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와 만남의 장
* <3. 세 번째 공간 : 시민 혹은 이방인> 편을 보신 후 이번 편을 보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기회가 된다면 여행을 갈 때마다 도서관에 갑니다. 책을 빌리지는 못하더라도, 제가 타 지역 주민이든 외국인이든 책을 뽑아 들고 아무 데나 앉을 수 있다는 사실이 신기하고 재밌거든요.
상징성 때문이기도 합니다. 지금은 누구나 책을 볼 수 있는 것이 당연하지만 예전에는 그렇지 않았죠. 지식을 공유하는 일이 권력을 위협하는 일이었으니까요. 아마 이런 점이 도서관을 찾아가고 싶게 만드는 매력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처럼 물리적, 지식적 접근성을 갖춘 도서관은 사람을 환대하는 대표적인 공간입니다. 다만, 평소에 도서관에서 책을 자주 빌리고 동네 책모임에 참여하는 사람으로서, 그리고 공간에 관심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아쉬운 점도 있습니다. 작가 윤광준의 표현을 빌려 봅니다.
평소 학생들로 점령된 듯한 우리나라 도서관의 분위기에 불만이 많았다. 마치 수험생들의 공부방 같은 인상을 풍기던 도서관엔 가고 싶지 않았다. 도서관은 책을 매개로 지식과 정보, 사람이 만나는 마당 역할을 해야 한다. 관공서풍의 딱딱한 분위기 속에 열람실의 조악한 테이블과 의자를 보자면 오래 머무를 마음이 사라진다.
제가 가본 거의 모든 도서관은 열람실(학습실)이 아닌 자료실에서도 연필 한 자루 떨어뜨리기 무서울 정도로 공기가 무겁습니다. 조용히 집중할 수 있는 공간도 물론 필요하지만, 자료실에서조차 자유로운 대화도 허용하지 말아야 하는 걸까요? 어쩌면 도서관들이 스스로의 정체성을 학습실(같은 분위기)이라고 생각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거의 모든 도서관의 자료실에서 사람들이 구석에 몰립니다(왼쪽 사진). 왼쪽 사진 뒷편을 자세히 보시면 복층 공간을 만들었는데, 무미건조합니다(아래 사진).
어떤 도서관은 저녁 9시가 다 돼 가는 시간까지 사람들을 맞이해 줍니다. 단, 칸막이 자리로 가득한 자율학습실만 들어갈 수 있습니다. 또 한 가지, 복도에서도 소리를 내어서는 안 됩니다.
대화가 하고 싶다면 꼭대기층으로 가야 됩니다. '대화방'이자 '쉼터'라는 이름을 붙였다는 게 충격적입니다.
개인적인 바람으로는 학습실을 제외하면 모든 공간이 아늑하고 두런두런한 공간으로 채워지길 바랍니다. 책은 혼자 읽는 것이기도 하지만 누군가와 나누면 배움이 무궁무진해지니까요. 대부분의 도서관에서 글쓰기, 영화, 강연, 소모임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것처럼, 반드시 책에 관련되어야 할 필요도 없겠죠.
별마당도서관은 자료실과 로비가 합쳐진 만큼 활기찬 분위기를 만듭니다. 이것이 어렵다면 조용히 해야 하는 학습실, 책을 고르며 여기저기 앉을 수 있는 자료실, 바깥바람을 쐐는 발코니, 다양한 사람들이 드나드는 로비 등 장소마다 자유도를 다르게 구성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이렇게 하면 더 많은 사람들이 만족스럽게 누릴 수 있지 않을까요?
2층 도서관 한쪽에 집중해서 작업할 수 있는 열람실이 있고, 소파가 있는 자료실은 비교적 편안한 분위기를 풍깁니다(왼쪽 사진). 소파 앞에는 야외공간인 발코니가 있습니다(오른쪽 사진). 1층 로비에는 카페가 있고 앉을 수 있는 공간이 골고루 배치되어 있어, 작업하거나 책을 읽는 사람이 많습니다. 단차를 둬서 공간을 다양하게 연출하기도 했네요(아래 사진).
이곳도 구성이 다양합니다. 1층에는 작은 방처럼 만들어놓은 공간이 있습니다(왼쪽 사진). 2층에 발코니가 있고(오른쪽 사진), 본관 맞은편 길가로 도서관이 연장되어 있습니다(아래 사진).
앞에서 도서관의 구석 자리를 부정적으로 표현하기도 했죠. 하지만 문제는 구석 자리 자체가 아니라 구석 자리를 만드는 방식입니다. 분위기 자체가 다르지 않나요? 카페와 책방으로 구성된 로비가 구청 민원실과 연결되어 있다는 점도 훌륭합니다.
주변에 상점도 많이 있고 내부와 외부를 연결해 주고 있어서 그런지, 자료실과 로비를 넘어서 광장 역할도 하고 있는 듯합니다.
책은 아름다운 장면과 잘 어울립니다. 하지만 도심에서 바깥 풍경이 좋은 장소를 찾기가 힘들죠. 이럴 때는 자신의 취향에 맞는 인테리어를 찾아보는 것도 좋습니다. 책 한 권 들고 갈 만한 동네카페 한두 곳 정도만 있어도 든든합니다. 도시가 나의 서재가 된 것처럼 말이죠.
이 도서관 안에는 지역아동센터가 있습니다. 엄숙해질 것 같을 때마다 아이들이 한 번씩 뛰어다녀줍니다. 아이들 덕분에 한층 밝아집니다.
도서관 앞마당입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장소 중 한 곳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