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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랑 Sep 13. 2024

사라지고 싶은 날

종종 아무도 모르게 사라지고 싶다.

불면증이 심해 잠을 이루지 못하는 밤이면 새벽이 지나 해가 뜨는 것을 보며 생각한다. 가끔은 종종 아무도 모르게 사라지고 싶다. 무언가를 더 하고 싶지도 않고 내가 이루고 싶은 모든 것들이 하얗게 그리고 희미하게 점차 다 사라져 버리는 마음에 나의 미래가 다가오는 미래들이 까마득하고 숨이 막히는 느낌이 든다. 이런 느낌이 들게 된 그 이후부터는 한동안 무기력하고 답답하고 움직이고 싶지만 움직일 수 없는 하루를 보내게 된다. 직장 때문에 억지로 몸을 일으켜 억지로 움직이는 동안 수십 번 아니 수백 번 나에게 많은 생각을 던지게 된다. 왜 지칠까? 왜 사라지고 싶을까? 나는 왜 살고 있을까? 이렇게 나에게 계속 질문을 되뇌는 것도 지칠 때쯤이면 그것에 대한 정답을 찾으려는 노력을 하는 것마저도 생각을 하는 것도 지치게 된다. 내가 나를 응원하고 위로하고 껴안는 것조차도 지친다. 너무 지쳐서 응원이나 위로마저도 못하게 되면 나에게 너무 크게 실망하게 되어버린다. 자꾸 스스로에게 너무 크게 채찍질을 하게 되어 더욱 사라지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남들에게는 유한 내가 나에게는 너무나도 가혹하다. 그것이 너무 서럽다. 그냥 나는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 하루하루에 의미를 부여하고 기대를 하는 것조차도 그만하고 싶다. 그냥 이대로 아무도 모르게 사라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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