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그림
모퉁이 가게에서 나는
선선한 꽃향기가 싫었다
땅내음과 함께 섞여
풍기는 비냄새도 싫었다
하얀 도자기 잔에 담긴
고소한 커피 향도 싫었다
이젠 그저 창 하나를 두고
바라만 봐야 하는 풍경이
날카롭게 폐부를 찌를 뿐이다
널 위해 했던 모든 생각과
행동들 꿈꾸었던 모든 것
다 지워버리고 잊고 싶어
생각을 정리하려 글을 써도
여전히 내 손끝에 들린
펜은 여전히 널 그린다
창밖의 추억에 차라리
김이 서리면 좋으련만
이제 햇볕이 바삭거리는
계절이 되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