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5일 화요일 오전 10시 일찌감치 병원을 찾았다. 원래 진료 예약 시간은 11시 50분 이었지만 마지막 진료였던 만큼 일찌감치 준비해서 간호선생님과 병원으로!
도착 확인부터 수납 및 접수하는 거 하며 혈압 및 키와 몸무게 측정 및 검사받는 거 하며 진료받는 거 하며 혼자서 척척해냈다. 이게 뭐라고 내심 또 자신감이 샘솟던지.
생각보다 산부인과는 한산했고 덕분에 초음파 검진 또한 빨리 보게 되었고 초음파를 보는 데 걸린 시간도 오래 걸리지 않았다. 마지막 검진이라 그랬던 걸까? 오래 대기하지 않아서 그것은 좋았다.
24주 때 입체 초음파로 얼굴 겨우 보고 그 뒤로 얼굴을 본 적이 없었다. 초음파 사진이라고 주는 거랍시고는 머리 배 다리 이렇게 3가지 사진이 다였기에 초음파 봐주시는 선생님께 혹시 얼굴을 볼 수 있을까요? 하고 물어봤더니 최대한 봐주시겠다고 하셨다.
머리 길이 배 길이 다리길이를 재주시고 이윽고 화면에 뚜기의 얼굴이 잡혔다. 눈은 감고 있어 제대로 못 보았지만 얼굴 형태와 코와 입을 보았는데 입을 뻐끔뻐끔 벌리고 있던 모습이 너무 귀여웠다. 이렇게라도 얼굴을 볼 수 있는 게 얼마나 좋던지..
뚜기를 출산하기 전 마지막 산전 진료였기에 이날은 혈압 키 몸무게 재는 것도 그리고 초음파 검진받는 것도 내 모습 하나하나를 간호 선생님이 사진에 담아주셨다. 길고 길었던 임신 기간의 끝 의미 있는 날이니까.
그렇게 초음파 검진이 끝이 나고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초음파 사진을 5장을 받아 초음파 검진실을 나왔다. 초음파까지 다 보고 나왔는데도 10시 30분이 겨우 지나고 있었다. 일찍 왔다 한들 일찍 외래진료 교수님 진료를 볼 수 있는 게 아니었기 때문에 남은 시간 동안 간호 선생님과 나는 병원 투어를 하기로 했다.
분만실이 어린이병원에 있었고 본관 건물에서 어린이병원으로 이어지는 곳도 있다고 들었는데 그 길도 익힐 겸 뚜기가 출산해서 집중 치료받아야 할 니큐 층도 가보고 어린이병원 전 층 투어도 하고 본관 투어도 하고 투어를 하고 있는데 진료실 앞으로 와서 대기하라는 알림 톡이 전송이 왔다.
평소 예약되어 있는 시간보다 30분이나 단축된 시간이었다. 교수님 진료실에 들어가는 그 순간은 언제가 되었든 정말 떨리고 긴장이 되는 순간이다. 뚜기를 가지고 나서 여기 미혼모 시설서 다닌 첫 병원에서도 그랬고 두 번째 전원 했던 병원에서도 그랬고 출산을 앞두고 뚜기의 치료를 위해 전원한 여기 병원 또한 그렇고 긴장되긴 매한가지.
밝은 미소로 반겨주시는 교수님이셨다. 잘 지냈는지 물어봐 주셨다. 감사했다. 초음파 진료 본 것에 대해 성장이나 무게는 3kg에 가깝게 잘 커주고 있네요. 폐에 혹이나 심장이 밀려있는 것은 그대로인 것 같고.. 태어나서 전체적으로 다 봐야 하니까.. 네.. 더 커지거나 나빠지지만 않으면 다행이죠.라고 말해주셨다.
여기서 더 커지고 더 안 좋아진다는 건 사실상 상상조차 하고 싶지 않은 일 그렇다고 드라마처럼 없어졌다느니 괜찮아졌다느니라는 걸 기대하는 것 또한 어려운 일..
태어나고 나서 엄마가 아기의 상태에 대해 알아야 할 것들이 앞으로 많을 거라 하셨다. 치료 방향에 대해 내가 들어야 할 이야기들이 수두룩하게 많을 거라는 이야기.
분명 견디기 힘든 이야기들이 많을 거라 하셨다. 그렇다고 안 들을 수도 없는 이야기니까. 교수님의 그 이야기를 듣는데 마음이 왜 이리 쓰라려오던지.. 힘들기만 했던 임신기간이 끝나는 것에 대한 후련함과 뚜기가 태어나고 난 후에 일어날 좋지 않은 일들을 받아들여야 하는 불안감과 무서움이 다시 엄습해져 왔다.
"컨디션 조절 잘해서 수술 날 봅시다."라는 교수님의 이야길 끝으로 그렇게 출산 전 마지막 진료가 끝이 났다. 마지막 진료니까 속이 후련할 거 같았는데 막상 그렇지도 않았다.
순간적인 감정에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에 일희일비하지 않으려고 애써 담담한척하고는 있는데 점점 시간이 다가올수록 걱정도 되고 두려움도 커져만 간다.
가장 먼저 바라는 건 우리 뚜기의 무사 출산 그리고 생각보다 괜찮은 상태 그거 딱 하나 이번에는 하나님이 나의 기도를 들어주셨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