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석되지 않는 슬픔이 당도한 날
내가 나를 인정하고 싶지 않은 날
먹먹한 가슴은 풀어지지 않고
지푸라기도 무엇도
차라리 다 팽개치고 싶은 날
내가 나를 온전히 잊고 싶은 날
살아있는 나의 입술아,
지금의 쓴 맛을 기억하라
쓰고 쓴 맛이 다하면
바야흐로 단 맛이 시작된다 하였으니 *
인생의 어느 저녁
달콤한 술 한 잔을 마주하게 될지라도
그 한 잔은
무수한 쓴 맛들이 모여 이루어진 것임을
결코 잊지 않으리라
* 苦盡甘來에서 차용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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