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의 통로

펫로스 - 보고 싶은 나의 반려견에게

by 강신명


아가야 지난 밤엔 네 인형을 꼬옥 안고

웅크리다 힘들게 잠이 들었는데

걱정이 되어 엄마한테 왔다 거지


컨디션이 안 좋아 더 그랬는지

너를 볼 수 없다는 사실에 숨이 막히고

가슴에 돌덩이가 내려앉는 것 같아

어디론가 무작정 뛰쳐나가고 싶은 걸

참아내느라 진땀을 흘렸어


아가야 고마워

꿈속이지만 예쁘고 건강한 모습으로

엄마에게 달려와 꼬리를 살래살래 치면서

생시처럼 계속 쫓아다녀 줘서


그 모습을 되뇌면서 눈을 떴는데

정말 정말 기쁘고 행복했단다


선명한 건 네 체취뿐이긴 한데

할머니 두 분이 다녀가신 거 같기도 하고

너를 이렇게라도 만나고 아침에 눈 뜨며

숨결을 느낄 수 있다면 허전함도 차츰

옅어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


그런데

네 영상과 사진은 언제 볼 수 있게 해줄 거니

네가 있는 곳은 황급히 외면하게 되거든


슬픔의 통로는 추억으로 지나가야 하는데

앞길 가로막은 호수는 바닥이 보이지 않고

엄마는 아직 너를 들춰볼 준비가 안 되어 있나 봐

네가 떠났다는 사실을 순간순간 인지하면서도

풍랑에 휩쓸리다 표류된 거 같은 느낌이야


아가야 더 자주 엄마 품에서 놀다 가렴

그럼 네가 못 견디게 보고 싶을 때마다

분명 너와 마주할 수 있을 거야


밤마다 축축하게 젖은 멀고 먼 길을 걸어서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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