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고백
고백
당신은
인동덩굴입니다.
작지만
커다란 향기로 다가오는
당신은 인동덩굴입니다.
어느 낮은 돌담에 늘 있었던 것처럼
마치 하늘이 정해준 것인양
내 곁에 있어야 함이
너무나 당연하게 여겨져
당신의 소중함을 잊고 지낸 지
어느덧 스무 해가 되어갑니다.
때로는 하얗게
때로는 노랗게
때로는 달콤한 꿀맛으로
때로는 탕약 냄새나는 비릿한 쓴맛으로
인생에 미묘한 아름다움을 심어주는
당신은 나의 인동덩굴입니다.
당신에게도 힘든 날이 있을 터이지만
속 좁은 아내 힘이 들까
내색하지 않고
꼭 잡은 두 손에서 전해지는
따뜻한 파동이
나의 시린 몸을 녹이는 온기가 됩니다.
겨울을 살아서 넘어가는
당신 덩굴에 얽혀
태풍이 몰아쳐도
풀어지지 않는 모습으로
그렇게 살아가고 싶습니다.
당신은
나의 인동덩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