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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설아 Sep 20. 2024

하얀 겨울의 그림자

알프스의 겨울, 그 하얀 눈으로 덮인 풍경은 마치 세상의 슬픔과 고통을 감추기 위한 마지막 방어막처럼 고요히 존재하고 있었다. 차가운 공기 속에서 따뜻한 온기를 찾으려는 겨울 방학의 관광객들은 스키와 눈썰매의 즐거움에 젖어 있었다. 그러나 그들의 환희 뒤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 1976년 5월 2일, 카발레세 스키 리조트의 케이블카에 올라탄 사람들은 안전이라는 경계를 허물며, 기쁨의 순간이 불행으로 변할 운명을 예감하지 못했다.


케이블카는 두 개의 와이어로 연결되어 있었다. 하나는 그들을 하늘로 올려주는 힘이었고, 다른 하나는 그들의 존재를 지탱하는 역할을 했다. 그러나 이 구조 속에 숨겨진 위험은 아무도 감지하지 못했다. 운영자 카를로는 손님들에게 기쁨을 주기 위해 최대한 많은 이들을 태우려 했다. 그의 선택은 일순간의 쾌락을 위해 안전이라는 본질적 가치를 저버린 것이었다.


“무슨 일이야?” 


불안이 스며들던 순간, 한 여성이 외쳤지만, 그 목소리는 허공에 흩어지고 말았다. 케이블카가 흔들리기 시작하자, 사람들은 자신들의 행복이 사라져가는 것을 직감했다. 위의 와이어가 끊어지는 순간, 모든 것이 무너졌다. 69미터 아래로 떨어지는 케이블카는 단순한 기계의 추락이 아닌, 인간의 희망과 꿈의 파괴였다.


44명이 그날 생을 마감했다. 그들은 이제 더 이상 존재할 수 없었다. 사랑하는 이들을 잃은 가족들은 슬픔의 심연에 빠져들었고, 깊은 한숨 속에서 그들의 목소리를 잃어버렸다. 카를로의 고백은 그의 내면의 갈등을 드러냈지만, 그 누구도 그의 진심을 받아주지 않았다. 죽음의 무게는 그의 어깨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그것은 사랑하는 이를 잃은 모든 이들의 마음속에 무겁게 내려앉았다.


22년 후, 1998년 2월 3일, 또 다른 비극이 그곳에서 발생했다. 미군 항공기가 케이블카의 와이어에 부딪쳐 모든 탑승자가 목숨을 잃었다. 이 사건은 단순한 기술적 결함이 아닌, 국가 간의 신뢰와 인간의 무책임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일어난 참극이었다. 고통받는 이들의 상처는 시간이 지나도 치유되지 않았다. 그들은 세월 속에서 쌓인 슬픔을 안고 하루하루를 살아갔다.


2021년, 스트레사에서 모타론 산으로 향하는 케이블카가 다시 개장했다. 그러나 그곳에서도 또 다른 비극이 기다리고 있었다. 2021년 5월 23일, 관광객 15명이 탑승한 케이블카는 끊어진 견인 케이블로 인해 추락했다. 그 순간, 아버지의 품에 보호받던 다섯 살 소년 에이탄 비란은 유일한 생존자가 되었다. 그러나 그의 존재는 비극의 상징이 되었고, 그는 가족을 잃은 슬픔을 안고 살아가야 했다. 어린 소년의 눈에 담긴 고통은 모든 이의 마음에 깊은 상처로 남았다.


이 세 번의 사고는 단순한 불행이 아니라, 우리가 안전과 책임을 망각했을 때 나타나는 인류의 자화상이었다. 우리의 무관심과 탐욕이 만들어낸 결과는 심각한 경고였다. 관광객들의 안전은 우연이 아니라, 인류가 지켜야 할 윤리적 가치로서 존재해야 한다는 사실이 절실히 느껴졌다. 이들이 남긴 교훈은 우리에게 깊은 성찰을 요구했다. 결국, 우리는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안전이라는 본질적 가치를 잊지 않아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아름다움 뒤에 숨겨진 어두운 현실과 마주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 이야기는 우리가 반드시 마주해야 할 진실이었다. 안전과 책임, 그리고 삶의 소중함을 새기며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게 해주는 교훈이었다. 겨울의 아름다움은 그 속에 감춰진 위험과 함께 존재한다. 우리는 그 차가운 눈 속에서도 언제나 경계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한다. 삶은 그렇게 불확실하고, 그 불확실성 속에서 우리는 서로를 지키고 보듬어야만 한다. 이 땅 위에서 함께 살아가는 것의 의미를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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