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나가 붉은 입술 내미는
가을 우체국 앞 작은 뜨락
나래 치는 고추잠자리
먼 하늘 날아 바다 건너
낯선 곳을 헤매도 그 가을로 가고 싶었다
나무 내음 자욱한 땅을 딛고
낙엽 도란대는 소리에 울타리를 넘던
사슴 가족의 유순한 눈망울이 보고 싶었다
가을 우체국 앞에서는
가랑잎보다 슬픈 이별은 잊어야 한다
봄을 기억하는 여정으로
약속 없는 편지는 찢어 버려야 한다
웃음으로 설렐 고백 한 조각
새털구름에 싣고 돌아설 때면
가을우체국 앞 햇살은
알퐁스 도데의 별만큼이나 찬란하다
잎새가 간간이 빗물처럼 톡톡
땅을 구르며 하루를 지워가는 날
가을 우체국 앞 계단에는
조우하고 싶은 쓸쓸함으로 기대앉은,
내가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