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르고 싶은 이름
각 모둠마다 복사된 마을 지도가 한 장씩 주어졌다. 한 모둠은 네 명씩이었다. 아이들은 머리를 맞대고 도로와 건물에 색을 칠했다. 시장과 대형마트, 은행과 병원 등 건물과 도로에 각기 다른 색깔이 칠해졌다.
팀장이 제시한 색깔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지 한 아이가 삐쳐 돌아섰다. 아이는 책상 사이에 세워진 투명 플라스틱 가림막을 손가락으로 짓눌렀다. 애들 입에서 튀어나오는 비말(飛沫)을 막기 위한 가림막이었다. 수업을 들을 때와는 달리 모둠활동 때에는 책상을 뒤로 물리고 바닥에 앉아야 했다. 시간강사 정선생은 코로나19 방역용 플라스틱 가림막을 물끄러미 내려다봤다.
‘이거, 허울 좋은 전시행정이지.’
삐쳐 돌아서 있던 아이가 갑자기 소리쳤다.
“나 안 해!”
아무리 2학년 어린아이였지만 어이없는 행동이었다. 아이들이 고개를 들고 소리친 아이 쪽을 바라봤다.
“나 안 한다구!”
아이는 주먹을 부르쥔 채 고개를 주억거렸다.
정선생은 난처했다. 이런 일로 수업 분위기를 망칠 수는 없었다. 차분하고 조심스럽게 아이를 달래기 시작했다.
“저런... 얘야. 어떤 일이든 내 맘대로만 할 수는 없단다. 다른 사람들 얘기도 들어줄 수 있어야지. 가족들이 자기 말을 듣지 않는다고 아빠가 집을 뛰쳐나간다면 그 가족들은 어떻게 되겠니?”
최대한 차분하고 인자하게 타일렀다. 하지만 뭔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갑자기 아이의 목에 거머리 같은 핏대가 솟아올랐다. 그리고는 각혈(咯血) 같은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우리 아빠...... 없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