 역할을 대신하는 유히야와 임시 주인 시카, 목공예품을 만들고 판매하는 할아버지의 가게, 젊은 부부가 운영하는 작은 카페. 하나미즈라의 모든 것은 완벽해 보였다. 하나미즈라는 시간이 멈춘 듯했다.
히노테는 창문 밖을 10분째 쳐다보고 있다. 오늘은 그가 처음으로 학교에 가는 날이다. 고등학교의 이름은 하나미즈라 고등학교, 그냥 마을의 이름을 붙여서 지은 듯하다. 지난 일주일 동안은 이삿짐을 정리하고 여러 가지의 일을 처리하느라 학교에 갈 수 없었다. 하지만 드디어 학교에 갈 수 있다.
히노테는 교복을 입고 새하얀 머리카락을 반묶음으로 묶었다. 교복의 넥타이가 불편했지만, 등교 첫날이니 입고 가기로 결정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책상 위에 놓여 있는 바구니에 손을 넣었다. 바구니 속 오렌지 사탕 하나를 꺼내서 입에 툭 넣었다.
오렌지 사탕의 인공적인 새콤한 맛이 히노테의 혀를 감쌌다. 히노테는 팝송을 흥얼거리며 가방을 한 번 더 확인했다. 교과서와 노트, 필통…
준비물을 확인하고 안심이 된 히노테는 가방을 가볍게 들어 등에 멨다. 그는 불편한 넥타이를 다시 고쳐 입었고, 그제야 준비가 끝났다.
새로운 학교에 드디어 간다는 기대감과 타인의 시선에 대한 긴장감이 교차했다. 타인의 시선에 대한 불안은 아무리 노력해도 잊히지 않았다. 히노테는 짧은 한숨을 내쉬며 불안감을 조금이나마 덜었다. 자기 자신을 받아들이는 방법을 알게 된다면, 남이 뭐라고 비난하던 괜찮을 것이다. 그는 큰 목소리로 어머니를 불렀다.
“ 엄마, 다녀올게! ”
어머니는 계단에서 내려오며 방긋 웃으셨다. 그녀의 금발과 미소가 오늘따라 더 밝아 보였다.
“ 응, 다녀와! 끝나고 너무 늦게까지 놀지 말고. ”
히노테는 하하 웃으며, 당연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 네네~ 그럼 나 간다? ”
그의 어머니는 학교로 떠나는 그를 보며 빙긋 웃었다. 오랜만에 그가 활기 차 보였다.
히노테는 집 앞에 세워져 있던 자전거에 가볍게 올라탔다. 자전거를 안 탄지도 꽤나 됐다. 뉴욕은 도시여서 탈 곳도 거의 없었고, 애초에 탈 시간도 없었다. 하지만 하나미즈라에서는 시간이 넘쳐흘렀고, 덕분에 자전거를 타기 시작했다. 마사키는 그에게 일본에서는 자전거를 많이 탄다고 조언해 주었고, 심지어 자전거를 타는 것도 도와주었다. 덕분에 자전거를 잘 탈 수 있게 되었고.
히노테가 천천히 페달을 밟기 시작하자, 그의 자전거는 발을 구르는 리듬에 맞춰 매끄럽게 앞으로 나아갔다. 바람은 그를 가로질러 불었고, 상쾌한 바람에 피곤과 불안이 모두 날아가는 것 같았다. 히노테는 잠시 다리를 멈추었고, 자전거는 탄력을 받아 자연스럽게 가던 길을 계속 갔다.
가게 거리, 특히 유히야는 하나미즈라 고등학교와 인접해 있어서 방과 후가 되면 학생들로 바글바글했다. 적어도 마사키의 말에 의하면. 히노테와 마사키는 학교에 가기 전 유히야에서 만나기로 약속했고, 히노테는 이에 맞춰서 유히야로 향했다.
몇 분이 지났고, 지치기 시작할 때 쯔음, 히노테는 유히야에 도착했다. 자전거에서 가볍게 내려 자전거를 거리에 대충 세워 놓고, 히노테는 가게의 미닫이 문을 밀어서 열었다. 나무의 향이 히노테를 반겼고, 유히야 안에 있던 마사키와 시카는 히노테를 더욱더 반겼다.
“ 마사키! 시카 누나! ”
히노테가 웃으며 가게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시카는 그의 활기찬 모습에 웃음으로 답하며 말했다.
“ 기분 좋아 보이네? ”
“ 아, 그런가요? 학교에 가는 게 설렌 것도 오랜만이기는 하네요. ”
히노테가 시카에게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그의 옆에 있던 마사키는 말을 덧붙였다.
“ 엥, 학교에 가는데 설렌다고? 아무리 봐도 독특한 애야… ”
마지막 문장을 중얼거린 마사키는 시카를 바라보았다. 히노테가 오기 전에 마사키는 칼피스 멜론 소다를 부탁했고, 시카는 계산대 뒤에 있는 냉장고에서 음료수를 꺼내고 있었다. 그녀는 계산대에 칼피스 멜론소다 한 개를 올려놓았고, 마사키는 답변으로 동전 몇 개를 올려두었다. 동전이 짤랑 거리는 소리에 시카는 동전 개수를 세기 시작했다. 금액이 가격과 일치했는지, 시카는 동전을 현금출납기에 넣은 후 계산대에 올려져 있던 만화책을 읽기 시작했다.
“ 넌 뭐 안 마셔? ”
마사키가 멜론소다를 집어 들고 뒤를 돌며 물었지만, 히노테는 이미 녹차 한 병을 갖고 있었다. 하루 전 히노테가 유히야에서 사 둔 녹차다.
“ 녹차 좋아해? 맛없지 않아? ”
마사키가 으으 소리를 내며 물었고, 히노테는 그의 행동에 하하 웃었다.
“ 맛있는데? ”
시카는 마사키를 보며 피식 웃었다.
“ 미안, 히노테, 얘가 차를 못 먹어서. 어린애처럼! ”
마사키는 얼굴이 붉어진 채로 시카를 째려보며 칭얼댔다.
“ 아 누나! ”
“ 내 말 틀렸냐? ”
어딘가가 찔렸는지 마사키는 계산대에 두 손을 올려놓고 시카 쪽으로 몸을 기울였다. 그는 한 손으로 시카가 읽던 만화책을 낚아챘다.
“ 누나는 만화책이나 읽고 있잖아! ”
“ 야!! 만화책 안 유치하거든?! ”
시카의 얼굴 역시 마사키처럼 붉어졌다. 히노테는 그들의 모습에 하하 웃으며, 가게 밖으로 나갔다. 학교에 늦게 생겼다.
“ 어? 야! 히노테 가잖아! ”
시카가 소리쳤고, 마사키는 만화책을 떨어트리며 고개를 돌려 미닫이 문을 보았다. 미닫이 문은 열려 있었고, 밖에는 히노테가 자전거에 타는 중이었다.
“ 야! 기다려! ”
마사키는 곧바로 미닫이 문으로 뛰어갔다. 한편 시카는 황급히 나가는 마사키를 보고 소리쳤다.
“ 선크림! ”
계산대 위에 올려져 있던 선크림을 시카가 마사키에게 던졌다. 마사키는 시카를 흘깃 쳐다본 뒤, 선크림을 한 손으로 잡았다. 역시 그는 운동 신경이 좋다.
히노테는 급히 유히야에서 나오는 마사키의 모습에 자신도 모르게 웃음이 새어 나왔다. 마사키는 자전거에 앉아 있는 히노테 쪽으로 뛰어가며 선크림을 얼굴에 발랐다. 뛰며 바르는 덕분에 긴 앞머리 여기저기에 선크림이 묻었지만. 히노테는 주체할 수 없는 웃음을 키득키득 내뱉으며 마사키의 앞머리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 야, 너 앞머리에 선크림 다 묻었어. ”
웃음을 가라앉힌 그는 사실을 말했고, 마사키는 당황한 듯 자신의 앞머리를 손가락으로 이리저리 만졌다. 앞머리에 묻어 있던 선크림이 그의 손가락으로 옮겨졌다.
“ 이제 진짜 가자! “
마사키가 자전거에 올라타며 말했다. 히노테는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고, 자전거의 페달을 밟기 시작했다.
히노테의 반은 2-C 반이었다. 히노테는 마사키와 함께 반 앞에 서 있었다.
“ 뭘 기다려? 들어가자! ”
마사키가 히노테의 눈치를 보며 말을 꺼냈다. 히노테는 정신을 차리고, 반의 입구인 미닫이 문을 열었다. 그의 심장은 마치 폭발하는 듯했다. 반 학생들이 그를 이상하게 쳐다보면 어떡하지? 머리카락이라도 염색하고 올걸 그랬나. 온갖 걱정이 그의 머리를 감쌌지만, 히노테는 한 가지 사실을 잊지 않았다. 그가 하나미즈라로 온 이유는 바로 진실된 자기 자신을 바라보는 것이다. 이것이 이루어지면 타인의 시선도 상관이 없을 것이고. 그러니 겁먹을 필요 없다. 겁먹을 필요 없다…
반은 학생들의 수다 소리로 시끌벅적했다. 그들이 사용하는 일본어는 히노테에게 외계어로 들렸다. 히노테가 반 안으로 발을 내밀 때는 반이 싸악 조용해졌다. ( 눈치 없이 계속 떠드는 남자아이들 몇 명을 빼고는. ) 어라, 이건 예상하지 못했다. 히노테는 온몸이 차갑게 어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물론 옆에 서 있던 마사키의 도움으로 그나마 정신을 차렸지만.
“ あっ、この子は転校生だよ!名前は火の手。アメリカから来たから日本語があまり得意じゃないんだ!だから英語で話してあげてね!”
마사키가 일본어로 유창하게 소리쳤다. 히노테는 그에게 감동받았다, 마치 그가 구세주인 것처럼. 아무래도 히노테를 소개하는 것 같았다. 반 아이들 중 수다를 떨며 막대사탕을 먹던 여자아이가 히노테를 보고 말을 꺼냈다.
“ え?あの子の肌、どうしてあんなことになってるの? ”
여자아이가 영어로 말해줄지 기대했던 히노테는 일본어가 들리자 약간 실망했다. 하지만 마사키가 그를 대신하여 영어로 답변해 주었다.
“ 영어로 말하라고 했잖아. 얘는 알비노여서 피부가 하얀 거야. 멋지지 않냐? ”
마사키가 히노테의 머리카락에 손을 올려놓았다. 하지만 히노테는 정성껏 묶은 반묶음이 풀러 질 까봐 마사키의 손에서 벗어났다.
“ 에에, 멋지다! ”
여자아이가 밝은 미소와 함께 소리쳤다. 목소리가 얼마나 큰지, 반이 울릴 정도였다. 한편 반장처럼 보이는 남자아이는 그녀의 다소 거센 목소리에 웃으며 소리쳤다.
“ 사야카! 지진 나겠어, 지진! ”
사야카라는 여자아이는 윽 소리를 내며 남자아이의 등을 종이 뭉치로 착 때렸다.
“ 지진은 무슨 지진… ”
몇몇 아이들이 영어로 대화하기 시작했다. 영어로! 히노테는 이 사실에 웃을 수밖에 없었다. 반 아이들이 오직 그를, 히노테 한 명을 위해서 영어를 사용하고 있었다. 그리고 마사키가 히노테를 소개해 준 뒤로 다시 반이 시끌벅적 수다 소리로 메워졌다. 일본어가 대부분이었지만, 몇몇 아이들은 영어로 대화했다.
어쨌거나, 등에 한 대 맞은 남자아이는 낄낄 웃으며 히노테 쪽으로 걸어갔다. 마사키는 히노테에게 재빠르게 설명해 주었다.
“ 반장이야. 별로 무섭진 않으니까 걱정 말고. 쟤 영어도 잘해. ”
히노테는 마사키의 설명에 안심이 되었다. 히노테는 고개를 올려서 키가 큰 남자아이를 보았다.
“ 히노테라 했지? 성은 뭐야? ”
“ 요비타! 요비타 히노테. ”
남자아이는 히노테의 이름에 오오 소리를 내며 말했다.
“ 그럼 히노테는 불의 손이라는 뜻이야? 독특하네! 네 눈 색이랑 딱인데? ”
사실이다. 히노테의 부모님은 그의 눈 색을 보고 불을 떠올려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불의 손, 히노테는 항상 그의 이름을 좋아했다. 멋지니까. 히노테는 눈에 대한 언급에 미소를 지었다.
“ 그래? 부모님이 내 눈을 보고 이름을 지어주셨거든. ”
남자아이는 당당한 표정을 지으며 자기 자신을 엄지손가락으로 가리켰다.
“ 역시 내가 이런 건 쓸데없이 잘 찍는다니까! 시험 문제는… 잘 못 찍지만… “
마치 자신감이 사라지는 듯이, 그의 목소리의 크기가 점점 줄어들었다.
“ 쟤 공부 진짜 못한다? 반장 뽑을 때 반 애들이 얘를 엄청 추천해서 어쩔 수 없이 반장이 된 거야. ”
마사키가 히노테에게 설명했다. 그의 문장에는 남자아이를 놀리는 것 같은 억양이 섞여 있었다. 히노테는 이를 눈치채서 키득키득 웃었다.
“ 야! 반장이 얼마나 힘든 일인데! ”
남자아이가 주먹을 확 올리며 말했다. 마사키는 하하 웃으며 무서운 척 소리를 질렀다.
“ 쟨 무시해. 난 모리타 타츠야야. 공부는 못해도 어쨌든 반장이니까, 궁금한 거 있으면 물어봐. 나 그래도 영어는 자신 있다고! ”
타츠야가 활짝 웃으며 말했다. 그의 발음은 실제로 괜찮았고, 자신감 있는 그의 모습에 그의 발음 실력이 더욱 빛났다.
“ 멋지네! 고마워, 반장. ”
히노테가 타츠야의 긍정적인 모습에 웃었다. 타츠야는 가볍게 ‘ 별말씀을! ’이라고 말한 뒤, 뒤를 돌아서 말했다.
“ 내가 반 애들 소개해줄게! 따라와! ”
리더십을 가진 타츠야는 히노테와 마사키를 이끄는 역할을 하며, 한 자리에 모인 남자아이들을 향해 걸어갔다. 남자아이들은 반장의 등장에 대화를 멈추고 히노테와 타츠야를 바라보았다.
“ こいつ誰?”
남자아이들 중 한 명이 손가락으로 히노테를 가리켰다. 알아들을 수 없는 일본어에 히노테는 우물쭈물거릴 뻔했지만 다행히도 타츠야가 히노테 대신 말을 해줬다.
“ 요비타 히노테, 전학생이야. 미국에서 와서 영어로 말해 주면 돼. “
부드러운 목소리로 설명해 주는 타츠야와는 달리, 마사키는 치이 소리를 내며 물었다.
“ 내가 반에 들어오자마자 큰 목소리로 설명했는데. 역시 안 들은 거지? ”
그 남자아이는 머쓱한 듯 작은 목소리로 웃었다.
“ 얜 카나즈키 유우마야. ”
타츠야가 마사키의 말을 무시하며 말했다. 유우마는 턱을 괴고 있던 팔을 빼서 히노테를 향해 뻗었고, 히노테는 그의 손을 잡아 짧게 악수했다. 그는 중간중간 멈출 만큼 서툴지만 진심인 영어로 대화를 이끌었다.
“ 머리카락 멋진데? 그... 염색 어떻게 한 거야? 이렇게 하얗게 탈색하는 건 어려울 텐데. ”
유우마의 머리카락은 붉은색이었다. 염색인 걸까?
“ 아, 탈색 아니야. 알비노여서. ”
유우마는 히노테의 말에 놀란 듯 눈이 커졌다.
“ 진짜? 신기하다. 너 뭔가 특별한데? 미국에서 온 알비노. ”
히노테는 유우마의 칭찬에 살짝 웃었다. 뭐, 몇 번이고 들어 본 말이다. 특별하다니, 하지만 히노테 역시 그들과 다를 바 없었다. 특별하지도, 뛰어나지도, 부족하지도 않았다. 물론 백색증이 흔하지는 않지만.
“ 나는 하라다 류토야! 만나서 반갑다. “
유우마 옆에 앉아있던 남자아이가 끼어들며 말했다. 그는 어딘가 신나고 활기찬 표정을 띠고 있었다. 히노테는 그 표정에 고개를 끄덕임으로써 답했다.
“ 이 시골엔 왜 왔어? 유학은 아닌 것 같고… 유학이었다면 도쿄로 갔을 거 아니야? 음, 그럼 가족이라도 여기에 사시나? 아니면 고향이 여기야? 아니면 그냥 온 건가? 아니, 그럴 확률은 적은데. ”
류토는 주인을 본 강아지처럼 눈을 반짝이며 빠른 속도로 물었다. 빠르게 말하는 덕분에 그의 영어 발음이 뭉개졌지만. 심지어 너무나도 서두르며 말해서 문장의 문법은 모두 틀려 있었다. 그의 말 중 적어도 반절은 이해할 수 없었고, 히노테는 앞 뒤 단어를 듣고 의미를 대충 유추해야 했다.
“ 음… 미국이 잘 안 맞아서? 게다가 아버지 고향이 하나미즈라여서 여기로 왔어. ”
“ 멋지다! 여기에 이사 오는 사람 엄청 적거든. 최근에 왔나 보지? 소문이 안 난 걸 보면? 그러니까, 하나미즈라는 워낙 주민이 적어서 누가 새로 오면 소문이- ”
“ 야, 시끄러워. 말 좀 적당히 해. ”
타츠야가 키득키득 웃으며 류토의 등을 탁 때렸다. 류토는 찌푸린 얼굴과 함께, 타츠야에게 맞은 등을 어루어만지며 칭얼댔다.
“ 치, 난 말도 하면 안 되냐? ‘
모여있는 학생이 모두 이구동성으로 ‘ 응 ’ 이라고 말했다. 히노테는 그의 뭉개진 문법과 발음을 듣고 의미를 추리하느라 머리가 터질 듯했지만, 다행히도 타츠야가 그를 멈추는 덕분에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 마지막으로 얜 사카모토 사토시. ”
타츠야가 설명했고, 사토시는 읽고 있던 책으로부터 시선을 떼어서 히노테를 쳐다보았다. 그는 히노테를 몇 초동안 쳐다보았고, 별말 없이 다시 고개를 떨궈서 책을 읽었다.
“ …말이 별로 없는 편이야. ”
류토가 사토시를 쳐다보며 말을 붙였다. 류토와 사토시는 마치 정 반대인 사람 같았다.
곧 조례의 시작을 알리는 학교 종이 학교 전체에 울려 퍼졌다. 학생들은 모두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기 시작했지만, 자리를 배정받지 못한 히노테는 어쩔 줄 몰랐다. 혼란에 빠진 히노테에게 타츠야가 다가왔고, 그는 친절히 제안했다.
“ 같이 선생님 찾으러 갈래? 선생님이 원래 좀 늦으셔. ”
타츠야는 반장으로서, 항상 학생들보다 늦게 오시는 선생님을 찾아 나서는 일이 그의 일상이었다. 그리고 자리가 없어서 당황한 히노테와 같이 선생님을 찾으러 가면 히노테도 선생님의 지시를 따라 새로운 자리를 배정받을 수 있을 것이다.
“ 진짜? 그럼 가자! ”
히노테가 다행이라는 듯이 웃으며 말했고, 타츠야는 그에게 작은 미소를 보였다. 그들은 반에서 나와, 복도를 쭉 걸어서, 교무실에 도착했다. 문을 똑똑 두드린 뒤 타츠야가 히노테를 앞서 교무실에 들어갔다.
“ 先生?私たち、朝礼しないの? ”
교무실에는 서두르는 듯한 젊은 여자 선생님이 노트북과 각종 파일, 종이 더미를 혼자서 어찌어찌 들고 있었다. 몇몇 종이는 미처 잡지 못해서 여기저기로 날아갔고, 그녀의 머리카락은 펜을 이용해 서툴게 묶은 똥머리로 되어 있었다.
“ あ…あ!班長が来たんだ!”
타츠야는 그녀의 곁으로 가서 짐을 드는 것을 도왔고, 한편 히노테는 어색하게 교무실 입구에 서 있었다.
“ ありがとう、たつや! 아, 전학생이니...? ”
그녀가 영어로 서둘러 물었다. 히노테는 고개를 끄덕이며 ‘ 네 ’ 라고 답했고, 그들은 빠른 걸음으로 반으로 돌아갔다.
“ 가서 자기소개하고…! 여러 가지 설명해 줄게! “
그녀의 말에 히노테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은 복도를 뚫고 곧 반에 들어왔다. 선생님은 문을 손으로 짚은 채로 숨을 깊게 뱉었고, 한편 타츠야는 자신의 자리로 조용히 돌아갔다. 히노테는 선생님이 심호흡을 하는 것을 어색하게 지켜보았다.
“ 자… 자. 우리 전학생이 있어요…! ”
선생님이 중간중간 숨을 내쉬며 영어로 말했고, 히노테는 그녀를 따라 교탁으로 걸어갔다. 선생님은 마지막으로 심호흡을 한 뒤, 말을 이었다.
“ 미국에서 온 친구니까… 앞으로는 영어로 대화해 보도록 해요. 너희들 영어 성적에 도움이 될 거야…! ”
학생들 몇 명은 그녀의 말에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였고, 나머지 몇 명은 서로 수다를 떠느라 바빴다.
“ 그럼 히노테, 자기소개할래?... ”
선생님이 옆으로 움직여서 히노테는 교탁 앞에 서 있을 수 있었다. 그는 할 소개를 머릿속으로 정리하고, 말을 꺼내기 시작했다.
“ 이름은 요비타 히노테고… 미국에서 왔어. 일본어는 안녕하세요도 모르니까, 되도록 나한테는 영어로 말해주면 좋겠어! 어어… 그리고, 보다시피, 나는 백색증을 갖고 있어. 그러니까,... 알비노인거지. ”
히노테는 말을 멈췄다. 잠깐, 그의 증후군을 언급해야 할까? 위급 상황을 대비해 말하는 것이 좋겠지만… 그래도 왠지 ‘ 증후군 ’ 이라는 단어가 선뜻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 히노테, 증후군에 대한 얘기는 선생님이 일본어로 할까? 영어로 말하면 못 알아듣는 아이들이 많을 것 같아서… ”
선생님이 망설이는 히노테를 보고 권유했다.
“ 네, 그게 좋을 것 같네요. ”
히노테가 속으로 안심하며 뒷걸음질했다. 목소리를 높이며 선생님이 히노테 대신 교탁으로 나와 일본어로 설명했다.
“ だから、ひのてに何かあったら、まず僕と保健の先生を呼んでね、わかった? ”
학생들이 대체로 고개를 끄덕였고, 히노테는 약간의 안도감을 느꼈다. 안도감이 사라지자 그의 마음에 남는 것은 불안밖에 없었지만. 마사키에게 증후군에 대해 말한 적이 없다. 마사키가 뭐라고 반응할까.
히노테는 마사키의 눈치를 보았다. 마사키는 히노테의 시선을 눈치채고, 작은 미소로 답했다. 별 신경을 쓰지 않는 것 같다. 다행히도. 미국의 누군가와는 다르게...
“ 자…! 그럼 자리는… 히노테랑 친한 애 있니? ”
마사키가 손을 살짝 들었고, 선생님은 마사키의 손을 보았다.
“ 그럼 마사키가 맨 뒷자리니까… 마사키 뒤에 책상 가져가서 앉을래? 저기 모서리에 남는 책상이랑 의자 있어! ”
히노테는 고개를 끄덕였고, 그와 선생님은 교실의 뒷 쪽으로 가서 의자와 책상을 밀기 시작했다. 교실에는 책상을 끄는 소리가 퍼졌고, 곧 책상은 마사키의 뒤에 도착했다.
“ 여기 앉으면 돼…! 우리 반에 학생이 별로 없지? 히노테는 전학 온 거니까 가장 마지막 번호인 12번이야- 그리고 교과서는 선생님이 사물함에 넣어 놨어. 동아리는 필수는 아닌데, 관심 있으면 교무실에 찾아와. 궁금한 거 있니? ”
히노테는 고개를 저었다. 사실 딱히 궁금한 것도 없었다. 어차피 수업을 들어봤자 알아듣기 힘들 게 뻔했다. 모두 일본어로 진행될 테니까. 학급 번호와 교과서도 이미 받았으니, 궁금했던 것들은 다 해결된 셈이었다.
타이밍을 딱 맞춰서 어딘가 익숙한 멜로디가 반에 울려 퍼졌다. 쉬는 시간을 알리는 학교 종이다. 선생님은 아무런 예고 없이 조용히 반을 빠져나간 것 같다. 반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얼마나 바쁘시면…
히노테는 가방을 책상 옆에 걸어둔 뒤, 몸을 돌려 사물함들을 보았다. 교실의 뒤편에는 사물함이 두 줄로 정렬되어 길게 늘어서 있었다. 히노테는 자신의 번호, 12번을 떠올리며 가장 오른쪽에 있는 사물함으로 향했다. 사물함을 열어보니 두껍고 무거워 보이는 교과서들이 차곡차곡 쌓여 있었다.
이걸 다 공부해야 한다고? 교과서의 두께와 양에 놀란 히노테는 교과서들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적어도 300페이지는 돼 보였다. 한참 동안 사물함 안을 응시하던 히노테를 발견한 마사키는 그를 향해 조용히 걸어갔다.
마사키는 아무 말 없이 히노테의 사물함 안으로 손을 뻗어 교과서를 한꺼번에 모두 들었다. 그는 교과서들을 히노테의 책상에 올려 둔 뒤, 책상 서랍에 하나하나 차곡차곡 넣어서 보관했다.
“ 교과서가 좀 두껍지? ”
“ ‘ 조금? ‘ 많이 두꺼운데? ”
교과서로 꽉 채워진 책상 서랍을 보고 히노테가 경악했다. 마사키는 히노테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인정했다.
“ 맞는 말이야. 그래도 할 만 해. 아마도- "
책에 나오는 ' 카나즈키 유우마 ' 는 안젤라 [ Angella ] 님의 캐릭터입니다.
안젤라님에게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