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걷던 출근길에 들꽃이 점점 피어나고 있다. 완전히 피어난 꽃들은 내게 잘 다녀오라고 인사라도 하듯이 고개를 반쯤 떨구고 있다. 분명 작년 여름에 베어냈던 들꽃인데, 날이 따뜻해지고 봄비가 몇 번 내리고 따스한 햇볕이 내리쬐니 다시 땅을 뚫고 피어났다.
별 볼일 없던 출근길에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꽃들이 피어나니 사람들에게도 웃음꽃이 피어나는 것 같다. 꽃이 예쁘다고 함께 사진을 찍는 아주머니들, 꽃이 피어나는 장면을 사진에 담아내는 커플들, 희미하게 뿜어내는 꽃의 달큼한 냄새를 맡고 항상 걷던 거리임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길을 걷는 것처럼 느끼는 나.
비가 억수로 퍼붓던 장마를 지내고, 붉게 물은 나뭇잎들을 털어내는 가을을 지내고, 좋은 꿈 꾸라는 듯이 새하얀 눈을 땅 위로 덮어주던 겨울을 지나 봄이 오면 어김없이 꽃들은 다시 찾아온다.
우리 인생도 비슷하지 않을까, 내가 겪은 모든 경험들이 양분이 되어 이제 꽃봉오리를 맺어내는 시기가 온 것 같다. 말랑해진 흙을 치워내고 머리를 들어 햇빛을 바라봐야 하는 시기지만 나는 아직 햇빛을 마주할 준비가 되지 않은 것 같다. 그럼 뭐 어쩌겠나, 저렇게 아름다운 꽃들도 순간을 위해 수많은 시간을 쏟아내는데. 사람이 되어서 꽃한테 진다고 생각하면 유치한 질투심이 마음속에 살짝 고개를 들어 올린다.
아름답게 피어내는 꽃들은 순식간에 져버린다. 그 짧은 순간을 위해 몇 날 며칠을 고생해서 피워내는 꽃들을 보고 있자면 짠한 마음이 들곤 한다. 하지만 항상 걸어가던 지루했던 길에 피어난 노란 들꽃들은 사람들의 사진첩과 기억, 그리고 마음속에 오랫동안 남아있을 것이다. 내가 피워낼 꽃이 찰나의 순간에 불과하더라도 나는 모두의 가슴속에 남을 수 있는 꽃을 피워내고 싶다.
나의 앞길을 노란 황금빛으로 물들게 해 준 들꽃들이 참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