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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나이 되어봐. 기 - 승 - 전 - (?)

#건강 #노화 #운동 #관리

by 노영임
잘 지냈어?



“무슨 소리~ 죽다 살았어.”

자리 앉기도 전에 근황 토크가 시작이다. 누구 하나가 말 내기 무섭게 나는 날밤을 새웠네. 나는 불면증이네. 여기저기 한 마디씩 거든다.

또 누가 “이 놈의 감기 때문에” 운만 떼었다 하면 이 때다 싶은지 “말도 마, 나는 말이야." 콧물에, 목감기에, 몸살에…. 누가 누가 더 아팠나? 틀 붙듯 6하원칙에 의거한 사례발표가 이어진다.

어디 본인 뿐인가? 친정엄마, 시부모님, 가까운 지인까지 줄줄이 등장하니 "그려, 그려~", "고생했겠네." 장단 맞춰 주어야 한다. 아니면 인정머리 없다고 삐친다. 떤 때는 동시다발적으로 각자 자기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 누구 장단을 맞춰주어야 하나. 음식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커피가 목구멍으로 넘어가는지 모를 정도다.





언젠가부터 화두가 ‘건강’이다.

내 나이 또래 중년 여자들은 모였다 하면 아픈 이야기만 실컷 늘어놓다가 병원 예약 시간 맞춰 뿔뿔이 흩어지는 게 다반사란다. 요즘은 100세까지 거뜬히 사는 시대라만 거리에서 정정하게 걸어 다니는 그 나이쯤 노인의 모습은 보기 어렵다. 그렇다면 100세 노인들은 어디 있는 걸까? 집안이나 요양원에서 누운 채 100세 나이를 채우려고 겨우겨우 살아있는 건 아닐까.


“노선생은 나이가 얼마나 됐어?”

요즘엔 나이 분간이 어렵다며 지인이 묻는다. “6학년이에요. 먹을 만큼 먹었죠.” 그러자 대뜸 “이제 아플 때네. 건강 잘 챙겨야겠어.” 족집게 무당이라도 되는 듯 말한다. "그래요?" 대답은 그랬지만 수영, 헬스 등 나름 '관리하는 여자’라는 자부심이 있기에 가볍게 웃어넘기는 여유마저 부린다.


“나이가 뭐 대수야?” 그런데 대수였다.

그동안 살아면서 다리 골절로 보름 정도 입원한 것 말고는 병원에 누워있던 적이 없다. 코로나로 고생한 것까지 포함해서 아파서 병원 찾은 것은 열 손가락 안에 꼽을 정도다. 그런데 웬걸, 60년 한 바퀴 돌아 환갑이 되고 보니 몸의 변화가 드라마틱하다.

삐~!

몸 여기저기서 동시다발적으로 신호가 들어온다. 눈이 침침해서 안과에 가니 안구건조증으로 기름구멍인 마이봄샘이 막혔단다. 한여름인데도 몸이 가려워 피부과 갔더니 피부건조증이 심하단다. 팔들 때마다 어깻죽지에 통증이 있어 정형외과 찾으니 오십견이란다. 찬물에도 이가 시려 치과에 가서 검진받으니 치아 법랑질이 닳았단다. 정말 가지가지하네.


“나이 들면 다 그래요.”

가는 곳마다 원인을 물어보면 답은 하나다. ‘기-승-전-노화’다. 노쇠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나이 먹으면 다 그렇게 된단다. 한마디로 늙었다는 것이다. 하긴 몸도 기계인데 60년 넘게 굴리고 써먹었으니 고장 날 만도 하지. 별수 있나. 여기저기 손고 기름칠도 해 가며 써야지.

내 나이쯤 되면 당뇨에 고혈압에 한두 가지 이상씩 약을 먹는 듯하다. 모르는 병이 아니 내가 아는 병, 지병(知病)이란다. 르면 문제지만 이미 잘 고 있으니 삼스러울 것 없다. 병이 싫다는 것 안 하고, 먹고 싶다는 것 먹어주고, 살살 달래서 비위 맞춰가며 데리고 살아야.


거울 보는 게 영, 마뜩지 않다.

고 일어나면 베갯잇 꼬깃꼬깃 구겨진 자국이 데칼코마니처럼 뺨에 판박이로 스란히 박혀있다. 어떤 날 루종일 마 정중앙 쓱–, 칼자국을 긋고 다닌다. 피부 회복탄력성이 떨어져 아무리 문질러도 쉽게 복원이 안 기 때문이다.

그런데 반하여 TV에 나오는 여자 연예인들 얼굴을 보면 꿀광 피부라나, 도자기피부라나. 하나같이 맨질맨질하니 윤기가 자르르하다. 70대 역할도 오히려 분장을 시켜 할머니로 만들고 있다.

나도 젊어지고 싶다. 이뻐지고 싶다. 마음이야 당연하지만 바랄걸 바래야지. 억지 쓴다고 이루어 것도 아니다. 다만 마음이 더디게 쫓아가듯 몸도 조금 천천히, 천천히 늙어가기만 바랄 뿐이다. 국민 엄마배우라는 '김혜자'씨처럼 주름졌지만 웃음이 어여쁜 얼굴을 롤모델로 그려본다.


사진자료: https://pixabay.





집안 병력을 떠올리면 은근 걱정이다.

아버지는 몸에 좋다는 것 다 챙겨 드셨다. 아침에 눈 뜨자마자 집 암탉이 방금 낳은 따끈따끈한 닭알 대령이요. 녹용에 사슴피까지 찾아다니며 챙겨 드신 눈치였다. 우리에겐 먹어 보란 말 한마디 없이 당신 몸만 애지중지하셨다. 그랬어도 지금 내 나이쯤 환갑을 넘기자마자 위암으로 고생하시다 돌아가셨다. 친정엄마는 지금은 완치되었지만 25년 전 대장암으로 고생하셨다. 그리고 언니마저 위암 판정을 받아 위 전제 수술을 받고 적은 양의 식사로 건강을 챙기고 있다. 유난히 암에 취약한 가족력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

'다음은 내 차례인가?’ 집안 내력이 이쯤 되니 은근 마음이 쓰인다. 일단 암보험부터 빵빵하게 들어야지 싶으면서도 "에이~ 이런다고 뭐가 달라지겠어." 죽고 사는 건 다 운명이지. 명론자가 되는 수밖에.


뭣이 중헌디, 나이 먹으면 건강이 최고라잖아.

50대면 이쁜 여자나, 안 이쁜 여자나 똑같이 하향 평준화된단다. 60대가 되면 배운 사람이나 못 배운 사람이나 다를 것 없고, 70대면 돈 있는 사람과 돈 없는 사람이나 다 똑같단다. 건강하냐? 아니냐? 단지 그 차이만 있단다. 별수 있나. 내 몸은 내가 알아서 챙겨야지.

그동안 사람을 판단할 때 ‘착하냐’, ‘나쁘냐’ 도덕적 관점으로 나누었다. 그러나 이제는 아니다. 그 기준도 ‘관리하는 사람’과 ‘관리하지 않는 사람’ 2분법이다.





건강이 그냥 주어질까? 나름 노력하고, 관리해야지.

우선 먹거리다. 우리 집 아침은 일명 ‘지중해식단’이다. 말이 그렇지 뱀 나올 것 같은 풀밭이다. 그리고 맛이 있든 없든 집밥이 좋다. 새삼스레 옛날 울 엄마가 만들어준 주던, 맨날 똑같다고 거들떠도 안 봤던 집반찬이 눈에 삼삼하다. 인터넷으로 레시피를 찾아가며 짓고추를 식히고, 고들빼기 김치를 담그고, 우거지선짓국을 만들어 본다. 흉내 내는 정도의 솜씨지만 간이 세지 않고 슴슴하니 건강한 맛(?)이다.

그리고 커피다. 남자의 유혹에는 끄떡없어도 커피 유혹에 안 넘어갈 수 있을까? 대신 핸드드립으로 내려 마신다. 쓴맛으로 볼 때 한약과 매한가지라 몸에 좋으려니 여기기로 하자. 달달한 커피믹스는 양심에 찔리지 않도록 특식처럼 마신다. 유독 땡기는 날이 있다. 비 오는 날 오후 3시.


내 나이에 운동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지.

남편과 같이할 수 있는 취미로 골프를 해볼까? 몇 차례 시도해 봤다. 연습장에 가서 200개짜리 한 박스를 쳐도 실력은 맨날 똑같다. 수박통만 한 배구공도 아니고, 고 쬐끄만 공에 목숨 거는 게 영 시답지 않다. 결국 풀세트 골프가방은 바람에 닫힐라. 방문 앞에 세워 두는 용도로 다가 몇 번 이사하며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도 않는다. 그래도 수영, 탁구, 헬스 등 목숨줄처럼 운동 한 가지씩은 붙들고 있다. 그래야 큰소리치지. 관리하는 여자라고….


사진자료 :https://pixabay.


나, 관리하는 여자야! 왜 이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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