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대해서

열세 번째

by Taylor

[사랑에 대해 이야기하기 전에]

진정한 사랑에 대해서 네가 아는 것은 뭐지? 이 질문은 나를 평생 괴롭힐 것이고 그 괴로움이 나를 진정한 사랑의 길로 인도하리라고 나는 믿어 의심치 않는다. 글, 잠 못 이루는 을 쓰자고 마음먹었을 때 나는 마지막 밤에 꼭 사랑에 대해서 글을 쓰자고 다짐했었더랬다. 그래서 지금 열세 번째 마지막 글에 와서야 이 소중한 글, 사랑에 대해서를 적는다.

[사랑에 대한 책]

내가 최근에 읽은 책 하나를 소개해볼까 한다. 콜미 바이 유어 네임이라는 책인데, 동성애를 담은 책이다. 여름의 이탈리아, 아름다운 햇살과 그에 따르는 욕망을 문학적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개인적으로 문장이 나의 취향과는 거리가 멀었지만 마지막 결말이 내 마음에 들어 이렇게 소개하고 싶다.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나를 네 이름으로 불러줘. 소년 시절 엘리오와 올리버는 우정과 사랑 사이를 자유자재로 오가며 뜨거운 사랑을 한다. 그리고 올리버는 떠난다. 그러나 그들은 계속해서 연락한다. 결코 이별이 아니라고 엘리오는 안심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결국 돌아온 올리버는 자신의 결혼을 소식을 밝힌다. 한 해, 또 다른 해가 지나면 그들의 사랑은 영원히 이루어질 수 없는 약속이 된다.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이별의 의미였다. 나는 줄곧 우리의 육체가 거리가 생기는 것이 이별이라고 생각해 왔다. 그러나 결코 그렇지 않았다. 그들은 계속해서 만나지만 그들을 가로막는 것은 두꺼운 벽도, 두툼한 유리창도 아닌 세월이다, 올리버의 결혼이자 자녀이다, 엘리오의 성숙해졌으나 멈추지 않는 끈적한 욕망이다, 그와 상충하는 올리버의 배신이다. 결국 그들은 키스를 위한 거리 1m, 혹은 50cm를 남겨두고 그저 가야 한다고, 잘 가라고 인사하는 것이다. 이 책은 나에게 사랑의 의미를 아주 간접적으로 알려준 책이다. 단순한 소년의 욕망이 얼마나 구체적이고 사실적이며 그것이 그 소년, 청년, 중년의 삶을 지독하게 지배하는 지를 상세히 묘사해 내며 나의 감동을 불러일으켰다. 사랑은 삶의 이정표다. 나는 그를 사랑하기 전과 후로 세상을 바라보는 습관이 생겼고 이는 그가 나의 삶 아주 깊숙한 곳까지 지배함을 의미했다.

[사랑에 대한 노래]

온 세상의 가수들이 노래하는 주제 사랑, 그중 내게 있어 가장 의미 깊은 사랑 이야기는 무엇일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너를 용서하고 사랑하게 될 거야. 한로로의 사랑하게 될 거야를 꼭 언급하고 싶었다. 가장 훔치고 싶은 문장, 영원을 꿈꾸던 널 떠나보내고 슬퍼하던 날까지 다 떠나보냈네. 영원을 꿈꾸던 과거의 나를 바라보는 허무함이란 말로 형용할 수 없으리라 나는 짐작했었는데, 이렇게 담담한 가사를 그런 목소리 불러대니 나는 그 노래를 사랑하게 될 운명이었던 것이다. 물론 너무나 밝지만 실상은 그리 밝지 않다. 그런 너를 용서하고 사랑하게 될 거야, 그런데 나는 그런 짓은 그만두리라고 마음먹었다. 누군가에게 그렇게 희생하는 일이 지쳤던 것이다. 그야 나도 누군가를 그렇게 사랑했었으니까. 어떤 이기심과 부딪혀도 나는 사랑하게 되리라는 것을 알았다. 그러나 결국 아무것도 얻지 못한 채 여기서 이러고 있지 않는가. 하지만 나는 안다. 나의 사랑이 그 길로 걸어 들어오면, 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라고 생각하리란 것을. 사랑은 때론 아주 바보 같기에 아름다운 것이다.

[사랑에 대한 나의 글]

사랑에 대해 알지 못하는 나는 왜 글을 썼을까. 그야 알고 싶었으니까. 그렇기에 써 내려간 것들을 여기에 조심스레 첨부해볼까 한다.


<사랑하는 네게>

멋진 문장들을 생각해 두었는데 기억해야 할 것들이 너무 많아서 까먹었어. 네가 어떻게 웃었는지, 네가 나에게 어떤 말을 건넸는지, 나를 어떻게 꼭 껴안았는지 기억해야 해서 말이야. 적어두었다면 좋았겠지만 네게 사랑을, 우정을, 믿음을 고백하는 글을 써야 해서 그것마저도 쓰지 못했어. 그래서 나는 수많은 사람들의 입을 거쳐, 내 입마저도 거쳐 지나가버릴 그 말, 사랑해를 말할 수밖에 없는 거야. 난 네게 더 멋진 말을 건네고 싶었는데, 내가 멋지지 못해서일까 봐서 괜스레 슬퍼져. 그래서 네 얼굴에 지워지지 않을 키스를 남겨두려고. 너무 따뜻해서 결코 시린 겨울이 찾아와도 잊히지 않을. 그래서 설령 우리가 너무나 멀리 헤어져야 한대도 나를 잊지 말아 줘. 영원한 건 없다지만 네게 있어서 나는 영원한 존재로 남고 싶어.
더 멋진 문장을 향해서, 더 멋진 사랑을 위해서, 영원한 내일을 위해서 안녕!


<생존법>

넌 나를 사랑해줘야 해. 슬프게도 반짝이는 소멸 직전의 별처럼. 설령 내가 울다가 포기하려는 순간이 찾아와도 , 너는 꼭 나를 사랑해줘야 해. 왜냐면 나는 지금은 네게 무너져 내려가고 있거든. 공든 성이 무너지고 안락함이 부서지면 넌 나를 껴안아줘야 해, 광년의 시간을 지나온 연인들처럼.
왜 꼭 우리는 남처럼 서로를 바라보아야 하는 걸까? 꼭 우리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게 엇박자를 유지할 필요가 우리, 아니 너와 나에게 있을까? 그런데 너는 꼭 그래야 하는 것처럼 말하지. 우린 서로를 결코 버리지 않을 거야.
네가 그렇게 말하려면 너와 나는 2인 3각 경기를 하듯 서로에게 한쪽 발을 내주어야 해, 한 명이 쥐가 날듯이 양보해도 불평 한 마디 해선 안 돼. 만일 한 사람이 넘어져 그 실이 끊기고 내주었던 다리가 저릿하게나마 움직이면 과연 너는 나를 사랑해야 할까?
넌 새로운 실과 새로운 이와 새로운 출발을 감행해도 돼, 자유를 얻은 어느 탈옥수에게 느껴질 법한 짜릿하고 달콤한 쾌락에 취해 소리쳐도 돼.
내가 선택지가 되었을 때, 더 이상 사랑해줘야 해, 하고 단언하지 못할 때, 너의 식은 마음과 타고 남은 재 속 하찮은 불씨가 나를 향할까? 이 하찮은 공간이 우리, 아니 너와 나에게 남기는 일말의 책임감 때문에 다리에 쥐가 나도 날 맞추느라 절뚝인다면, 가도 좋아. 홀연히 날아오르는 새처럼. 그런데 깨지고 남은 그 축축한 껍질은, 하나의 세계는 거기에 그대로 있을 거야. 계란을 굽기 위해 깬 껍질에 노른자는 더 이상 의존할 필요가 없듯이 말이야.
그런데 나도 가끔 노른자이고 싶은 순간이 와. 설령 툭, 터진다고 해도 선명한 노란빛인 순간이 있었던 삶이 칙칙하고 끝나지 않을 것만 같은 어떠한 세계, 껍질, 한 삶보다는 나을 것만 같거든. 그러려면 난 나를 사랑해줘야 해. 선명한 피멍 속에 피어나는 라일락 한 송이처럼
난 너를 사랑하지 않고, 나 역시 사랑하지 않고, 나의 우울을 사랑하지 않고, 불행함이라는 불쾌에 찌든 삶을 사랑하지 않고, 우울한 노래를 찾으려 열심히 검색하다 지치는 순간들을 사랑하지 않고, 우리의 멍청함과 이기심, 오만함과 질투, 그리고 이곳을 사랑하지 않아. 지금 이 순간까지도, 사랑하지 못해서 메말라 죽어 가



<사랑에 대하여>

비 오는 날 연인에게 기운 우산
그 사랑스러움에 대해
생각해 본 적 있는가

토독토독 떨어지는 비의
경쾌한 리듬감에 대해
생각해 본 적 있는가

사랑받는 이는 모를
사랑하는 이의 외로움에 대해
생각해 본 적 있는가

그대를 보다가
그대를 사랑하다가
그대를 그리는 일의
슬픔에 대해
생각해 본 적 있는가

아마 없을 것이다.
아마 그대는 모를 것이다.
내 그대를 사랑하는 이유는
그대가 모르기에
그 짜릿한 외로움에 대해
흠뻑 젖어 있는 것이다



<입춘>

힘들었어요
차디찬 겨울을 나는 일이요
며칠만 있으면 봄이 올 거죠
우리를 얼린 서리가 녹아 흘러갈 거예요
그것들은 나의 더운 눈물과 만나
봄이 되려나요
붉은 피를 뿜어내는 심장이 되어
꽃을 피우려나요
힘든 나를 위로하는 손길이 되어
나는 다시 또다시
더운 눈물을 흘리려나요



[사랑에 대한 나의 결론]

사랑은 어렵고 복잡하며 결코 우리를 내버려 두지 않는다. 나는 앞으로 삶을 살아가며 사랑을 느낄 것이고 그에 따른 수많은 갈등을 겪을 것이다. 그러나 돌고 돌아 사랑은 그 자체만으로도 이미 행복한 것이기에, 나는 사랑이 있는 삶을 살아가는 동안 영원한 불행에 대해 걱정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사랑하는 노래, 영화, 책, 글 등을 즐기며 나는 사랑을 배우고, 느끼고, 채운다. 사랑은 사람마다 다르기에 결코 우리는 알 순 없지만 그러나 우리만의 고유한 사랑을 경험할 수 있다는 특권을 가지고 이 각박한 세상을 조금은 덜 힘들게 살아가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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