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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설아 Sep 27. 2024

땅이 울리다: 로스앤젤레스의 재앙

1994년 1월 17일, 로스앤젤레스 샌퍼난도 밸리. 그날 아침, 겨울의 고요 속에 잠들어 있던 도시가 고요함을 깨고 있었다. 새벽 4시 30분,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순간에 지진이 찾아왔다. 마치 바다의 깊은 곳에서 발원한 거대한 파도가 뭍으로 밀려오는 것처럼, 땅이 흔들리며 모든 것을 뒤흔들었다.


규모 6.7의 노스리지 지진은 단순한 자연현상이 아니었다. 그것은 삶의 모든 경계를 허물고, 사람들을 공포로 몰아넣었다. 몇 초간의 흔들림 속에서 수많은 꿈과 희망이 산산조각 나고, 57명이 목숨을 잃었다. 부상자는 9천여 명에 달했다. 물질적 피해는 130억에서 500억 달러, 그 숫자는 상상할 수 없는 규모였다. 재난이 가져온 참혹함은 그야말로 예기치 않은 연쇄 반응의 시작이었다.


할리우드와 산타모니카, 시미밸리의 도시들은 한순간에 전쟁터가 되었다. 오래된 건물들이 무너지며 역사와 추억을 함께 삼켰고, 영화의 세트장도 파괴되었다. 그날, 히스토릭 이집트 극장은 무너져 내렸고, 많은 사람들이 사랑하는 이야기를 나누던 공간이 한순간에 폐허가 되었다.


사람들은 공포에 질려 거리를 헤매었고, 가족과의 연락이 끊기면서 슬픔의 물결이 퍼져 나갔다. 노스리지 메도우스 아파트 단지의 붕괴로 16명이 목숨을 잃었다. 그들의 이름이 기억 속에서 잊히지 않기를 바라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리고 캘리포니아 주립대 노스리지, 이곳도 피할 수 없는 운명이 기다리고 있었다. 주차 구조물이 무너져 내리며 학생들과 교수들의 안전이 위협받았다.


주간 고속도로 10번, 하루 수백만 명이 오가는 그 도로도 마비되었다. 고속도로는 시공의 공간을 잃고, 사람들이 무심코 지나치던 일상이 무너졌다. 수십 년 동안 견뎌온 구조물들이, 그 사이에서 생명력을 잃고 말았다. 그리고 애너하임 스타디움에서 점수판이 무너졌지만, 다행히도 비어 있었다.


노스리지 지진은 단순한 재난이 아니었다. 그것은 새로운 질병의 시작을 알리는 경고의 종소리였다. 벤투라 카운티에서 발생한 콕시듐증, 이 호흡기 질환은 지진으로 인해 흩어져 날아온 곰팡이 포자에 의해 발생했다. 203건의 사례 중 3건은 사망으로 이어졌다. 이 작은 사건은 지진의 흔적이 단순한 파괴에 그치지 않음을 보여주었다.


영화와 TV 프로그램의 제작에도 큰 차질이 생겼다. 워너 브라더스의 '머더 인 더 퍼스트'는 진앙지에서 불과 4마일 떨어진 곳에서 촬영 중이었다. 제작은 중단되었고, 메인 세트는 망가졌다. ABC의 텔레비전 센터도 구조적 붕괴와 물 피해를 입었다. 사람들이 기억하는, 그 모든 이야기들이 잊히기 전에 사라져 버린 듯했다.


캘리포니아 주립대 노스리지는 진앙지와 가장 가까운 대학이었다. 캠퍼스 건물들은 심각하게 손상되었고, 수업은 임시 구조물로 옮겨졌다. 2명의 학생과 14명의 주민이 이 지진으로 목숨을 잃었다. 학기는 2주 연기되었고, 기숙사는 폐쇄되었다. 모든 것이 무너진 그곳에서, 사람들은 다시 일어나려 애썼다.


이 지진은 법적 변화의 계기가 되었다. 지진 보험을 제공하는 회사들은 큰 손실에 부딪히며, 캘리포니아 지진 당국이 설립되었다. 고속도로 교량 보강을 위한 노력이 시작되었고, 새로운 법이 통과되었다. 모든 것이 변화하고 있었다. 그러나 변화는 언제나 아픈 법이다.


우리는 이제 그 지진의 흔적을 통해 서로 연결된 삶을 다시 바라보아야 한다. 인프라 없이는 우리의 일상이 단 한 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는 사실을 결코 잊지 말아야 한다. 자연재해와 사회재난이 닥칠 때, 우리의 안전이 얼마나 위태로운지를 깊이 새기게 된다. 삶은 그러한 경계 속에서 지속되며, 그 경계가 허물어질 때 비로소 우리는 진정한 고통을 경험하게 된다.


이 모든 것은 단순한 기억의 속삭임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의 존재를 확인시키는 절박한 외침이다. 과거의 상처가 남긴 교훈을 가슴에 새기고, 오늘의 안전을 소중히 여기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길이다. 잊혀진 이야기 속에서 우리는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을 찾고, 그 힘으로 내일을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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