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에서 사람 찾기
* 전편과 순서가 바뀌었습니다. 이번 편을 보신 후 <3-1. 도서관> 편을 보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공간, 사람, 현상 등 무언가에 대해 얘기할 때, 우리는 보통 대상에 맞는 단어로 표현합니다. 겸손한 사람, 친절한 사람, 아늑한 공간, 균형 잡힌 공간... 그래서 '건물이 친절하더라', 또는 '사람이 참 아늑해'라는 표현은 뭔가 어색합니다.
물론 공간과 사람 모두에게 사용 가능한 (사전에도 실려 있는) 표현도 많습니다. '그 마을은 참 따뜻한 곳이었어'라는 문장을 살펴봅시다. 기온이 높은 지역이라는 뜻일 수도 있겠으나, 그 마을 사람들이 따뜻했다는 말일 수도 있습니다(이때도 환영해 주고 배려해 주었다는 말이지 사람들 몸이 따뜻했다는 건 아닐 겁니다). 이렇듯 '따뜻함' 같은 말은 대상과 상황에 맞게 다양하게 쓰입니다. '열다'라는 말도 마찬가지겠죠. '열린 사람'은 수용적인 사람을 뜻하고, '열린 공간'은 물리적으로 열려 있거나 혹은 공공성을 지닌 장소를 뜻하게 됩니다.
건물이 친절할 순 없는 걸까요? 사실 우리는 사전에 실려 있든 그렇지 않든, 생명체인 인간과 비생명체인 공간을 같은 단어로 묘사하곤 합니다. 실제로 건물이 친절하다는 표현을 종종 하죠. 안내 표시가 잘 되어있어서 장소를 쉽게 찾아갈 수 있거나, 장애인과 노인, 어린이, 어느 사람이든지 이용할 수 있는 건물은 구조나 시설 자체가 친절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친절함 외에도 활기 넘치는 장소나 점잖은 장소도 있겠죠. 이처럼 사람을 표현하는 단어로 공간을 묘사할 때는 그곳을 만든 사람들 또는 그곳을 이용하는 사람들에 대한 묘사가 됩니다. 그 반대 경우도 마찬가지고요.
그렇기 때문에 공간에서 사람을 찾아야 합니다. 우리 모두의 일상이, 성품이, 이상이 도시 공간에 반영되고 있고, 언어로 표출되고 있기 때문이죠. 더 자유롭게 감상하고 더 심도 있게 평가하기 위해서이기도 합니다. 지금부터는 도시건축가 김진애의 표현처럼 두 가지 정체성을 장착해 봅시다.
우리는 질문하면서 변화의 단서를 찾는다. 이상하게 볼 줄 아는 이방인의 시각을 잃지 않고, 문제를 제기하고 해결 방법을 모색하는 시민의 태도를 잃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