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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과 하나님

by 김상원 Feb 02. 2025

천주교 신자는 ‘하느님,’ 개신교 신자는 ‘하나님’이라고 부른다. 모두 야훼를 뜻하지만, 다르게 쓰고 말한다. 구교신자인 나는 ‘하나님’이란 호칭이 조금 불편했는데, 예를 들어 책을 읽을 때 ‘하나님’이라고 쓰여 있으면 ‘하느님’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곤 했다. 


그런데, 최근에 개신교인이 쓴 책을 읽다가, 이 표현의 차이가 더 이상 신경 쓰이지 않음을 알게 되었고, 심지어 ‘하나님’이란 말이 친근하게 다가오기까지 했다. 나에게 변화가 일어났다. 

 

부끄럽지만, 나에게는 구교에 대한 은밀한 오만함이 있었다. 겉으로 표현되지 않고 잘 드러나지 않았을지라도, 내가 갖고 있던 종교의 틀 안에 엄연히 존재하고 있었다. 이것을 뒤흔드는 계기가 있고 나서, 나는 사람들이 갖고 있는 ‘하느님’ 또는 ‘하나님’에 대한 이미지나 상이 전보다 훨씬 더 궁금해졌다. 내가 믿는 하느님과 내 옆의 교우가 믿는 하느님이 과연 같을까 하는.

  

당연한 이야기지만, 어느 교파에 속하는지 보다는 신앙이 얼마나 본질적인지가 더 중요하게 다가왔다. 조직화된 종교가 지니는 가치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내용을 잘 담아내기 위한 형식과 의식은 필요하며, 여기에 담긴 역사적 문화적 요소도 중요하다. 그렇지만, 형식이 내용을 왜곡하고 경직되어 이데올로기화 되는 것을 경계하고 싶다. 


예수님이 사마리아 여인에게 하신 말씀이 생각난다. 예수님은 굳이 장소를 가리지 않아도 되며 영적으로 참되게 아버지께 예배드려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요한복음 4장 21-23절). 나의 그릇된 편협함을 고백하며, 경계를 넘어서 우리가 하나 될 수 있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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