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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수남 Nov 10. 2024

돼지 머리 / 한수남


잘리고서야 마음껏 웃는구나

하늘 실컷 바라보니 시원하냐

사십 오 도 각도로 뻥 뻥 뚫려서

귀에까지 걸렸구나 흐흐 웃음 흘리는구나     


땅바닥에 주둥이 박은

굴욕의 삶

끝장내고 나니

구멍마다 쑤시고 들어오는 이건

인간들이 숭배하는 神이 아니더냐


절까지 받는구나,

황송스러워라 흐흐     

절 받을수록

돈 꽂힐수록

점점 근엄해지는구나

오호라, 이 자리가 명당자리구나

죽어서 목 잘리고서 얻은

한 뼘의 영광     


푸짐한 살덩이들

곳곳으로 떠나간 후,

마지막 남은 내 얼굴처럼

그대도 한번 

웃어 보시게



       전통고사상의 돼지머리(무료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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