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 보면 우린 첫 만남부터 예사롭지 않았어
아장아장 걸어 오던 네가 엄마 치마 위에
아주 조금 쉬야를 하는 거야
그 모습이 어찌나 이쁘던지
우리는 동시에 서로를 선택했고
그때부터 설레는 동거가 시작되었지
너는 정말 한눈에 반할 정도로 예뻤고
먼저 키우다 떠난 큰 언니하고도 많이 닮았었지
처음에는 긴장도 되고 힘들기도 하고
참 바쁜 나날이 지나갔어
새끼 때부터 엄마가 키운 강아지는
네가 처음이어서 실수투성이였지만
우리는 차츰 익숙해졌지
주먹만 한 몸이 부서질까 품에 조심스레 안고
예방주사를 맞추러 다니고 미용을 시키고
배변 훈련을 시키며 나날이 늘어가는 재롱도 보고
참으로 행복한 나날이었지
네가 떠난 후 가장 힘든 것중에 하나는
엄마가 정말 최선을 다한 것일까 너를 많이
혼자 있게 하고 더 세심히 보살피지 못해
빨리 떠나게 한 건 아닐까 하는 자책이었어
모든 걸 다 맡긴 너에게
엄마는 절대적이고 모든 선택권을 가진
존재였으니까
아가야 너에게 했던 모든 행동이, 너를 야단쳤던 것도
부족한 엄마의 지극한 사랑이었음을 고백할 게
그걸 안다면 어서 빨리 꿈속에서라도
엄마를 안아주러 오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