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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수남 Nov 09. 2024

쓴 잔 / 한수남


희석되지 않는 슬픔이 당도한 날

내가 나를 인정하고 싶지 않은 날


먹먹한 가슴은 풀어지지 않고

지푸라기도 무엇도

차라리 다 팽개치고 싶은 날


내가 나를 온전히 잊고 싶은 날


살아있는 나의 입술아,

지금의 쓴 맛을 기억하라


쓰고 쓴 맛이 다하면

바야흐로 단 맛이 시작된다 하였으니 *


인생의 어느 저녁

달콤한 술 한 잔을 마주하게 될지라도


그 한 잔은

무수한 쓴 맛들이 모여 이루어진 것임을

결코 잊지 않으리라



* 苦盡甘來에서 차용함.


술잔 (무료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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