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근처에 어린이 공원이 있다. 이곳으로 이사 와서 가장 좋았던 것이 이 공원을 자주 이용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나이 많은 나무들, 그 나무와 잘 어울리는 정자도 있다. 여성친화 거리와 스마트 도서관도 있다. 또 어린이공원이라 놀이시설이 잘 되어있다. 무엇보다 좋은 것은 노을을 볼 수 있다. 나무 사이로 떨어지는 해를 보면 그 어떤 동네도 부럽지 않다.
가을이 되면 찌깐이 손을 잡고 낙엽도 보고, 도토리를 관찰하러 다녔다. 모래놀이장에서 모래케이크를 만들어 도토리로 장식도 하고, 굴려도 보고, 숫자도 세며 놀았는데 유독 올해는 보이지 않는 것이다.
"도토리 찾기 놀이하자."
"엄마, 없어."
"열심히 찾아봐. 상수리나무에서 도토리가 떨어지니까 그 나무 밑에서 찾자."
"도토리 모자만 있고 도토리는 없는 걸"
"도토리 갓만 있네. 작년엔 도토리 많이 봤는데..."
30분을 넘게 찾아 헤맸는데 겨우 한알 찾았다.
"아쉽다. 오늘은 한 개 밖에 안 보이네."
아이와의 대화를 지나가시는 아주머니가 들으셨나 보다.
"도토리 많았는데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봉지 들고 와서 다 주워갔어. 청설모도 많았는데 도토리를 싹 다 주워가니 청설모도 없다니깐."
아주머니의 말을 들으니 더 아쉬웠다. 4년 동안 이 공원을 이용했는데 청설모를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만약 청설모들이 도토리를 주워가는 모습을 아이가 보면 얼마나 좋아했을까 싶었다.
마트에 우유를 사러 가야 했다. 일부러 공원 쪽으로 돌아갔다. 음악을 들으면서 구불구불 공원길을 걷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되는 것 같다. 그런데 갑자기 청설모가 뛰어가는 것이 아닌가?
발걸음을 멈추고 핸드폰을 꺼냈다. 사진도 찍고 동영상도 찍고 혼자 호들갑을 떨었다. 숨죽여 지켜만 보는데 날랩게 뛰어다니며 나무를 타고 다녔다. 한참을 청설모를 보았다.
집에 들어오자마자 시청홈페이지를 열었다.
시민 누구나 자유롭게 의견을 게시할 수 있는 열린 공간입니다.
시정과 관련된 제안, 개선사항, 비전 등 의견을 제시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도토리를 사람들이 주워가지 못하게 안내표지판을 만들어달라고 요구하는 게 맞는지 모르겠지만 열린 공간이라고 하니 이렇게 적어보았다.
안녕하세요~
어린이공원을 아이와 자주 이용하는 시민입니다. 그 공원에는 나무도 많고 사람들이 이용하기 너무 좋은 곳입니다. 그런데 가을만 되면 도토리를 주워가시는 어른들이 너무 많습니다.
제 딸이 관찰할 도토리를 찾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공원을 즐기시는 시민분께 들은 이야기입니다. 옛날엔 청설모가 많았는데, 요즘엔 사람들이 다 도토리를 주워가서 청설모 보기가 힘들다고 하십니다.
그런데 제가 그 공원에서 4년 만에 처음 청설모를 산책하다 만났습니다.
그 청설모가 굶지 않게 안내표지판이라도 곳곳에 설치해 주시면 좋을 것 같아 글을 올립니다.
상수리나무 기둥에 작은 안내글이라도 (예//도토리는 청설모에게 양보해 주세요) 있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또 흔들의자가 파손된 곳도 있습니다. 이것도 살펴봐주세요.
말 그대로 어린이 공원이니, 아이들이 청설모나 도토리를 관찰할 수 있게 도와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나는 이렇게 민원글을 남겼다.
도토리를 되찾길 바라는 마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