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문

펫로스 - 보고 싶은 나의 반려견에게

by 강신명


흐르는 것과 굳어가는 것의 상관관계는 끝이 났다


입술을 축였던 한 방울의 물마저 말라

고체로 변한 형상, 막다른 교감을 나누며 사라진

거친 숨결과 소리와 온기, 생과 사의 찰나를 통과한 생명은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듯 오히려 평온하다


유리창의 안과 밖,

습기로 교차하는 시간이 출렁인다


열쇠 구멍이 맞춰지고 하늘로 날아올랐을 순간

하얀 연기가 흩어진다


향기 잃은 뽀얀 분가루

왜 빛은 머물지 않고 떠다니는 걸까


오다가다 마주치는 마지막 혈투가 벌어졌던 잔재

공간을 적시던 물길은 사라지고 갈 길 모르는

사선만이 그어져 있다


이제 차곡차곡 접혀져야 할 텐데

차마 손을 뻗을 수 없는 길


마음의 가지를 치우지 못하는 오랜 습성이다

파도가 드리운 자락이 치렁하다


텅 빈 하루다


모래알로 박혀 길들일 수 없던 상처처럼

시큰시큰한,




이 시도 너 바로 위에 언니가 떠났을 때 쓴 시야

그때는 네가 있어서 그나마 견뎠지만

너와 함께한 시간은 오롯이 한몸으로 남아있어

생생한 숨결이 문득 문득 다가오다 흩어져 버리면

언니도 새삼 생각이 나고 어쩔 줄 모를 때가 많아


그렇지만

아프지 않고 맛있는 까까도 마음껏 먹고

건강히 지내고 있으니 그만 슬퍼하라고

나 사랑해 주고 간호하느라 애썼다고

이젠 엄마 몸 챙기라고

서둘러 떠난 건지도 모른다고

먼 하늘 바라보며 애써 숨을 내쉬곤 한단다


엄마가 언니들한테 막냇동생 이뻐해 주고

잘 보살피라고 부탁했는데 반갑게 맞아주고

같이 행복한 시간 보내고 있는 거지

그동안 언니들 대신 엄마한테 위안을 많이 주고

씩씩하게 지켜주느라 수고했다고 칭찬도 많이 들었겠다


고마워 얘들아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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