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치매 노인의 고백
진정한 고난은 그때부터였어요
의심이 의식을 통제하기 시작한 날
거울에 비친 나를 보며 미친 듯이 웃던 날
집을 찾다 담 밑에 쪼그리고 있던 날
하루에 일 년씩 커버린 자식에게 누구세요
라고 하던 날
이곳은 어릴 적 바람이 불어요
내내 중얼대던 사람도 옷을 자꾸 벗던 사람도
갓난아기처럼 잠만 자요
하얀 벽에 걸린 나는 거꾸로 가는 시계
오늘은 생일이라 고깔모자 쓰고 칭찬도 받았어요
봉숭아꽃을 예쁘게 접어 무지개색을 칠했거든요
내가 제일 좋아하는 시간은
말끔히 단장해서 익숙한 향기가 날 때에요
그날은 손님들이 오거든요
웃다 울다 꼬옥 안아 주기도 하지요
쉿, 이건 비밀인데 나는 그들이 누군지는 몰라요
잘 있었냐고 묻는데 날이 갈수록
난 매일이 처음 같아요
나를 보면 나보다 더
한없이 울음 우는 사람이 있어요
거울 속의 나와 내 아이를 똑같이 닮은
꿈속에서 날마다 보는 그 사람이에요
* 문향전국여성문학공모전 수상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