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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넌, fiction 12화

실어(失語)

낭독극

by 유리킴 디자인

1막

막이 오르면
한글과 영어가 섞여서 들린다


공空-회전하거나

Pseudo-zoning


반半-이해했거나

Semi-fathomable


초超-초자아

Above-super ego


잉여-과립

Over-Pulverizing


오답-연속

Error-continuum


(암전)


무대는 침식된 분지의 모습이다
물방울이 떨어지는 소리가 간혹 들린다
구멍무늬 토기가 흩어져 있고 3명의 낭독자는 방백한다.


(낭독자1)

음계를 잃어버린 그들은

벽에 몸을 묻고

못다한 울림을

그린다


공간을 메우는

벽의 진동


시간을 채우는

벽화의 진통


(낭독자2)

목젖에 떨어진 씨는

이내 잊혀졌다


이윽고 열매가

목구멍으로 올라올 때

혀는 굽어진 몸으로

자신의 뿌리를 자른다


(낭독자3)

침식된 분지 그곳에

구멍무늬 토기 같은 기억이

흩어져 있다


식어버린 소리들이 벽화처럼 굳어있는

어귀에서 분출을 본다 그 응고되는 순간을


(암전)


2막 : 주석버린 사람들 (이어말하기)


3명 이상의 낭독자가 있다. 순서 없이 발화한다


너의 큰 따옴표를 벗으라

네가 주운 주석은 나를 메스껍게 한다

대신 너의 영롱한 시선으로 빚어다오

너의 괄호들은 나의 물음표

나의 물음표에 너의 오싹한 주관을 다오

나는 너의 해석으로 이어가는 실루엣

내게 말을 다오 뜨겁고 견고하고 정교한 것을

당신이 오래동안 닦은 것

모든 것을 포함한 그러나 한번도 사용하지 않은


(3명의 발화자 동시에) 우리는 밑줄 그으며 탐구한다 너를 읽을 때마다 나는 다른 곳에 밑줄 긋는다



느낌표

물음표

느낌표


그러나 마침내 마침표는 씌여지고

너는 점점점점점점 사라진다


형용사들을 하이픈으로 연결한 다각 그물에서 태어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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