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졸업 후 꿈꾸던 상담심리사를 하기 위해 편입 시험을 준비했지만 떨어졌고 내 선택지는 하나였다.
전공을 살리기 위해 보육교사로 지원했는데 이론 공부와 실전은 매우 달랐고, 사회 초년생이었던 나는 일에 대한 요령이 없었기 때문에 금방 번아웃이 왔다.
어떤 일을 해야 할지 고민하던 중에 전직을 결심하고 세무회계 사무원 양성 과정 교육을 들었다. 그 후 세무사 사무실에 단기 아르바이트로 가게 되었다. 아르바이트 경험이 나쁘지 않아서 기간이 끝나고 많은 세무사 사무실에 면접을 보러 다녔다. 그런데 면접 때 공통으로 하는 말이 비전공자이다 보니 1개의 회계 자격증이라도 있어야 한다고 했다.
회계 자격증을 취득한 뒤에야 새로운 세무사 사무실에 취직해서 다닐 수 있었다. 보육교사로 처음 일할 때와 마찬가지로 뭘 모르는 상태로 시작했다. 열정은 과다한데 나 스스로 이게 맞는 건지 일에 대한 확신이 없었다. 스트레스를 방치하며 기계처럼 일을 하다가 몸이 버티질 못하여 또다시 퇴사했다.
퇴사 후 제빵, 제과에 관심이 생겨서 원데이 클래스로 베이킹 수업을 들었다. 머랭을 만들려고 전동 휘핑기를 잡은 손이 덜덜 떨렸다. 보는 건 쉬웠는데 체력이 많이 소모되는 일이었다. 직접 경험해 보니 난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 사서 먹는 걸 더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걸 깨달았다.
퇴사 전엔 이것저것 많이 해야지 생각했는데, 매달 들어오던 월급이 없는 마당에 돈 쓰는 게 두려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