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학적 상상력으로 바라보기
'사회학적 상상력'이란 개인적인 상황(혹은 사물)을 사회적 맥락에서 다루기 위해 제시된 개념입니다. 익숙함이 가려놓은 지점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게 해주는 도구란 뜻이기도 하죠. 사회학자 앤서니 기든스는 『현대사회학』에서 커피를 이 도구로 관찰합니다.
첫째, "커피는 (중략) 일상적 사회 활동의 한 부분이라는 상징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 커피를 마시는 행위는 많은 사람들의 하루를 시작하게 해주는 생활 습관입니다. 물론 개인적 측면에만 머무르지 않죠. 다른 사람들과 함께 커피를 마시는 것은 대화가 중심이 되는 사회적 의례입니다.
둘째, "커피는 (중략) 카페인을 함유한 일종의 마약이고, 많은 사람이 커피의 ‘각성’ 효과 때문에 커피를 마신다." 장시간 노동(시험 준비)을 위한 에너지원으로서 강한 중독성을 가지지만, 특히 서구 문화에서는 마약으로 여기지 않습니다. 반면 코카인은 용인하면서 커피나 알코올은 용인하지 않는 사회도 있다고 하네요.
셋째, "커피를 마실 때, 우리는 전 세계로 뻗어 있는 복잡한 사회적, 경제적 관계망에 사로잡힌다. 커피는 지구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와 가장 부유한 나라 사람들을 이어주는 상품이다." 주요 소비국과 경작국 사이의 지속적인 거래는 국제 교역에서 상당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죠.
넷째, "커피를 마시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 아니라 하나의 긴 사회적, 정치적, 경제적 발전 과정이 전제되어 있다." 원래 그 지역의 식단이라고 여겨질 정도로 널리 소비되는 음식들 중에는 식민지 확장기부터 유입된 것들이 많다고 합니다. 특히 서구에서 마시는 커피는 대부분 식민지배를 받았던 남미와 아프리카 지역에서 생산됩니다.
마지막으로, "커피는 세계화, 국제 공정 무역, 인권과 환경오염에 대한 논쟁의 중심에서 ‘브랜드화’되고 정치화되었다." 유기농 커피를 마실 것인지, 커피 생산자들에게 공정한 시장 가격을 지불할 것인지, 거대한 기업형 커피 체인 대신 독립적인 커피 전문점을 이용할 것인지 등 사람들이 소비 방식을 선택하고, 정의를 생각하고, 정책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이죠.
커피 하나를 가지고도 다양한 얘기를 할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롭지 않나요? 마찬가지로 저는 커피 대신 공간이라는 주제를 통해 사회를 풀어내는 일이 하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때로는 공간에서 뻗어나가고, 때로는 공간을 관통하고, 때로는 공간에 도달하는 작업을 말이죠.
그런 의미에서 네 번째 공간에서는 더 멀리 바라보려 합니다. 밀집된 곳에서 경쟁하는 사람들, 기후위기가 불러오는 가혹한 환경, 자신의 터전과 함께 사라지는 사람들까지.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 한 가지가 남아있죠. 비관하는 게 더 편할 것 같은 이런 상황일지라도, 가능한 평화롭게 공존하기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지도 고민해 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