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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병원

その夏、私たちが残したもの

by KRG




어젯밤 히노테의 몸 상태가 망가졌다. 지독한 감기가 심하게 걸려서 숨도 편하게 쉬어지지 않았다. 면역력이 저하되어서 그런지, 평소의 감기보다 훨씬 더 아팠다. 피곤 때문에 잠을 설치다, 기침을 했는데 코피가 날 수준이었다. 결국 다음 날 아침 히노테는 어머니의 차를 타고 도쿄의 병원에 다녀왔다.

폐를 확인하기 위해 X-ray를 찍고, 여러 가지 증상에 대해 검사하고,... 솔직히 뭘 했는지 히노테도 거의 기억이 안 났다. 정신을 차려보니 이미 오후였고, 진단이 끝나서 어머니의 차를 타고 다시 집으로 가고 있었다. 그의 손에는 감기약이 잡혀 있을 뿐이었다.

“ 엄마..? 집 가는 길에 유히야 들렀다 가도 돼? ”



히노테는 마사키에게 사과하고 싶었다. 선생님에게는 결석할 것 같다고 이미 전날에 알렸지만, 그 이후 마사키의 약속을 까먹은 덕분에 증상이 심하지만 않았더라면 학교에 나가서 사과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히노테의 몸은 이미 최대로 약해져 있었고, 결국 감기에 지배되어서 말도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히노테는 시카에게 부탁할 것이다, 마사키에게 미안하다고 대신 전해달라고. 마사키가 괜찮냐고 물어보면 많이 아프지 않다고 잘 설명해 달라고.

“ 유히야는 왜? 몸도 안 좋은데 집 가서 쉬지? ”

“ 잠깐이면 돼… ”

히노테가 기침을 억누르며 꾸역꾸역 대답했다. 그의 어머니는 그런 그의 모습이 딱했는지 한숨과 함께 대답했다.

“ 진짜 잠깐이다. “



히노테는 차창에 하얀 머리카락을 기대고 밖을 바라보았다. 차가 천천히 하나미즈라의 골목을 지나갈 때마다 익숙한 풍경이 스쳐 지나갔다. 뜨거운 햇살이 기와지붕 위로 내려앉아 공기마저 일렁이는 듯했고, 가게마다 걸린 노렌은 더운 바람을 타고 유영했다. 가게거리 앞을 지나칠 때는 새콤한 카키고오리와 다양하고 달콤한 소다 냄새가 희미하게 창문 너머로 스며드는 것만 같았다.

평소 같았으면 이 거리를 걷기만 해도 기분이 나아졌을 텐데, 오늘은 아니었다. 더운 공기마저 온몸을 짓누르며 무겁게 쿡쿡 쑤셨으며, 숨을 들이마실 때마다 목이 따끔거렸다. 감기에 지친 몸과는 다르게, 하나미즈라는 한껏 활기찼다. 아이들은 물총을 들고 거리를 뛰어다녔고, 상점 앞에는 손부채를 흔들며 담소를 나누는 어르신들이 앉아 있었다. 하늘은 한 점 구름 없이 푸르고 높았다.

히노테는 조용히 주황색 눈을 감았다가 다시 떴다. 창문 너머 세상은 여전히 밝고 활기찼지만, 그의 심장은 답답한 무언가에 짓눌려 있었다. 몸이 아파서 그런 걸까, 아니면 마사키에게 사과하지 못한 미안함 때문일까. 그는 창밖을 바라보며 작은 한숨을 쉬었다. 차가 유히야 앞에 멈춰 설 때까지, 히노테의 시선은 계속 창문 바깥을 헤맸다.



히노테는 별말 없이 자동차 문을 열고 바깥으로 향했다. 자동차에서 나가자마자 뜨거운 공기가 히노테와 마주쳤고, 히노테는 이를 피해 재빨리 유히야 안으로 들어갔다. 유히야 안에는 시카가 일렉 기타를 연습하고 있었다. 계산대에는 악보가 올려져 았었지만, 시카는 이미 다 외웠는지 악보는 보지도 않았다.

“ 시카 누나? ”

히노테가 계산대 근처로 발을 옮겼다. 시카는 기타에서 시선을 떼며 피크를 악보 위에 올려두었다. 그녀는 히노테의 등장에 싱긋 웃으며 그를 반겼다.

“ 히노테네? 마사키가 너 학교에 안 왔다고 걱정하더라. 여기는 왜 왔어? ”



말을 하며 설명하기엔 히노테의 목이 너무 아팠다. 그는 핸드폰을 꺼내 시카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 마사키한테 대신 사과해 주실 수 있나요? 제가 어제 마사키랑 약속을 잡았었는데 까먹어서 못 만났었거든요… ’

시카는 자신의 핸드폰을 켜서 메시지를 확인한 후, 히노테에게 물었다. 그녀는 어딘가 수상하다는 표정이었지만, 별 말은 하지 않았다.

“ …그래? 뭐, 알겠어. “



히노테는 그녀의 대답에 고개를 끄덕이며 다른 메시지를 보냈다.

‘ 그리고 마사키가 걱정해 주면 전 괜찮다고 전해주세요. ’

시카는 핸드폰을 확인하고 피식 웃었다.

“ 너 괜찮기는 한 거야? ”

히노테는 어딘가가 찔린 듯 헤헤 웃었지만, 곧 기침을 하며 웃음을 멈추었다.



‘ 병원 다녀왔어요. 폐렴은 아니니까 감기약만 먹으면 된대요. 아, 근데 마사키한테는 제가 병원 다녀왔다고 말하면 안 돼요! ’

시카는 메시지를 보며 눈썹 하나를 올렸다. 왜 히노테는 마사키한테만 건강 상태를 가리려고 하는 걸까? 단순히 마사키가 걱정하는 게 싫어서일까? 히노테가 마사키를 피할 만한 사람이 아닌 걸 알았지만, 어딘가 이상했다.

“ …왜? ”

시카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히노테는 약간 당황한 듯했지만, 다시 핸드폰을 잡고 시카의 의문에 답했다. 그는 시카의 짧은 질문에 얼마나 많은 의문들이 숨겨져 있었는지 잘 알았다.

“ 마시키가 절 걱정하는 게 싫어서요. 안 그래도 며칠 전에 마사키가 사토시랑 싸웠는데… 그 일 때문에 마음이 복잡해 보여서요. 거기에 제 걱정까지 하면 더 힘들 테니까 일부로 말을 안 했어요. ”

시카는 마사키와 사토시의 싸움에 대해 잘 알고 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기타를 보며 잠시 고민하다 다시 히노테를 보았다.

“ 뭐… 알겠어. 전해줄게. ”



히노테는 그녀의 목소리에 주저가 느껴졌지만, 깊게 생각하지 않았다.

“ 감사합니다…! 그럼 전 이만 가볼게요… ”

그가 작은 목소리로 말한 뒤, 출구로 걸어갔다. 그는 미닫이문을 천천히 연 뒤, 유히야에서 나갔다. 미닫이 문을 다시 닫고, 자동차 문을 연 그는 자동차에 들어가서 자리에 앉았다.



“ 뭐 하고 온 거야? ”

그의 어머니의 물음에 히노테는 간단히 답변했다.

“ 부탁. ”

목이 안 좋은 히노테에게 말을 시키기 싫었던 그의 어머니는 입을 닫았다.





그날, 그는 하루 종일 고통받으며 살았다. 그래도 약을 먹어서 그런지 그나마 살 것 같았다. 목도 자고 나니 조금 나았고, 숨도 훨씬 잘 쉬어졌다. 그렇게 히노테는 하루 종일 집에 있었다.

그가 집에서 하루 종일 한 것은… 솔직히 별로 없다. 유히야에서 돌아온 뒤로 몸에 힘이 다 빠져서 침대에서 낮잠을 잤고, 일어나 보니 이미 저녁이었다. 그는 아픈 몸을 이끌고 책상으로 가 일본어 공부를 했지만, 30분도 되지 않아서 포기했다. 결국 그는 저녁을 먹고 다시 잠자리로 향했다. 말했듯이, 정말 아무것도 안 했다.



다음 날 히노테는 등굣길에 마사키랑 만나 같이 학교로 향했다. 마사키는 어제 히노테가 병원에 다녀왔다는 사실을 모르는 눈치였고, 덕분에 히노테는 안심이 되었다. 그들은 학교에 도착해 그들의 반인 2-C 반으로 걸어갔다.

“ 히노테다!! ”

그의 우렁찬 목소리에 반 아이들이 모두 고개를 돌려 히노테를 바라보았지만, 이내 대부분 다시 자신의 일에 집중했다. 한편 유우마와 타츠야, 류토는 히노테에게 뛰어갔고, 그들 뒤로는 사토시가 천천히 다가왔다.

“ 뭐야 뭐야? 어제 왜 안 왔어? ”



아이들의 소란과 사토시의 접근에 마사키는 아이들을 피해 자신의 자리로 향했다. 히노테가 느끼기로는, 최근에 마사키가 계속 아이들을 피하는 것 같다. 특히 사토시.

류토가 며칠 전에 히노테에게 물어봤었다, 혹시 마사키를 피하는 것이냐고. 마사키의 약속을 까먹고 다른 아이들이랑 하교한 것도 그렇고, 마사키에게만 건강 상태를 계속 숨겼다. 혹시 마사키도 류토처럼 착각하는 건 아닐까? 히노테가 일부로 그를 피하고 있다고? 설마, 그러기엔 히노테와 마사키, 단 둘이 있을 때는 별문제 없이 괜찮았다.

그럼 사토시와의 싸움 이후로 마사키가 아이들을 피하는 걸까? 마사키가 그날 저녁에 뭐라 했더라… 사토시가 그에게 친구이긴 하냐고 의심을 했다고… 마사키가 말했었던 것 같다. 그래서 그런 걸까? 일단 입을 닫고 있기로 했다.



“ 어제 도시에 병원 다녀오느라… ”

히노테가 마사키를 쳐다보며 대충대충 답했다.

“ 병원? 그만큼 심했어? ”

유우마가 화들짝 놀라며 물었다. 하긴 하나미즈라에는 히노테가 갈만한 병원이 없어서, 도시까지 갔으면 놀랄만하다.

“ 음… 그냥 숨 편하게 안 쉬어지는 정도? 쉴 수는 있는데 가래가 껴서… ”



류토는 히노테를 빤히 쳐다보았다.

“ 마사키한테는 말했어? ”

그가 히노테에게 조용히 물었고, 히노테는 약간 한숨 하며 속삭였다.



“ 아니… 안 그래도 사토시랑 싸운 이후로 너희를 조금 피하는 것 같아서… ”

“ 우리를 왜 피해? 사토시랑 싸운 건데? ”

“ 우리가 워낙 사토시랑 같이 다니니까 그런 거겠지… 그리고 사토시가 마사키한테, 우리가 진짜 친구가 맞냐며 수상하다고 했나 봐. ”

“ 수상하다고 했다니? ”

“ 모르지, 사토시가 한 말인데. 마스크랑 앞머리 때문에 그런가… 뭐 어쨌든 그 말 때문에 마사키가 조금 거리를 두는 걸 거야. 안 그래도 이 일 때문에 답답해 보이던데 내 몸 상태까지 말하면 좀… ”

“ 아하… 뭐, 사토시의 마음도 대충 이해는 되는데? 솔직히 우리 중에서 걔 얼굴을 한 번이라도 본 사람이 없잖아. ”



류토가 이해가 됐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다른 아이들은 그들이 조용히 무슨 대화를 나눴는지 궁금해했는지, 타츠야가 장난스레 물어보았다.

“ 뭐야? 둘이 뭔 얘기해? ”

류토는 헤헤 웃으면서 대답했다.

“ 비밀~ “

마사키의 고민을 숨기려고 애쓰는 모습을 보며, 히노테는 조용히 속으로 고마워했다.





점심시간 도중, 학생들이 교실을 빠져나가자 분위기는 조금씩 달라졌다. 옥상에선 몇몇 학생들이 여유를 부리며 햇볕을 쬐고 있었다. 시끄러운 교실과는 달리, 옥상은 한층 더 차분하고 고요했다.

히노테는 유우마, 류토, 타츠야, 레이, 사토시와 함께 옥상에서 점심을 먹으며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주위엔 햇살이 따사롭게 내려앉았고, 바람이 가볍게 스쳐 지나갔다. 그들은 모두 다양한 이야기로 웃고 떠들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지만, 히노테는 그 안에서도 한 가지에 마음이 쓰였다.

옆에서 유우마가 재밌는 얘기를 하자 모두가 웃었지만, 히노테의 눈은 자연스레 마사키 쪽을 향했다. 마사키는 조금 멀리 떨어져 혼자 앉아 있었다. 그의 얼굴에는 평소보다 조금 더 어두운 표정이 떠올랐고, 히노테는 뭔가 신경 쓰이는 일이 있다는 걸 직감했다. 또 사토시랑 싸운 걸 회상하는 걸까. 평소와는 다른 마사키의 모습이, 히노테의 마음을 불안하게 만들었다. 오늘따라 심각했다.



마사키는 그날 사토시의 말을 떠올렸다. ‘ 히노테랑 친구이긴 한 거야? 미안한 말이지만, 너 항상 뭔가 수상했어. ‘ 사토시의 말은 간단했지만, 마사키에게는 그 어떤 말보다 무겁게 다가왔다. 마사키는 사토시가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알았다. 사토시는 히노테를 보호하려는 마음이 컸던 것이다. 하지만 그 말이 마사키에게는 무거운 돌덩이로 눌리는 기분이었다.

싸운 날 이후로 마사키는 사토시의 말을 계속 떠올리며 불편함을 느꼈다. 히노테와의 관계가 계속 괜찮을지, 아니, 다른 애들과의 관계도 계속 괜찮을지, 어떤 문제가 생기면 어떡할지 불안이 밀려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사키는 히노테와의 거리를 두려고 하지 않았다. 그저 마음속에서 불안감을 계속 쥐고만 있었다. 물론 히노테를 제외한 다른 아이들은 약간 멀리하고 있지만. 만약 사토시가 한 말들이 맞다면 다른 아이들은 마사키를 수상하게 여기고 있었을 것이다. 마사키는 그들을 불편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

히노테는 마사키의 표정에서 어느 불편한 기운을 느꼈지만, 말은 하지 못했다. 마사키가 그렇게 멀리 떨어져 앉아 있는 모습에 계속 시선이 갔지만, 다가가기가 어려웠다. 사토시의 말이 마사키에게 얼마나 심각한 영향을 미쳤을지 몰랐고, 마사키가 그 말을 너무 깊이 신경 쓰는 건 아닐까 싶기도 했다.



" 마사키는 또 혼자 앉아있네. "

류토가 조용히 물었다. 히노테는 잠시 멈칫하다가 답했다.

" 그러게... 걱정되네. "

다른 아이들과 장난을 치던 유우마가 웃음을 유지하며 “ 뭐야, 뭔 일인데? “라고 물었다. 하지만 히노테는 그렇게 웃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마사키가 불편해 보이는 이유를 알 수 없었다. 히노테는 마사키와 얘기하고 싶었지만, 그가 무엇을 생각하는지 묻는 것이 두려웠다. 오히려 그게 마사키에게 부담이 될까 봐 걱정이었다. 그가 자신의 상태를 숨긴 것도 같은 이유니까. 마사키에게 부담을 주기 싫었다.



사토시는 옆에서 조용히 바라보았다.

“ 내가 마사키랑 다툰 이후로 조용히 있네. "

그의 말은 차분하고 진지하게 들렸지만, 마사키의 마음은 여전히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었다. 사토시가 마사키에게 했던 말이 자꾸만 머릿속을 맴돌았다. 마사키는 그 말이 맞는지, 아니면 그냥 지나쳐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했다. 한편 히노테는 사토시를 탓하고 싶었다. 게다가 마사키는 며칠 전까지만 해도 괜찮게 지냈는데 왜 요즘따라 갑자기 아이들을 피하는지 히노테에게는 의문이었다.

히노테는 마사키를 더 이상 신경 쓰지 않으려고 했지만, 그가 멀리 앉아 있는 모습이 너무 마음에 걸렸다. 그럴수록 더 다가가고 싶어 졌지만, 그럴 수 없었다. 마사키가 어떻게 느끼고 있는지 알 수 없었기에, 한 걸음도 내딛기 어려웠다.



그 순간 마사키와 시선이 마주쳤다.

순간 심장이 철렁 앉는 듯했지만, 히노테는 다시 차분히 도시락을 들고 그를 향해 걸어갔다. 다른 아이들이 히노테를 쳐다보았지만, 마사키에게 가고 있는 걸 알아채자 다시 시선을 돌렸다. 한편 벤치에 앉아 있던 마사키는 고개를 올려 히노테를 바라보았다.

“ 오늘 점심은 뭐 먹어? “

마사키는 히노테의 자리를 만들어 주기 위해 옆으로 살짝 자리를 옮겼다. 그는 자신의 도시락을 보여주며 말했다.



“ 오니기리. “

도시락 안을 보며 히노테는 다시 물었다. 촉촉한 밥이 햇빛에 반짝이는 김에 덮여 있었다. 어딘가 서툴러 보였지만 정성은 들어 있었다.

“ 직접 만든 거야? “

마사키는 고개를 저으며 질문에 대답했다.

“ 아니, 시카 누나가 만들어줬어. ”



…시카랑 마사키는 아무리 봐도 그냥 가족 같다. 얼마나 친하면 매일매일 학교 점심을 만들어줄까.

“ 너 시카 누나 아들 아니야? “

히노테가 헤헤 웃으며 장난쳤다. 마사키 역시 작게 웃으며 마스크를 벗었다. 입과 코를 손으로 가린 채 그는 오니기리를 한 입 베어 먹었다. 항상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것도 불편할 텐데.



“ …그, 왜 요즘 다른 애들을 피하는 거야? 사토시 때문에 그런가. ”

히노테가 최대한 자연스럽게 물었다. 그는 먼 곳을 바라보며 점심으로 가져온 샐러드를 포크로 찍어 먹었다. 마사키가 주먹밥을 내려놓고 마스크를 쓰며 말했다.

“ 뭐, 그것도 있고. ”



“ 그냥… 사토시의 말을 생각해 보니까 그에 대한 생각만 많아지고… 머리만 복잡하고… 사토시, 걔 말도 맞는 것 같고… “

히노테가 다시 시선을 돌렸다. 그는 눈썹 힘을 풀며 마사키를 멍하니 쳐다보았다.

“ …그래서 피하는 거야? ”

마사키는 작은 소리로 웃으며 히노테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 네가 오기 전에도 우리가 엄청 좋은 사이는 아니었어. 사토시뿐만 아니라 그냥 다른 애들 다. 그래도 걔네 탓할 수는 없지, 나는 항상 얼굴 가리고 다니는데. 걔네는 내 얼굴도 제대로 모를 거 아니야. 그래서 왜 많이 친해지지 못하는지는 이해해. “



히노테는 마사키를 빤히 쳐다보다가 정신을 차리고 제안했다.

“ 얼굴은 언제 공개할 거야? 네가 사토시랑 싸운 날에 내가 왜 일본에 왔는지 얘기해 줬잖아. 숨겨 봤자 어차피 들키고, 오래 숨길수록 다투기만 할 텐데… 이번에 사토시랑 싸웠을 때도, 사토시가 너 수상하다고 오해한 게 영향이 있었잖아. 계속 숨기기만 하면- “

마사키가 히노테의 말을 끊었다.



“ 적어도 네 피부는 하얗잖아. ”

그가 마스크의 한쪽 끈을 푼 뒤 고개를 돌려 히노테에게 피부를 보여주었다. 한편 다른 쪽 끈은 그래도 놔둔 채로, 그의 피부로 향하는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막았다.

“ 난 피부가 징그러워, 히노테. 적어도 넌 다 하얗고 순수해 보이잖아. 나는 뭔데? 요괴? ”

히노테는 마사키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소리 내어 웃었다.




“ 푸훗- 하하하! 진짜 말도 안 돼! 요괴라고?”

마사키는 히노테의 예상 못한 반응에 눈썹을 찌푸렸다.

“ 아, 미안. 요괴라니, 말도 안 되는 소리라서. 마사키, 그런 말 들은 거야? ”

히노테가 웃음을 가라앉히며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마사키는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 왜 웃는 거야? 난 진지하다고. ”

히노테는 드디어 눈치를 채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

“ 뭐야, 진심이야? 그럼 그 사람 말은 무시해. 게다가 뭐라고? 내 피부는 순수해 보인다고? 이걸 칭찬으로 받아들여야 할지. ”



그가 헤헤 웃으며 말했다.

“ 그런데 애초에 우리가 남의 피부를 평가하는 게 말도 안 되잖아! 마사키, 특히 우리는 말이야, 남의 피부가 낫다고 하면 안 되지. 우리 같은 피부를 가진 사람들을 욕하는 거니까. ”

히노테가 말을 이었다.

“ 야, 그리고 피부에 좋고 나쁜 게 어딨냐? 그냥 피부인거지. 각각 다르고 특별한 피부. 그리고, 만약에 스스로의 피부가 싫어지고, 싫증 나고, 짜증 나고, 잘라 버리고 싶다면, 기억해. “



마사키는 히노테의 단어 하나하나를 천천히 받아들였다. 마사키가 모든 걸 이해하고 있다는 확신이 들자, 히노테는 말을 이었다.

“ 내 피부가 아침의 햇살이라면, 네 피부는 밤하늘과 별빛이라고. ”

마사키의 눈이 순간 반짝였다, 분명했다. 히노테는 그의 눈을 보았다. 그의 눈에 담긴 희망을. 히노테는 바랐다, 그의 말이 마사키가 자신의 피부를 공개하는 데에 도움이 되었기를.






안녕하세요 KRG입니다.


최근 학업으로 인해 10일씩 연재하는 것이 어려울 것 같습니다.


시합 기간이 끝날 때까지 정기적으로 연재를 하는 것이 아니라, 혼자서 최대한 많이 글을 쓰고, 시험 기간이 끝나면 몰아서 한 번에 업로드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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