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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드리아나 Oct 12. 2024

너무 아픈 사랑도 사랑이었음을

11. 그렇게 나의 가을은 간다

그렇게 나의 가을은 간다


어스름 들녘

별빛 몇 개 주워 모으는

작은 풀벌레 소리에 가을이 묻어난다.

 

여름 끝에 익어버린 하늘은

짙은 가을색을 토하며

노곤한 내 몸을 붙잡는다.

 

혼자 고적한 맛에 취해

마흔 아홉 해의 씁쓸한 흉터

미련 없이 제거하며

시간을 낭비하는 사치를 누려 본다.

 

뻔뻔한 얼굴로 하늘과 맞대 누워

우습게도 나는

산사의 종소리에

고해성사를 보는 환상에 젖는다.

 

검어지는 하늘빛이

내 손아귀에 걸린다

계절 속에 한 장의 가을을 접어 넣으며

그렇게 나의 가을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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