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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재입원 - 2

その夏、私たちが残したもの

by KRG




아침의 햇살은 병실을 채웠지만, 히노테는 여전히 눈을 감은 채로 자고 있었다.



아침의 햇살은 부드럽게 병실 창문을 통해 스며들었고, 희미한 금빛이 바닥과 벽을 따뜻하게 물들였다. 그러나 히노테는 여전히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그의 얼굴은 평온해 보였지만, 창백한 피부와 가늘게 떨리는 속눈썹이 그가 겪은 고통을 보여주고 있었다.

의료기기의 단조로운 소음이 병실의 고요함을 더욱 강조했고, 창밖에서는 새들이 지저귀며 봄의 시작을 알리고 있었다. 하지만 히노테에게는 그 모든 소리가 닿지 않았다. 그의 숨결은 규칙적으로 이어졌고, 손끝은 미세하게 움찔거리며 무언가를 꿈꾸는 듯했다.

간호사는 조용히 그의 병실 안으로 들어가 상태를 확인했다. 그녀는 그의 이마에 손을 얹어 상태를 확인한 뒤, 조용히 창문을 닫아 햇빛이 너무 강하지 않도록 배려했다. 히노테를 몇초 동안 바라보던 그녀는 다른 환자들을 확인하러 자리를 옮겼다.



또 다시 평화가 찾아왔다. 히노테의 어머니는 일을 하러 가셨고, 그 누구도 히노테의 곁에 있지 않았다. 조용히 숨을 고르며 잠을 자던 그는…

쾅!

…소리에 눈을 부릅 떴다.



“ 히노테? ”

요란한 등장에 비해 다소 조용한 목소리가 그를 깨웠다. 히노테는 스트레칭을 하며 천천히 일어났고, 고개를 돌려 그의 친구들을 보았다.

유우마, 레이… 타츠야, 류토랑 사토시… 어라? 마사키가 없다.

히노테는 일단 비몽사몽한 상태에서 깨어나기 위해, 침대 옆 책상에 올려져 있는 페트병에서 물을 마셨다. 물을 다 마신 그는 뚜껑을 닫고 물통을 다시 책상에 올려두었다. 한참이나 정신을 못 차린 상태로 그의 친구들을 바라보다가, 천천히 물었다.



“ 너네 왜 여깄어…? ”

유우마는 방 안으로 들어오며 책상 위 물통 옆에 녹차 한 병을 두었다. 선물인건가.

“ 병문안 왔지! 레이가 라인으로 설명해 줘서 오늘 오기로 했어. 아, 녹차는 마셔도 돼. 의사 선생님한테 물어봤어. “

히노테는 짧게 고맙다고 말한 후, 뚜껑을 연 뒤 녹차를 마시기 시작했다. 익숙한 녹차의 떫고 깔끔한 향이 히노테의 코를 찔렀다.

“ 고마운데… 마사키는? ”



방 안의 분위기가 갑자기 싸해졌다. 무슨 일이라도 생긴건가? 마사키가 왜 없는거지? 최근처럼 그룹에서 빠진건가? 그럼 나중에 보러 와 주려나. 히노테의 작은 희망은 친구들의 썩은 표정에 의해 꺼졌다.

“ 음… 그게- ”

류토가 말을 꺼내려고 시도했지만 다시 입을 닫았다. 그 누구도 대답하기를 꺼려하는 가운데 어색한 침묵이 그들 사이로 퍼져나갔고, 히노테는 참을성이 사라지고 있었다.



“ 그… 약간- 음, 화난 것 같던데… ”

화? 화 났다고? 마사키가? 히노테한테? 왜?

수많은 질문이 히노테의 머리를 뿌옇게 연기처럼 매웠지만, 곧 머리를 한 대 맞은 듯 무언가를 깨달았다.

회피. 히노테는 항상 마사키의 걱정을 회피했다. 다른 아이들이 괜찮냐고 물어보면 솔직하게 대답했지만 그가 괜찮냐고 물으면 대충 거짓말 쳤다. 아아, 그럴 수 밖에 없지. 다른 아이들은 이미 내가 아프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으니까 이번 사태를 어느정도 예상하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마사키는 아무것도 몰랐으니…

…그런데 이게 그렇게나 화 날 일인가… 히노테는 그저 마사키가 걱정되서 말을 안 했을 뿐이다.

아니야, 하노테, 아니. 마사키를 탓 할 일이 아니다. 괜히 짜증내지 말자.



“ …아… ”

나는 조용히 탄식했다. 타츠야는 먼저 나서서 침대 옆 의자에 앉았다.

“ 음, 정확하게 말하자면 마사키는 너가 최근에 아팠던걸 모르고 있더라고. 그래서 너가 병원에 있다고 말해줬는데, 왜 너가 마사키한테만 진실을 말하지 않았는지 의문이었나봐. 괜찮아, 마사키 원래 자주 화 내. 사토시랑 싸운 것도, 뭐, 일상이어서. 별 일 아닐거야. ”

히노테는 그 말을 아무렇지 않게 넘기고 싶었지만, 무언가가 그의 마음에 걸렸다.



류토 역시 고개를 끄덕이며 타츠야의 말에 공감했다.

“ 걔 원래 화 엄청 자주 내! 하루만 지나면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대하지만. ”

“ 마사키가 화를 자주 내? 게다가 별 일 아닐거라니? ”

히노테가 조용히 물었다. 처음에는 그저 의문에 물었지만 타츠야의 말을 더 곰곰히 생각해 보니 화가 치밀어 올랐다.

“ 걔랑 같이 다닌 몇 주동안 우린 단 한 번도 다투지 않았어. 그런데 그런 마사키가 화를 자주 낸다고? 이에 대해 한 번도 의문을 갖은 적이 없는거야? 걔가 왜 화를 내는지 스스로에게 물어 본 적이 있기는 해? ”



그는 지난 일주일동안 조용하던 마사키를 떠올렸다. 마사키는 처음 만났을 때부터 활발한 아이였지만, 사토시랑 싸운 이후로 정말 어딘가에 상처를 받았는지, 말을 왠만하면 꺼내지 않았다. 다른 아이들을 피해 다니는 마사키를 생각해 보니 히노테는 마음이 아팠다.

하지만, 뭐? 자주 있는 일이라고? 마치 마사키의 감정들을 신경도 쓰지 않는 눈치였다. 누군가가 자주 화를 낸다면, 그의 감정들에 무관심해지기 보다는 화를 내는 이유부터 찾아야 하지 않을까?



“ 그리고 사토시… 미안한 말이지만 나를 보호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나는 혼자서도 잘 살 수 있거든. 게다가 너가 한 말들 때문에 마사키가 얼마나 상처 받았는지 알기나 해? 너야말로 마사키를, 아니, 우리를 친구로 생각하기는 하는거야? ”

히노테는 사토시가 마사키에게 한 말을 역으로 사용했다. ‘ 우리를 친구로 생각하기는 하는거야? ’ 사토시가 한 폭언에 대해 모르는 다른 아이들은 조용히 히노테의 말을 들었지만, 사토시는 움찔했다. 그는 ‘ 어떻게 알았지? ’ 라고 묻는 표정, 흔들리는 동공과 함께 히노테를 보았다.



“ … ”

히노테는 짧게 숨을 내쉬며 다시 천천히 입을 열었다.

“ 다들 너무해… 마사키가 너희를 피해 다니는데 막상 너희는 신경도 안쓰고… 물론 나도 최근에는 마사키랑 말을 많이 섞지는 않았지만… ”

머리가 아파오기 시작했다. 히노테는 이기적이었다. 그도 잘 안다. 그야말로 마사키를 거의 피하듯이 대했는데, 왜 별 잘못 없는 친구들에게 화풀이를 한 것일까. 이거야 말로 히노테는 의문이었다. 테이블에 올려져 있는 그의 핸드폰을 쥐고, 마사키에게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분위기가 다소 무거운 방이 전화음으로 꾸역꾸역 채워졌다. 몇 분이 지나도 그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막막했다.



히노테는 천천히 핸드폰을 내려놓았다. 여전히 무거운 분위기가 방 안을 짓눌렀다. 누구도 먼저 입을 열지 않았다. 히노테는 속으로 짧게 욕하며 거의 억지로 웃었다. 갑자기 화를 내는게 아니었는데.

“…뭐야, 다들 너무 조용하잖아.”

히노테가 어색한 긴장을 깨기 위해 일부러 가볍게 말했다. 그러나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친구들은 눈을 피하며 애매한 표정을 지었다. 히노테는 머리를 긁적이며 미안한듯 웃었다.

" 야, 내가 막 뭐라고 해서 그런 거야? "



텐션을 높이려는 히노테의 노력을 눈치 챈 유우마가 애써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 아냐, 그냥… 생각 좀 하느라. 네 말이 맞는 것 같기도 하고… 미안하잖아. "

하지만 유우마의 위안, 그 말이 더 찝찝했다. 히노테는 이 분위기가 싫었다. 이대로 있다가는 더 이상 견딜 수 없을 것 같았다. 그의 속이 꽉 쪼이는 기분이었고, 그의 손가락을 자동적으로 꽉 주먹을 만들었다. 그는 곧 펑 터질 예정이었다.



" 됐어, 그만해. 어차피 내가 마사키랑 직접 얘기해볼 거니까. 너희들은 걱정 말고! 나도 갑자기 화내서 미안해. 갑자기 너무 당황스러워서… 잘못한건 난데, 그치? "

히노테가 친구들의 걱정을 덜어내며 목소리를 가다듬고 말했다. 그는 이 처참한 분위기를 깰 재미있는 주제를 생각해 보다가, 어느 아이디어가 그의 머리 속에서 전등처럼 탁 켜졌다.

" 그보다, 나 없을 때 무슨 재밌는 일 없었어? "



타츠야가 망설이다가 입을 열었다.

" 음… 사실 별일 없었어. "

히노테는 장난을 치며 피식 웃었다.

" 거짓말 치고 있네. 너희가 조용할 리가 없잖아- "

" 진짜로. 그냥 다들 바빴어. 좀 있으면 기말고사잖아."

" …그래? "



그 대화조차도 어색했다.

히노테는 무언가 더 말해야 할 것 같았지만, 마땅한 말을 찾을 수 없었다. 마사키의 부재가 너무도 크게 느껴졌다. 친구들은 별일 아니라는 듯이, 상황을 회피하려는 듯,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른다는 듯 행동했지만, 그는 그게 거짓말이라는 걸 알았다.

모두 알고 있었다.

모두 처음부터 이미 알고 있었을 것이다. 마사키가 왜 화가 났는지, 그리고 그가 왜 감정들을 말로 표현하지 못했는지. 그리고 그의 상처가 얼마나 심한지. 하지만 아무도 이에 대해 제대로 이야기하지 않았다. 만약 정말 마사키를 걱정했다면 지금 쯤 전화를 시도하거나 마사키를 찾으러 갔겠지.

마사키의 분노를 당연하게 여기는 친구들이 답답했다. 그래, 마사키가 화를 자주 냈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말을 즉슨 그가 자주 상처를 입었다는 말이다. 그리고 그가 지금까지 잘 버틸 수 있었던 이유는 상처들이 조그만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은 달랐다, 사토시가 마사키에게 한 말들은 마사키의 심장을 명중했다.

…하지만 그제서야 히노테는 알아챘다. 마사키를 회피하려 한 것은 그의 친구들뿐만이 아니었다는 것을. 히노테도 별 다를 점 없었다. 히노테도 마사키의 상처를 이미 잘 알고 있었지만, 항상 무슨 일이 닥칠 때마다 넘어가기만 했다. 자신이 하찮게 느껴졌다. 친구들에게 화낼 일이 아니었다. 그야말로 정신을 차려야 했다.



" …뭐야, 다들 기운 없네. 내가 없으니까 재미가 없었구나? "

히노테는 현실을 잊으려는 노력으로 억지로 장난스러운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친구들도 따라 웃었지만, 어딘가 어색한 웃음이었다.

이제 예전처럼 돌아갈 수 있을까?

히노테는 창밖을 흘깃 바라보았다. 바람이 나뭇가지를 흔들고 있었다. 이렇게 쉽게 흔들리는 관계라면, 애초에 단단했던 적이 있었던 걸까?

그는 이 어색한 분위기를 어떻게든 풀어보려 했지만, 속으로는 그 누구보다도 답답함을 느끼고 있었다.





“ 시카 누나? ”

아이들이 병실에서 떠나고 몇분 뒤 히노테는 조심스럽게 시카에게 전화했다. 현재로서 마사키에게 전화를 시도하는 것은 무리인 것 같았다. 마사키도 생각할 시간이 필요할 테니까. 그래서 히노테는 시카에게 전화해서 마사키의 상태를 확인하려 했다. 마사키를 제일 잘 아는 사람인 만큼, 시카가 그나마 믿을 만 했다.

히노테는 시카가 화를 내면 어떡하지 내심 걱정했다. 마사키는 시카에게 소중한 사람이다. 마사키가 상처를 받으면 시카는 당연히 화가 날 것이고, 누가 마사키에게 상처를 줬는지 찾을 것이다. 그런데 마사키에게 상처를 준 사람이 히노테라면… 시카는 어떻게 반응할까.



초조한 마음으로 기다린 결과, 시카가 전화를 받았다. 다소 활기찬 시카의 목소리가 핸드폰의 기계음으로 들려왔다.

“ 응, 히노테? 폐렴 걸렸다며. 괜찮아? ”

히노테는 목의 사용을 최대한 줄이며 조용히 답했다.

“ 약간 힘들긴 한데 버틸 만 해요… 저, 근데 시카 누나- ”



히노테는 마지막으로 숨을 깊게 들이쉬고 거의 자백하듯이 물었다.

“ 저, 그, 다른 아이들이 알려줬는데, 마사키가 저 때문에 화가 났다고 해서… 사실 요즘 마사키가 사토시랑 싸운 이후로 다른 아이들과도 말을 거의 안 섞어서 걱정하고 있었는데… 그, 마사키한테 부담이 될까봐… 제 걱정 할까봐 제 건강 상태를 일부로 숨기고 있었거든요… 다른 아이들한테는 솔직히 아프다고 했는데, 마사키한테만 거짓말을 쳐서, 이거 때문에 상처를 받은건지… 조금 헷갈려서.. 그… ”

히노테가 중얼중얼 말을 늘어놓았고, 시카는 그의 말에 집중하며 들었다.



“ 음, 그러니까, 너가 아팠었는데 마사키가 괜찮냐고 물어도 괜찮다고 거짓말 쳤다는 거지? ”

히노테는 뻘쭘하며 조용히 ‘ 네 ‘ 라고 답했다. 시카는 화를 내지 않고 대신 상황을 침착하게 풀어나가기 시작했다.

“ 마사키는 너 걱정하던데? 물론 걔가 워낙 슬픈 티를 안 내는 성격이긴 하지만. 나중에 내가 말 잘 해볼게, 걱정하지 마. 그렇다고 너무 안심하진 말고, 너도 나중에 전화하던가 사과는 해야지? “

히노테는 휴 숨을 내쉬며 방긋 웃었다. 역시 시카 누나다.

“ 네, 당연하죠. ”



시카는 작은 소리로 흠 웃었다. 그녀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한 층 부드러웠다.

“ 그래,... 너도 많이 당황했을 거다, 그치? 넌 그냥 마사키가 걱정되서 말을 안 한건데. ”

히노테는 그 말이 약간의 위로로 느껴졌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대한 그의 불안을 조금 덜어주는 듯 했다. 그가 말을 하기 전에 시카는 다시 입을 열었다.

“ 그런데 그거 알아? 마사키가 제일 싫어하는게 선의의 거짓말이다. 좀 긴 이야기이긴 한데-... “



시카가 말을 잠시 멈추자 히노테는 다시 정신을 잡았다. 마사키가 제일 싫어하는 게 선의의 거짓말이라고? 그럼 히노테는 정말 실수한 걸까.

“ 사실 내가 천식이 있는데, 어느 날 아침에 숨이 잘 안쉬어 졌어. 마사키가 병원 가야 하는거 아니냐고 걱정하길래 나는 그냥 약을 먹고 괜찮을 거라고 말했는데, 결국 발작이 심해져서 병원에 실려갔거든. 그 이후로… 몇 번이나 나보고 왜 그랬냐고... 막 울면서… 에휴, 쟤도 애기야. 울보. 하하. “

“ 뭐, 어쨌든 그런 경험이 있으니까 쟤도 겁나서 일단 화가 났겠지. 그런 만큼… 화해하기 쉬울지는 모르겠다. 네가 말했잖아, 마사키가 요즘 다른 애들 피한다며? 그런데 너가 마사키만 빼고 모두한테 아프다고 털어 놨던 거면, 마사키도 오해 할 수 있겠지. 너가 피하는 거라고. 너랑 친구들이 작정하고 같이 마사키를 피하는 거라고. ”



히노테는 시카의 말을 곱씹으며 천천히 숨을 내쉬었다. 그렇다면 정말 자신이 마사키를 피하는 것처럼 보였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의도는 아니었는데… 마사키는 아마도 자기 혼자만 모른다는 사실에 배신감을 느꼈을 것이다.

“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

그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시카라면 마사키의 마음을 더 잘 알 테니까.



“ 음… ”

시카는 잠시 생각하더니 말을 이었다.

“ 일단 직접 사과하는 게 제일 중요하지 않을까? 쟤가 화났다고 해서 무작정 피하면 오히려 더 오해만 커질 거야. “

“ 사과는 할 생각이에요. 그런데… 마사키가 아예 전화를 안 받는데요. ”



히노테가 한숨을 내쉬며 대답하자, 시카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 그럼 직접 찾아가야지. ”

“ 찾아가라고요? ”

“ 응. 네 몸이 좀 안 좋기는 하지만, 네가 직접 가서 마사키 얼굴 보고 사과하는 게 제일 확실하지 않겠어? 말로 전하는 거랑 직접 행동으로 보여주는 거랑은 다르잖아. 퇴원하면 한번 유히야로 와. 걔 부모님들이 볼 일 때문에 도시로 나가서 요즘 유히야 다락방에서 살아. ”



시카의 말에 히노테는 잠시 고민했다. 몸이 아직 완전히 회복된 건 아니었지만, 퇴원하면 그 정도는 감수할 수 있었다.

“ …알겠어요. 내일 퇴원하면 바로 마사키를 찾아갈게요. “

“ 그럼 됐어. ”

시카는 흡족한 듯 말했다.



“ 근데, 누나. ”

“ 응? “

“ 혹시 마사키가… 저랑 이야기하고 싶어하지 않으면 어떡하죠? ”

히노테의 걱정스러운 물음에 시카는 잠시 침묵하다가, 다정한 목소리로 답했다.

“ 그럼 조금 기다려. 마사키가 완전히 화가 풀릴 때까지 시간이 걸릴 수도 있어. 걔도 삐지면 제대로 삐지거든. 완전 애야, 애. 하지만 네가 진심으로 사과하면, 결국은 널 다시 받아줄 거야. ”



그 말에 히노테는 마음이 조금 놓였다. 맞다, 마사키는 쉽게 상처받고 쉽게 화내지만… 그만큼 마음이 따뜻한 애였다. 진심을 전하면, 다시 예전처럼 지낼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이 생겼다.

“ 네, 고마워요. 시카 누나. ”

“ 고맙긴. 마사키는 제일 다루기 어려운 애야. ”

두 사람은 짧게 웃었다. 히노테는 짧은 인사와 함께 통화를 끊은 후, 창밖을 바라보았다.


이제, 히노테가 해야 할 일은 하나다. 마사키를 직접 만나, 솔직하게 사과하는 것. 그게 얼마나 어려울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히노테는 할 거다. 반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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