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지능력
마음이 아프고서 인지능력이 그렇게 떨어졌을 때의 나의 모습은 아마 아무도 모를 거야. 연락도 피하고 아무도 만나지도 않은 채로 나를 숨겨버렸으니 알고 싶어도 알 방법조차도 없겠지. 근데 그거 알아? 내가 그렇게나 좋아하던 책들을 읽어보려 책을 펼쳐도 한 문장조차도 읽지도 못한 채 책을 한참을 멍하게 쳐다보다 울었던 거. 찝찝한 마음에 씻기 위해서 화장실에 옷을 벗고 들어가서는 갑자기 하얗게 백지상태가 되어버린 멍해진 머리를 부여잡고 무엇부터 해야 할지도 모르고 나갈 생각조차도 못해 한참을 서있다 울었던 거. 너무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는 기분에 살아나가려 밥을 먹으려고 배달음식을 시켜놓고선 도착했다고 울리는 초인종소리에 문도 열지 못한 채 문고리만 잡고 음식이 식을 때까지 한참을 서있던 거. 이런 평범한 일상생활 속 행동이 되지 않았을 때 나에게 밀려오던 수많은 감정에 얼마나 서러웠는지 얼마나 두려웠는지 아마 겪어보지 않고는 평생 모르겠지. 당연한 일들을 못하는 게 얼마나 날 무너뜨렸는지 그 무너진 내가 무서워서 한참을 다시 울어버리는 나를 아마 너희는 모를 거야. 근데 차라리 한 편으로는 아무도 몰라서 다행인 것 같기도 해. 평생 숨기고 싶은 모습이기도 하니까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