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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의 자리

첫눈 오는 날의 애상

by 페이지 성희



그때

우릴

떠올리면

갑자기 소나기가 퍼붓거나,

꽁꽁 얼어붙은

얼음장 같던 날씨의

계절이 보인다.


이상도 하지.



꽃 피던 봄날이나

바람이 머리칼을 흩날리는

가을에는

우리의 시간이 없다.



따뜻한 계절에는

서로의 아픔이거나

다른 사람과 함께이거나

일에 파묻혀

그만 잊었다.



눈이 거나

하루 종일 비가

퍼붓는 날에

창밖을 바라보다



문득

너를 생각했다.



어느 겨울

무정한 그 눈이

무릎까지 쌓이던

그 해 겨울.

친구와 술 한잔 한다는

그곳이

어쩌다

너의 집 근처임을



왜 여기까지 와서

객쩍은 농담인 듯

독한 소주에 빌려

이제서

너에게로 갈

용기를 떠올렸을까.



취기에 아무렇지 않게

전화 다이얼을 돌렸다고

너무 늦은 시간인지 몰라

기다리지 않겠다 해놓고



그냥

네 곁에 머물고 싶어

오래오래

깊은 밤을 달렸다.



처음 만났던 겨울.

겨울은

우리의

시작과 끝.



사람 하나 없는

고적한

그곳에서

왜 만났을까!



첫 데이트가

겨울 동물원이라니......



해도 시들은 한낮

추위가 가슴에 차올라

세상 밖으로

사라진다 해도



다.



그래 그때였지.

꽁꽁 얼어 빨개진

코를 보고

누가 먼저였나!

터진 웃음소리



차가운 대기 속에서

웃음의 알갱이들이

비눗방울로 날아다니고.

다시 흩어져

사라져 버렸다.



순간은 짧고

기억은 오래 남아.



그리움이

겨울 자락 너머

손 흔든다.



그리움이

빗물에 번져

눈물이 된다.



그 모든 것들이

아무렇지 않아진

지금도



안녕.

그런 말도......


행복해야 해.

그딴 말도.....



그저

오늘처럼

눈이 내리는 날

너에게

가려한다.




조금만

아주

천천히

.

.

.

눈처럼

.

첫눈처럼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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