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이 보낸 신호

by JS

친한 언니, 오빠들에게 지겹도록 들어왔던 말이 있다.

"서른 살이 되면, 체력이 정말 많이 떨어져."

누군가는 우스갯소리로, 29살 12월 31일에 자고 30살 1월 1일에 일어나면 몸이 달라져 있다는 이야기도 했다.


20대 중반에 그런 얘기를 들었을 땐 마냥 재밌었는데, 29살쯤 되자 그 말이 실감이 났다.

정말 너무너무 힘들었다.

활동한 것에 비해 과하게 피곤했고 무기력해졌다.

낮잠은 필수가 되었고, 낮에 그렇게 자고도 밤에 또 깊은 잠에 빠졌다.

'정말 서른이 다가와서 이 정도로 힘든 건가?'

그렇다면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모든 서른 살들이 존경스러울 지경이었다.


그맘때쯤, 갑상선에 혹이 발견되어 병원에 다니기 시작했다.

치료에 좀처럼 호전이 없어 다른 병원으로 옮기고, 새 병원에서 혹의 위치가 갑상선이 아닌 림프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검사 결과가 썩 좋지 않다며, 조직 검사가 필요하니 내원해 달라고 했다.

목에 혹처럼 도드라진 덩어리는 하루가 다르게 커졌고, 육안으로도 보일만큼 단단했다.

'조직 검사를 하자고 하면, 암이 의심된다는 말인가?'



나는 가족들의 걱정에 떠밀려 서울의 대학 병원에서 검사를 받았다.

그리고 29살의 여름, 호지킨 림프종을 진단받았다.

처음 결과를 들었을 댄 오히려 홀가분했다.

조직을 떼어놓고 결과를 기다리는 2주 동안 수많은 걱정과 상상들 속에서 괴로운 시간을 보냈기 때문이었다.

그래, 차라리 병명을 알게 되었으니 이제는 치료받으면 될 일이었다.



그 시간 동안 무덤덤해졌던 나와는 달리, 마음의 준비를 하지 못한 가족들은 난리가 났다.

들어본 적 없는 생소한 이름의 암이었고, 나는 20대였으니까.

남편은 의외로 덤덤했다.

자기가 많이 알아봤다며, 2기면 빨리 발견한 거고, 나이도 젊으니 예후도 좋을 거라고 나를 다독였다.

나는 그때 '그래도 오빠라서 다르구나, 역시 든든하구나.' 생각했고,

그래서 정말 남편이 괜찮은 줄 알았다.



그로부터 한참의 시간이 흐른 후에, 항암이 끝나고 난 후 알게 된 사실은.

시댁에 내가 아프다는 소식을 전하러 간 남편이

자기를 만나 고생해서 아픈 것 같다며, 자기는 나 없이 살 수가 없다고

어머님 앞에서 아이 마냥 울었더랜다.

keyword
이전 24화잘못도, 고침도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