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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감기

その夏、私たちが残したもの

by KRG




히노테는 아침부터 컨디션이 엉망이었다. 비를 맞았던 탓인지 온몸이 노곤했고, 목도 어딘가 긁힌 것처럼 따끔거렸다. 하지만 유히야에 가는 건 빠질 수 없었다, 이제 유히야에서 마사키와 만나 등교하는 것도 하나의 루틴이 되었으니까. 그나마 마사키가 오늘 늦을 수도 있다고 했으니 다행이었다. 적어도 그 아이 앞에서까지 기운 없는 모습을 보이고 싶진 않았다.

자전거를 가게 앞에 대충 세우고, 히노테는 작게 기침했다. 기침을 해도 목이 시원해기는커녕 오히려 더 따끔거렸다. 그렇다고 기침을 멈출 수도 없었다. 히노테는 끊임없는 기침에 항복하며 한숨을 쉰 뒤, 미닫이 문을 열었다. 가게에 들어간 뒤 히노테는 시카를 보고 인사했다.

“ 안녕하세요…! “



시카는 히노테의 약간 가라앉은 목소리를 듣고 그의 컨디션을 대충 짐작했다.

" 괜찮아? 어제 다른 애들이랑 비 맞고 뛰어가더니... 감기 걸렸네? "

히노테는 들켰다는 듯이 헤헤 웃으며 작은 목소리로 답변했다.

" 티 많이 나요? "



시카는 미소와 같이 장난스럽게 눈을 굴리고는 몸을 돌려 계산대 뒤 작은 테이블로 향했다.

"그래도 따뜻한 거 마셔. 내가 차 끓여줄게."

히노테는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시카가 테이블에서 차를 준비하기 시작하자 그는 가벼운 한숨을 내쉬었다. 티가 많이 난다니. 숨긴다고 숨겨지는 것도 아니었지만, 마사키한테만큼은 절대 들키고 싶지 않았다. 괜히 걱정을 끼칠 게 뻔했으니까. 물론 그의 걱정이 싫은 건 아니지만, 너무 신경 쓰게 만들고 싶진 않았다.



“ 어? 히노테다! ”

익숙한 목소리가 유히야 밖에서 들려왔다. 히노테와 시카가 창문 쪽으로 고개를 돌리니, 창문 밖에는 류토가 방긋 웃으며 손을 흔들고 있었다. 류토와 타츠야, 유우마가 미닫이 문을 열고 유히야 안으로 들어왔고, 히노테는 미소로 그들을 반겼다.

“ 뭐야? 넌 왜 아직까지 여기에 있어? 너 원래 마사키랑 같이 일찍 등교하는 거 아니었어? ”

류토가 진열대에서 감자칩 한 봉지를 잡으며 물었다. 히노테는 류토의 궁금증에 답하는 동시에 되물었다.



“ 마사키가 조금 늦는대. 너네 셋이 같이 등교하는 거야? 그럼 사토시는? ”

“ 응, 너는 학교 근처에서 살지? 마사키도 학교에서 가까운 데에 살거든. 우리 셋은 집이 좀 멀어서 학교까지 걸어가면 30분쯤 걸린단 말이지. 그래서 아침에 같이 모여서 자전거 타고 가. 그리고 사토시 걔는, 뭐. 워낙에 혼자 다니니까. ”

히노테는 고개를 끄덕였다. 곧 시카가 차를 완성했고, 그녀는 찻잔을 잔받침 올린 뒤 계산대에 두었다. 히노테는 찻잔을 한 손으로 잡은 뒤, 후후 불고는 천천히 한 모금 마셨다.



“ 차? 감기 걸렸어? 어제 비 맞아서 그런가… 안 그래도 최근에 몸 안 좋았다고 했잖아. ”

타츠야가 히노테에게 다가가며 물었다. 역시 타츠야, 항상 눈치가 빠르다. 그는 히노테의 이마에 손을 짚으며 온도를 확인했다. 약간 따뜻했지만 뜨겁진 않았다. 한편 류토는 시카에게 감자칩 계산을 부탁한 뒤, 걱정으로 찬 눈으로 타츠야와 히노테를 번갈아가며 보았다.

“ 응, 감기 걸린 것 같아. 그래도 감기는 많이 심하진 않아서 다행이야… 최근에 폐가 안 좋아져서 숨도 잘 안 쉬어지는데. 약 먹고 지켜봐야지, 뭐. ”

히노테는 솔직하게 털어놓았고, 타츠야는 진지한 표정을 짓고 고개를 끄덕였다.



“ 어떡해? 많이 아파? 괜찮아? 열나는 거 아니야? 어쩐지 목소리가 허스키하더라! ”

히노테가 말을 끝내기 무섭게 류토가 항상 그랬듯이 호들갑을 떨며 물었다. 한편 유우마는 눈치를 보다가 결국 입을 열었다.



“ …오늘 학교 가도 괜찮아? 많이 안 좋으면 집에서 쉬지. 어차피 수업, 일본어여서 못 듣잖아. “

유우마가 분위기를 풀기 위해 미소와 함께 장난쳤다. 히노테가 지나친 걱정을 제일 싫어한다고 유우마에게 말한 이후로부터, 유우마는 히노테가 편안할 만한 분위기를 만들려고 노력했다.

히노테는 그의 장난에 가볍게 웃었다. 분위기를 덜 진지하게 만들려는 유우마의 작은 노력이 히노테에겐 재밌기만 했다.



“ 아, 그럴걸! 내일은 학교 빠질까? ”

히노테가 웃으며 갈라지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는 기침 몇 번으로 목을 차분하게 한 뒤, 따뜻한 차를 마셨다. 그들의 대화를 엿듣고 있던 시카가 히노테의 말에 대답했다.

“ 그러게, 그냥 학교 가지 말지. 그럼 빨리 나을 텐데. 학교를 안 갈 수 있는 이 좋은 기회를 버리다니… ”

그녀가 하하 웃으며 계산대 뒤 의자에 앉은 채 턱을 괴었다. 히노테는 그녀의 작은 장난에 웃음소리를 더했다.



“ 그러게요, 지금이라도 갈까. ”

그들이 한참 장난칠 때, 마사키가 숨을 가파르게 내쉬며 유히야 안으로 뛰어 들어왔다. 아이들과 시카의 시선이 그를 향했다. 마사키가 숨을 가파르게 쉰다? 그 체력 좋은 마사키가?

“ 뭐야, 뭔 일 있어? ”

시카가 자리에서 일어나 마사키에게 서둘러 갔다. 역시 시카는 항상 마사키를 걱정하는 것 같았다. 이 정도면 모자 관계 아닌가.



“ 별일 없어… 자전거 타고 오다가… 자전거가 고장 나서, 자전거 끌고 집에 돌아가고… 자전거 두고… 늦을까 봐 뛰어왔어. ”

마사키가 중간중간 숨을 쉬며 설명했다. 뛰어 와서 그런지 그의 앞머리는 바람에 의해 흐트러진 모양이었다. 시카는 다른 아이들이 그의 피부를 보기 전에 재빨리 손으로 그의 앞머리를 정리해 주었다.

“ 그 자전거 오래되긴 했지. 새로 살 거야? ”

“ 수리해 보고. ”

히노테는 마사키 근처에 서서, 마사키를 향한 다른 아이들의 시선을 막았다. 시카가 마사키의 앞머리 정리를 끝내자, 히노테는 그제야 자연스럽게 옆으로 비켰다.



“ 히노테! 뭐야, 다른 애들도 있네? ”

마사키가 씩 웃으며 말했다. 물론 그의 미소는 마스크로 인해 가려졌지만. 히노테는 최대한 말을 아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손에 들고 있던 찻잔을 계산대에 올려두었다.

“ 마사키, 뭐 살 거는 없지? ”

감자칩을 가방에 구겨 넣은 류토가 목소리를 높이며 물었고, 마사키는 활기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행동에 류토는 방긋 웃었다.

“ 그럼 가자! ”



“ 시카 누나 안녕히 계세요! ”

마사키가 미닫이 문을 여는 동안 아이들이 큰 목소리로 소리쳤다. 마사키는 가볍게 손을 흔들었고, 히노테는 말을 하지 않고 고개를 약간 숙여 인사했다. 밖으로 나온 히노테는 자전거 핸들을 한 손에 잡고 마사키 옆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자전거가 고장 난 마사키를 제외한 다른 아이들 역시 자전거를 이끌고 학교로 향하기 시작했다.

“ 히노테, 넌 뭐 샀어? 차 마시고 있던데, 시카 누나가 기다리는 동안 마시라고 준거야? ”

뛰어 오느라 어깨 아래로 흘러내린 가방끈을 다시 어깨에 얹으며 마사키가 물었다. 아아, 이제 말을 해야 한다. 히노테는 작은 기침을 하고 최대한 부드럽게 답했다.



“ 응, 시카 누나가 나 녹차 좋아하는 거 기억하시더라. ”

마사키는 그의 목소리에 눈썹을 올렸다. 그의 목소리, 평소보다 한 층 낮고 거칠었다. 전날에 비를 맞아서 감기라도 걸린 걸까.

“ 감기 걸렸어? ”



히노테는 순간적으로 망설였지만, 금세 표정을 관리하며 고개를 저었다. 그는 자전거 핸들을 습관적으로 꽉 쥐며 말했다.

" 아냐, 그냥 아침이라서 목이 좀 잠겼나 봐. "

최대한 무심한 듯 말하며 앞을 걸었다. 윽, 너무 급하게 대답했나. 마사키는 한동안 히노테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갸웃했다.

" 뭐… 그렇다면야. "

그렇게 말하긴 했지만, 마사키는 완전히 납득한 것 같지 않았다. 하지만 더 이상 묻진 않았다. 히노테는 속으로 안도하며 손의 힘을 풀었다.



한편 류토가 갑자기 뒤에서 장난스럽게 끼어들었다. 그는 능청스러운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

" 뭐야, 둘이 아침부터 은근 분위기 있네? "

타츠야가 헛기침을 하며 류토를 팔꿈치로 툭 건드렸다. 히노테는 반사적으로 류토를 쳐다보다가 눈을 피했다. 당황한 티를 내지 않으려 했지만, 장난인 걸 알았지만, 눈이 살짝 커지는 것이 느껴졌다. 마사키는 정면으로 류토를 노려보더니 피식 웃으며 단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받아쳤다.

" 뭐래, 우리보다 네가 타츠야랑 더 분위기 있었거든? "

그 순간, 타츠야가 천천히 눈을 가늘게 뜨며 마사키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한 손으로 류토의 머리를 헝클거리며 나른하게 말했다.



" 내가? 얘랑? "

" 어제 학교 끝나도 비가 안 멈췄잖아, 그런데 너네 둘이 같이 우산도 안 쓰고 나란히 뛰어가더라. 내가 못 볼 줄 알았냐? 영화인 줄 알았잖아! "

마사키의 말에 주위 공기가 한층 가벼워졌다. 아이들이 키득키득 웃었다. 물론 류토를 빼고. 해풍이 살랑 불어와 나뭇잎이 가볍게 부딪치는 소리가 들리는 가운데, 류토가 두 손을 내저으며 얼굴을 찡그렸다.

" 와, 그건 좀… 안돼! 인정 못 해! "



음료를 마시고 있던 유우마가 태연하게 거들었다.

" 근데 너네 손은 안 잡고 뛰었잖아? 애매한데? “

" 그건 그렇지. "

타츠야가 별생각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아니, 거의 공부할 때가 아니면 생각 조차 하기 싫은 모양이었다.



류토는 두 손으로 머리를 잡아 억울하다는 듯 외쳤다.

" 야, 너네 진짜 왜 이래!! "

그 말에 다들 피식거리며 웃음을 터뜨렸다.

“ 네가 시작했잖아!! “

마사키가 다시 한번 받아치며 소리쳤고,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더욱 커졌다. 히노테는 조용히 미소 지으며 자전거 핸들을 잡고 있던 손의 힘을 살짝 풀었다. 차는 이미 다 마셔서 유히야에 두고 나왔지만, 아직도 그 따뜻했던 온기가 손끝에 남아 있는 듯했다.



" 시끄럽고 빨리 가자. 지각하면 선생님 잔소리 길어지잖아. 물론 선생님도 항상 조례에 늦지만. "

타츠야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첫 번째 문장에 아이들이 살짝 침울해졌다가, 마지막 문장에 분위기가 다시 가벼워졌다. 히노테도 장난스레 웃으며 대꾸했다.

" 맞아, 너네 때문에 늦으면 안 되지. "

유우마가 웃으며 히노테의 등을 툭 치고는 장난스럽게 말했다.

" 그래도 넌 진짜 하루만 빠져도 되지 않아? "



히노테는 피식 웃었지만, 마사키가 그 말에 다시 힐끔 히노테를 보았다.

" 진짜 괜찮아? 감기 걸린 거 같은데? "

이번엔 아까보다 조금 더 신중한 목소리였다. 마사키의 질문에 히노테는 잠시 시선을 피해 앞을 보며 걸었다. 그러다 마사키를 향해 최대한 태연한 미소를 지었다.

" 감기… 뭐, 괜찮아. 나 강하거든. "

마사키는 가만히 그 말을 곱씹더니, 결국 작게 웃으며 앞머리를 손으로 정리했다.



" 그래, 그럼 오늘도 열심히 버텨 보시죠, 우리 강한 히노테 씨. "

마사키는 그렇게 말하며 앞장서 걸었고, 히노테는 그 모습을 보며 속으로 작은 한숨을 쉬었다. 히노테가 마사키에게만 상태를 숨긴다는 사실을 유우마는 전날부터 이미 알아챘지만, 다른 아이들은 아직 눈치를 못 챈 모양이었다.

어쨌든 다행이다. 들키지 않았다.



“ 오늘 하교 같이 할 거지? ”

아이들이 한참 조용히 걸어가고 있을 때, 마사키는 몸을 돌려 뒤따라오는 히노테를 보았다. 히노테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답에 마사키는 마스크 안에서 씩 웃었다.

“ 그럼 학교 끝나고 같이 유히야 갈래? 내가 오늘 늦었으니까 뭐 사줄게. ”

히노테가 작은 소리로 웃으며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 안 사줘도 괜찮아. 자전거가 고장 난 게 네 잘못도 아니잖아! 아, 대신 나 선생님한테 할 말이 있어서… 학교 끝나면 반 앞에서 기다려줘. ”



히노테의 몸 상태는 좋지 않았고, 유우마의 말대로라면 다음 날은 집에서 쉬는 게 맞았다. 그래서 방과 후에 선생님을 찾아가 결석할 것 같다고 전하는 게 그의 계획이었다. 다만, 마사키가 걱정할까 봐 그 사실은 말하지 않기로 했다.

“ 뭐, 알겠어. ”

마사키는 히노테가 선생님을 찾아가는 이유에 대해 묻지 않았다.





“ 선생님? “

방과 후, 히노테가 교무실의 문을 똑똑 두드린 뒤, 안으로 들어가며 불렀다. 담임 선생님은 재빨리 고개를 돌려 히노테를 보았고, 작은 미소와 함께 그를 환영해 주었다. 히노테는 그녀의 자리 근처로 다가갔다.

“ 히노테 왔어? 오늘 목 잠긴 것 같던데… 감기 걸린 거니? ”

그녀가 채점하고 있던 시험지들을 파일에 집어넣으며 물었다. 왜 다들 히노테가 감기 걸린 것을 알아채는 거지? 그렇게나 목소리 상태가 안 좋은가?

“ 앗, 하하… 그런 것 같아요… ”

“ 어제 비 맞아서 그런가보네-... ”



히노테는 목 뒤에 손을 얹으며 뻘쭘하게 웃었다. 담임 선생님은 히노테의 주황빛 눈을 몇 초 동안 바라보다가 물었다.

“ 내일 학교 못 올 것 같다고? ”

“ 엇, 네! 어떻게… ”

“ 뻔하지, 뭐. ”

그녀가 작은 소리로 웃었고, 히노테 역시 어색하게 웃었다.



“ 그럼 일단 아파서 못 오는 걸로 알고 있을게…! 몸 조심하고, 히노테. ”

히노테는 ‘ 네 ’ 라고 대답한 뒤,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뒤를 돌아서 교무실을 떠나려는 순간,

“ 히노테, 목사탕 몇 개 가져갈래? ”

선생님이 책상 서랍을 열고 개별 포장된 노란색 사탕 몇 개를 꺼냈다. 히노테는 고개를 돌리며 손을 공중에 휘휘 저었다.



“ 괜찮아요! “

말 끝나기 무섭게 기침이 그의 입에서 나왔다. 선생님은 작게 웃으시고는 히노테의 손에 사탕 세 개를 쥐어주셨다.

“ 필요해 보이는데… 그냥 가져가- ”

히노테는 무언가를 받는 걸 싫어했다. 괜히 갚아야만 할 것 같고, 미안하고, 부담스러웠다. 그래도 히노테는 작은 미소와 함께 감사하다고 말했다. 곧 히노테는 사탕을 후드 집업 주머니에 넣으며 교무실에서 나갔다.

“ 그리고… 너 상태가 영 안 좋아 보여서 화장실 청소는 내일로 미룰게. 다른 애들도 너랑 같이 하겠다고 해서 내일로 미뤘어. ”



교무실 앞에는 타츠야가 서 있었다. 그는 교무실 앞을 청소하는 담당이어서, 청소를 다 끝냈는지 쓰레받기에 모인 먼지와 쓰레기를 쓰레기통에 털어 넣고 있었다.

“ 어 뭐야? 히노테네? ”

“ 응, 선생님한테 내일 못 올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말해서. ”

“ 아아… 그럼 다른 애들이랑 갈까? 걔네 지금 계단 쪽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

타츠야가 빗자루와 쓰레받기를 다 치운 타츠야는 항상 믿음직스러운 미소를 보였다. 히노테는 별생각 없이 고개를 끄덕였고, 그들은 계단 쪽으로 걸어갔다. 하지만 감기 때문에 두통이 생겨서 그런지, 히노테는 한 사실을 잊고 있었다. 교실 앞에서 만나자는 그와 마사키의 약속을.



“ 타츠야! 앗, 히노테도 있네! 그럼 갈까? ”

유우마가 손을 흔들며 그들을 환영했다. 사토시는 먼저 가버렸는지 보이지 않았고, 성격이 급한 류토는 이미 계단 아래로 내려가고 있었다. 유우마와 만난 히노테, 타츠야는 류토를 따라서 계단 아래로 걸어갔다.

그들은 정문에서 나가서, 가게 거리 근처에 다다랐다. 길거리에 핀 해바라기는 이름과 같이 쨍쨍한 햇빛을 향해 곧게 서 있었고, 해바라기와 도로 뒤로는 푸른 바닷가가 보였다. 바다의 향이 히노테와 아이들을 감쌌고, 그들은 수다를 떨며 집으로 향했다.

순간 타츠야에게 궁금증이 생겼다.

“ 너, 근데 평소에는 마사키랑 하교하지 않아? ”



순간 마사키와의 약속이 번개처럼 히노테의 머리를 통과했다. 그는 심장이 철렁했고, 마사키에게 통화하기 위해 핸드폰의 전원을 킨 그의 눈에는 메시지 하나가 보였다.

‘ 안 보여서 먼저 갈게. 뭔 일 있는 건 아니지? ’

히노테는 한숨을 깊게 내쉬었다. 지금이라도 학교로 뛰어서 돌아갈까 고민했지만,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 그는 정신을 부여잡고 메시지를 보냈다.

‘ 미안… 까먹었어. ‘



몇 초 후, 새로운 메시지가 히노테에게 전달되었다.

‘ 괜찮아. 교무실은 왜 간 거야? ’

‘ 몸이 안 좋아서 내일 못 올 수도 있을 것 같아서. ’

히노테는 메시지 전송 버튼을 누르려했지만, 손가락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그는 입술을 꽉 깨물고 문장을 지웠다.



‘ 몸이 안 좋아서 내일 못 올 수도 ’

‘ 몸이 안 좋아서 ’

‘ 몸이 ’

‘ … ’



히노테는 잠시 고민하다가 다시 메시지를 적기 시작했다.

‘ 시험 때문에. 나 일본어 못하잖아, 어떻게 시험 칠 수 있는지 물어보려고 했지. ’

그는 전송 버튼을 눌렀다. 참고 있던 숨을 후우 뱉으며 히노테는 핸드폰을 보았다. 한편 그의 옆에 서 있던 류토는 히노테와 마사키의 대화 내용을 엿보고 있었다.

“ 뭐야? 마사키랑 선약 있었어? ”



류토의 말에 눈이 커진 히노테는 곧바로 핸드폰의 전원을 껐다. 그는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고, 말을 더듬으며 횡설수설했다.

“ 그게… 약속했었는데 까먹고 와버려서- ”

당황한 히노테의 모습에 류토는 의심이 생겼다. 마치 히노테는 일부로 마사키의 약속을 무시한 것 처럼 보였다. 물론 히노테는 진심으로 약속을 깜빡한 것이었지만.



“ 너 혹시 마사키 피하는 거야? 왜? 타츠야가 알려줬는데, 마사키랑 사토시랑 싸웠었다며? 그게 마음에 걸리는 거야? 아님… 그때 마사키가 너한테 한 장난이 싫었던 거야? ”

류토가 수많은 질문을 던졌고, 히노테는 마른침을 삼키며 더욱 당황한 채로 말을 얼버무렸다.

“ 아니, 그게… 그건 아닌데- ”



히노테는 주제를 바꾸려 시도했다.

“ …앗, 그때 너 왜 없었던 거야? 레이가 너 못 온다고 말은 했었는데. ”

류토는 주제를 바꾸려고 시도하는 히노테를 무시하며, 어깨에 손을 얹고 말했다.

“ 주제 바꾸지 말고. 고민 있으면 나한테 말해도 돼. “

히노테는 어떤 문제가 생기면 항상 말을 얼버무렸고, 결국 대답을 하지 않은 채로 문제를 대충대충 넘기곤 했다. 그 덕에 과거에 오해를 많이 만들었었고. 그리고 이번에도 별 다를 바 없었다.

히노테는 한숨을 쉬며 반쯤 포기한 상태로 말했다.

“ 아니야, 괜찮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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