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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대화

その夏、私たちが残したもの

by KRG

끔찍히 어색했다.

주말에 퇴원하자마자 히노테는 유히야로 향했다. 평소에 비해서 더욱 따갑게 느껴진 햇살을 히노테의 하얀 피부를 파고들어 심장에 박혔다. 가슴이 꽉 조이는 느낌을 갖고 어두운 발걸음을 하나 둘 씩 떼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이게 맞는 선택인 듯 했다.

이런저런 걱정을 하는 가운데 집에서 유히야까지의 거리는 너무나도 가까워보였다. 너무나도 빨리 도착해버린 히노테는 마음의 준비를 하지도 못했다. 뭐라고 사과해야 할까? 평소에 무시해서 미안했다고? 아니, 그런데 히노테는 마사키를 무시한게 아니잖아. 그럼… 사실 마사키가 히노테에 대해 걱정하는게 싫어서 거짓말을 쳤다고? 그냥 핑계처럼 들렸다.



히노테는 시카가 그에게 해준 말을 다시 한번 차근차근 정리했다. 그래, 뭐 어려울 게 있겠어. 그냥 진실을 말만 하면 되지. 그럼 마사키도 한 번 쯤은 히노테를 이해해 줄 수도…

히노테는 한숨을 내쉬며 낡고 낡은 미닫이문에 손을 내려놓았다. 막상 들어가려니까 발걸음이 쉽게 떼지지 않았다. 그 때, 미닫이문이 확 열렸다. 히노테는 순간 깜짝 놀라 손을 문으로부터 뗐다. 설마 마사키인가?



“ 응? 히노테 벌써 다 나았어? 다행이네! ”

익숙한 금발과 머리카락이 자라서 조금씩 보이는 원래의 갈발. 그리고 그런 머리카락을 반 정도 묶은 헤어스타일. 시카였다.

“ 안녕하세요 누나- 죄송해요, 아직 말을 많이는 못 해서… ”

작은 기침이 히노테의 말을 끊었고, 시카는 헤헤 웃으며 마치 어린아이를 대하듯 그의 마리를 툭툭 쓰다듬었다.

“ 그래, 알겠어. 아무 말도 안해도 돼. 일단 들어오지? ”

시카가 말하며 천천히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그런 그녀의 뒤를 히노테가 따랐다.



“ 마사키 보러 온거 맞지? 걔 다락방에 있어. 잠만- ”

시카는 가게 모서리에 있는 계단으로 향했다. 항상 가게의 위층에 뭐가 있는지 궁금했던 히노테는 시카를 유심히 바라보았다. 낡은 가게가 아니랄까봐, 시카가 계단을 한 걸음 한 걸을 올라갈 때마다 나무로 만들어진 판이 삐그덕거렸다.

“ 匡樹〜、お客さん来てるよ。誰か見においでよ〜 ”

시카가 마사키를 부르며 소리치자, 계단 위에서 거친 목소리가 울렸다.

"....お客...? ちょっと待って... “



히노테는 쭈뼛쭈뼛 시카에게 다가갔다. 시카는 약간의 미소와 함께 계단에서 내려왔다.

“ 조금만 기다리래. ”

항상 앉아있는 카운터로 그녀가 향했다. 히노테는 그녀의 가벼운 걸음을 멍하게 쳐다보았다. 그도 시카처럼 마사키의 마음을 쉽게쉽게 이해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과 함께. 뭐, 시카도 마사키랑 익숙해 지는데 시간이 걸렸으려나. 하지만 그러기엔 둘이 너무 어린 나이부터 만났었다. 그 둘은 서로 뭐라고 생각할까. 히노테에게도 시카같은 친구가 있을까.

히노테가 너무 멀뚱멀뚱 시카를 쳐다본 탓에 그녀는 그의 시선이 불편했는지 이어폰을 귀에 꽂았다. 히노테 역시 눈치를 챈 뒤 시선을 옮겼다.



“ 너무 긴장하진 마. 쟤도 너랑 싸우고 싶지는 않을 테니까. 말 실수만 심하게 하지 말고! ”

유독 불안해 보이는 히노테를 시키가 관찰하며 위로를 건냈다. 그래, 큰 실수만 안하면. 몇 분 후, 마사키가 나오지 않자 시카는 다시 다락방 문을 향해 소리쳤다.

“ 準備できた?お客さんを入れるよ!”

“ …うん。”



시카는 들어가도 좋다는 시그널의 의미로 히노테에게 작은 윙크를 보였다. 히노테는 그녀의 표정에 미소를 지으며 엄지를 올렸고, 곧 낡고 낡은 계단을 타고 올라갔다. 계단 위에는 작은 문이 있었다. 그래도 꽤나 자주 쓰였는지 문 자체는 깨끗해 보였다. 히노테는 숨을 마지막으로 깊게 들이 마쉬고 문에 노크를 한 뒤 문을 열었다.

“ 마사키? ”

마시키는 대충 이 상황을 짐작했다는 듯이 다락방 바닥에 깔려 있는 이불에 앉아 있었다. 그는 막 자고 일어난 듯한 표정과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하고 있었다.

“ 히노테네. ”



“ 응… ”

히노테는 마사키 옆에 자리를 잡으며 대답했다. 방은 꽤나 깔끔했고, 작은 창문이 생각보다 넓은 다락방을 밝혔다.

“ 그래도 찾아와 줘서 고마워. 솔직히 너라면 피할 줄 알았는데. ”

너라면?



히노테는 그 문장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했다. 너라면이라니… 하지만 잠시 생각해 보니 마사키도 충분히 그렇게 생각할 만 했다. 고의는 아니었지만 히노테가 최근에 마사키를 피해 왔던 것은 사실이니까.

“ 솔직히 이해가 안돼. ”

마사키가 한참동안 침묵을 유지하다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 언제는 친근히 다가와주고 언제는 마치 도망치는듯 피하고. 당황스럽다고 해야하나… 너가 뭘 생각하는지도 모르겠고 친구인지도 모르겠고 그냥 다 모르겠어. ”



히노테는 이해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만했다.

“ 알아, 미안. 그런 의도는 아니었는데… 나도 널 챙겨주려고는 했지만 동시에 다른 애들을 피하기도 그렇고. 노력은 했는데 마음대로 되지는 않더라고. ”

마사키는 아직도 이해가 안된다는 눈치였다.

“ 그럼 왜 나한테만 아프다고 말을 안한건데? 다른 애들 말 들어보니까 다들 네 감기에 대해서 알고 있는 것 같았는데... 나만 안 알려준 이유가 뭐야? ”



히노테는 시야를 돌렸다.

“ 그냥… 사토시 문제도 그렇고 너가 요즘 고민이 많아보이길래 나까지 걱정하게 만들고 싶진 않았어. ”

마사키는 섭섭하다는 듯 히노테를 바라보았다. 고개를 돌린 히노테의 뒤통수는 하얀 머리카락으로 가려져 있었다.

“ 난 너 걱정도 하면 안되냐? 사토시 문제는 사토시 문제고. 너랑 상관도 없는데. 사토시가 나보고 우리가 친구이기는 하냐고 물어본 이후로… 왠지 너가 나를 친구로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아서. ”



히노테는 한숨을 휴 내쉬었다. 그의 의도는 이게 아니었는데…

“ 아니, 그게 아니라, 나는 그냥 너가 걱정할 까봐 그런거야. 너 힘들게 하고 싶지 않았다고. ”

“ 그걸 왜 너가 판단하냐고. ”

마사키가 히노테의 말을 끊었다.



“ 솔직히 말하자면 너가 오기 전에도 나랑 다른 애들은 엄청 친하지는 않았어. 뭐,... 겉으로는 그렇게 보일 수도 있었겠지만, 그 속에 어느 긴장감이 있다고 해야하나… 항상 정신만 차려보면 나만 멀리 떨어져 있고, 다른 애들의 웃음소리는 귀에 들리지도 않고. 그래도 걔네가 없으면 나는 아무것도 아니었으니까 일단 살아남고 봤지. “

“ 내가 친해지지 못한걸 걔네 탓 하긴 싫어. 내가 더 노력했을 수도 있었겠지. 아님 애초에 내 피부를 설명했던가. 내가 죽어도 피부를 안 보여줬으니까 걔네도 의문스러웠겠지. 너가 온 이후로 그래도 너는 알아줄 줄 알았는데. 애초에 피부 공개의 문제가 아니었던걸까? ”

마사키가 중얼거렸다. 히노테는 그런 그를 보면서 과거의 자신을 떠올렸다.



“ 내 생각엔 피부 공개의 맞는 것 같은데… ”

히노테가 그의 과거를 생각하며 속으로만 생각하려던 것을 입 밖으로 뱉어버렸다. 마사키는 그를 보았다. 그의 눈은 약간 찡그려져 있었다.

“ …그래도… ”

그는 곧 말이 없어졌다. 어라, 히노테가 실수한 것일까. 아님 마사키가 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걸까.

…아니면 마사키가 무언가를 깨달은 걸까?



“ 아니, 난 그냥 비슷한 걸 겪었으니까 도와주려는- ”

히노테가 어색하게 웃으며 횡설수설하려고 했지만 마사키의 표정이 그를 멈추었다. 앞머리 아래로 작게 파들거리는 그의 눈과 찡그려져 있는 그의 눈썹은 그가 깊은 생각에, 아니, 어쩌면 스트레스에 빠져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있었다.

“ 내 잘못이었어. ”

그가 끝내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히노테는 그의 모습을 보며 눈을 살짝 찌푸렸다. 그런 의미는 아니었는데-




히노테는 어딘가 답답한 마음으로 유히야를 나와 집으로 향했다. 잘 대화했냐고 물어보는 시카의 질문에 그는 대충 ‘네’라고 대답한 뒤 도망치듯 가게를 나갔다. 그의 머리는 복잡해서 아플 수준이었고, 오늘따라 그의 목이 아픈 것 같았다.

그는 하염없이 눈 앞에 보이는 길을 따라서 걸었다. 그 길이 그를 어디로 데리고 가는지는 상관 없었다. 그저 어딘가로 도망가고 싶었다. 와중에 붉은 노을은 그의 걱정을 무시하는 듯 했다.

아무래도 일본이 미국과 별 차이가 없는 것이 맞는 것 같다. 히노테라면 어느 나라로 도망가든 항상 실수를 저지르고 말 것이다. 여기저기 뒤엉킨 인간 관계의 실 사이를 폴짝폴짝 뛰어다니며 피하다가 결국 걸려서 얼굴을 바닥에 쾅 박을 것이다. 장소나 나라의 문제가 아닐 수도 있다. 그저 히노테의 문제일 수도.



그렇게 정신없이 걷다보니 작은 파도소리가 그에게 들려왔다. 바닥을 쳐다보며 길을 걷고 있던 히노테의 눈에는 물에 젖은 크고 작은 돌들이 보였다. 그는 바닥으로부터 고개를 살짝 들어서 물이 첨벙거리는 소리가 흘러나오는 쪽을 쳐다보았다.

자갈과 돌로 메워진 땅 너머로는 짙은 곤색의 바다가 일정한 리듬을 탔고, 이에 따라 만들어진 파도가 돌에 부딪히고 있었다. 그 파도를 가로지르고 바다에 동동 떠 있는 여자는 조용히 바다의 파도를 즐기는 듯 했다.

히노테는 몸을 돌려 다시 그의 집으로 향하려고 했다. 아무 생각 없이 길을 걸어다니다가 길을 잃게 생겼다. 안그래도 해가 져서 점점 어두워지는데…



…어라, 여기가 어디지.



히노테는 한숨을 푹 쉬었다. 도통 잘 해결되는 일이 없었다. 그의 뜻대로 되는 일이 하나도 없었다. 그는 마음을 정리하며 몸을 돌려 그 여자를 보았다.

“ 저… ”

적어도 그 여자는 그보다 하나미즈라를 더 잘 알겠지. 히노테의 부름에 그 여자는 고개를 돌렸다. 푸른 눈동자와 집게핀으로 묶은 진하고 진한 흑발, 그리고 그 흑발 속으로 보이는 푸른색으로 염색된 머리카락. 어딘가 익숙한 사람이었지만 해가 벌써 진 탓에 정확히 누군지 알아보기는 어려웠다. 특히 증후군 때문에 시각이 안 좋아서.



“ え? ”

그녀가 고개를 돌며 물었다. 그녀 역시 어두운 바다에서 그가 누군지 알아채기 어려웠는지, 실눈을 뜨고 한참동안 히노테를 쳐다보았다. 한편 히노테는 그저 이 상황이 싫었다. 마사키와의 대화가 잘 이루어진 것도 아니고, 아무 생각 없이 걷다가 길을 잃어버린 것도 그렇고. 심지어 누군지 잘 모르겠는 사람한테 길을 영어로 물어봐야 하는 상황이 그저 싫었다.

“ 아, 히노테 아닌가? ”

그녀의 다소 큰 목소리가 히노테의 귀를 찔렀다. 그가 아는 사람인가? 그럼 정확히 누구지?



그 여자는 바다에서 나와 커다란 돌에 얹어져 있던 수건을 어깨에 감쌌다. 그녀의 몸에서 물이 뚝뚝 떨어져 건조했던 자갈들을 짙은 색으로 물들였다. 그녀는 그저 평상복을 입고 수영복 따위는 입지 않고 있었다.

“ 맞는데… 혹시 내가 아는 사람이야? 미안, 내가 눈이 안 좋아서. “

그가 조용히 물었다. 다시 생각해보니 그저 핑계처럼 들렸지만, 그녀는 그의 말을 믿고 활기차게 답했다.

“ 아, 난 사야카야. 같은 반! ”



사야카는 히노테에게 왜 그녀를 불렀는지 설명할 시간을 주었다. 히노테는 잠시동안 그녀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그는 그녀를 반에서 남자애들과 몸싸움을 자주 하는… 그저 시끄러운 여자아이 정도로 밖에 생각하지 않았었다. 화장 따위도 하지 않고, 교복도 항상 엉터리로 입는 데다 단정함이라곤 하나도 찾아볼 수 없는 여자아이.

“ 아, 사야카. 그, 내가 어쩌다 보니까 길을 잃어버려서… ”

히노테가 우물쭈물 말했다. 그는 솔직히 말하자면 사야카를 좋게만 보지는 않았었다. 항상 시끄럽고, 소란만 일으키고, 아이들과 몸싸움하고. 물론 히노테 그도 조용한 사람은 아니었지만, ( 사실 떠드는 것도 좋아하고 꽤나 시끄러운 사람이지만, ) 사야카는 뭐랄까, 너무 시끄러웠다.



“ 길? 내가 데려다 줄까? 좀 어둡긴 한데, 뭐, 난 상관 없어- ”

하긴 정말 좀 어둡긴 했다. 유히야에서 마사키랑 대화, 아니, 다투는데 시간을 얼마나 보낸걸까. 히노테가 실수를 저지른 후 마사키에게 위로답지 않은 어설픈 위로를 해주느라 벌써 저녁이 된 모양이었다. 하지만 그런만큼 저녁에 마을을 돌아다니는 것은 위험해 보였다. 사야카가 히노테를 집까지 데려다 준다면 그 때는 정말 깜깜할 것이다. 사야카가 그 어두운 밤을 뚫고 그녀의 집까지 가기엔 위험해 보였다. 물론 그녀는 상관 없다고 주장했지만.



“ 너 괜찮겠어? 그, 나 길 찾아주다가 너무 어두워지면… ”

“ 난 괜찮다니까~ 뭐, 정 너무 걱정된다면… 음, 여기 근처에 누가 살더라… 나밖에 없네. 내 집에서 자고 갈래? ”

“ …뭐? ”

“ 왜? ”

“ …아니다, 아냐. 그냥 나 혼자 집 갈게. 너도 빨리 너 집 가. 위험하니까. “

“ 왜, 그러다가 길 또 잃어버려서 산 짐승한테 잡아 먹히게? ”

“ 너무 극단적이잖아..! ”



그들이 말다툼하는 동안 주변은 점점 더 깜깜해졌다.

“ 그럼 어떡할건데! 데려다 줘? 집 어딘데? ”

“ 그냥- 유히야까지만 데려다 주면 안돼? ”

“ 유히야?! 너 어쩌다 여기까지 왔냐? ”

“ 멀어? ”

“ 엄청!! ”

히노테는 당황스러웠다. 이제 진짜 어떻게 하지. 그는 핸드폰을 찾기 위해서 후드티의 주머니를 뒤져봤지만 아무것도 잡히지 않았다.



“ 혹시 핸드폰이라도 있어? ”

“ …두고 왔는데. ”

히노테의 머릿속에는 오직 하나의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 어떡하지? ’ 정말 모든 일이 그의 뜻대로 풀리지 않았다. ‘ 아아, 신이 있으시다면, 제발 이 혼란들을 멈추어 주세요. ’ 그리고 히노테의 간절한 기도는 먹히지 않았다. 정말, 오늘 하루를 통틀어서 잘 해결된 일이 하나라도 있을까? 연달아서 일어나는 불행에 억울한 마음이 든 히노테는 울컥했다.

“ …어떡하지. ”



“ 그냥 집에 들렀다 가라니까! 아니면 내 집에 핸드폰 있으니까 거기서 부모님 전화하던가! ”

“ 민폐일까봐 그렇지… “

“ 괜찮대도! 아잇, 그냥 이리 와 답답해 죽겠네!”

사야카가 히노테의 손목을 잡고 그를 이끌었다. 워낙 그녀가 힘이 센건지, 손목에 가해진 압력은 그를 악 소리지르게 만들었다. 또 멍이 들게 생겼다. 한편 사야카는 히노테의 고통을 무시한 채 그를 어딘가로 끌고 갔다.





손목이 타들어가는듯이 아팠다. 하지만 사야카는 멈추지 않았고, 결국 그들은 사야카의 집에 도착했다.

“ 자! 들어와! ”

그녀가 드디어 히노테의 손목으로부터 손을 때며 집의 앞문을 열었다. 히노테는 서둘러 손목의 상태를 확인했다. 역시 벌써 붉은색으로 물들여져 있었다. 가볍게 건들었지만 워낙 멍의 크기도 크고 상태도 심각했는지, 히노테는 순간적인 고통에 눈을 찡긋거렸다.

“ 안들어와? ”

사야카는 멍을 제대로 보지 못했는지 눈을 가늘게 뜨고 히노테를 바라보았다. 히노테는 그녀의 부름에 깜짝 놀라 반사적으로 소매를 내려 멍을 가렸다. 곧 그는 사야카를 따라 집 안으로 향했다.



집 안은 노란빛 전등으로 환하게 밝혀져 있었다. 시원시원한 사야카의 성격과는 대비되는 집의 따스함이 히노테를 포옹했다.

“ 사야카? 行ってきましたか?”

짧은 흑발의 여성이 현관 쪽으로 걸어오며 물었다.

“ はい〜 앗, 여기는 히노테라고 내 친구인데… 미국에서 태어나서 일본어를 못해. 그러니까 엄마도 영어 해! 아, 히노테, 여기는 내 엄마. 중학교 영어 선생님이셔. ”

그 여성은 히노테를 유심히 바라보다가 고개를 갸우뚱했다. 하긴 히노테의 외모가 흔하지는 않기 때문에 충분히 이해가 갔다.



“ 피부가 엄청 하얗고 예쁘네~ ”

“ 엄마! ”

사야카는 당황한 것 처럼 보였지만, 솔직히 히노테는 신경쓰지 않았다. 그가 알비노로서 갖고 있는 능력이 있는데, 이는 바로 비꼬는 말과 순수한 칭찬 구분하기다. 그는 살짝 미소지으며 답했다.

“ 아, 감사합니다. 늦은 시간에 죄송해요. 제가 길을 잃었는데, 사야카가 바다에서 수영하는 걸 보고 길을 물어봤어요. 근데 시간이 늦기도 하고… 사야카가 같이 집에 가자고 해서 따라왔어요. ”

그녀의 어머니는 그의 미소를 보며 호호 웃으셨다.

“ 잘 왔어, 안전하게 왔으니까 다행이네. 어쩜 이렇게 말을 예쁘게 하니~ 아, 부모님에게 전화 드릴래? ”

“ 네, 부탁드릴게요. ”



사야카는 머리를 한 대 맞은 듯이 히노테를 바라보았다.

“ …괜찮아? ”

“ 뭐가? ”

“ 피부 하얗다는 말? ”

히노테는 가볍게 웃었다. 한편 사야카는 아직도 이해를 못 하겠다는듯이 그를 쳐다보았다. 그래, 히노테에겐 정말 능력이 있었다. 비꼬는 말과 순수한 칭찬 구분하기 능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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