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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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내게 입을 맞추던 순간,
온 세상이 가라앉는 것 같았다.
나 몰래 상상했던 장면이 그를 통해 현실이 되었지만 정작 마음은 왜 이리 어지러운가에 대한 이유를 찾기 위해 수백 번 장면을 돌려보아도 그 순간에는 이유가 없었다. 나 또한 입술을 열어 그를 맞이했기에 그 장면에서는 어떤 이유도 찾을 수 없음이 당연했다.
사랑이 시작됨과 동시에 이제는 그를 잃을 수도 있다는 현실에 대한 철저한 속상함이었다.
오랜 시간 동안 그를 향한 마음을 동경이라 속여 간직했던 내 마음의 진실되지 못함을 알아버렸음에 대한 실망감이었다.
동경이어야만 했다.
단둘이 밤늦도록 커피를 마시며 수다를 떨어도 동경이어야만 했다. 아무도 없는 산책로를 단둘이 몇 시간을 걸어도, 다리에 불이 꺼지도록 함께 야경을 봐도, 별거 아닌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그의 목소리를 듣다 잠이 들어도.
나에게 그 사람은 과분했기에 동경이라는 다리를 건너 사랑에 도달해서는 안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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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포옹 대신 원망의 눈빛이 대답이었던 나에게 그 사람은 물었다.
“내가 미안해야 하는 상황 맞죠.”
“나는 가만히 있었는데, 왜 끝내 다리를 건너게 해요. 내가 어떻게 참았는데.”
“미안해요.”
붙잡아두지 못하고 창피하게 흘러버린 내 눈물 위로 전해진 그의 온기는 고스란히 전달되어 내 발끝까지 따뜻하게 만들었다. 동경이라는 단어의 뜻조차 제대로 알지 못하고 거짓 마음을 꾸며가며 버텨 온 나에게, 그 사람은 그 사람 자체로 동경의 의미를 가르쳐 주고 있었다.
여전히 두려웠던 나는 그에게 무엇을 확인받고 싶은지도 제대로 알지 못한 채, 마음에도 없는 말로 따지듯 말했다.
“나는 당신을 잃고 말았어요.”
내 머리에 입 맞춘 후 들려준 그의 대답에 또 한 번 온 세상이 가라앉는 것 같았다.
“잃지 맙시다. 서로.”
더 이상 그를 사랑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아니, 나는 이미 오래전부터 그를 사랑하고 있었다.
포근한 입술에서 나오던 온전한 사랑의 언어로 그는 나를 가졌고, 날 품고도 남던 그 넓은 어깨로 날 쉬게 했다.
***
그의 입술을 통해 나오는 모든 것들을 사랑한다.
폭신한 촉감과 온기, 그리고 오직 날 위한 그의 언어
[동경]
: 어떤 것을 간절히 그리워하여
그것만을 생각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