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이 힘을 합쳐 빛이 되었다
수빈 : 우리 어디 가는 거야? 왠지 익숙해!
민호 : 너를 처음 만난 곳이야. 그때의 감정 또
느끼고 싶어.
수빈 : 처음이었어. 그때 누군가를 만난 건. 오빠가
내 눈앞에 나타났고, 저물어가던 삶의 나를 내리쬐며 빛이 되어주었어. 그 순간 조금 밝아지더라고.
민호 : 사실 그때 화가 나서 음료 사려고 편의점에
간 거야. 진심으로 대한 사람들은 한순간에 돌변하고 버려진 기분이었지. 아무도 믿을 수 없었고 어려운
순간 힘을 내게 해준 편의점이 떠올랐어. 가자마자 편의점 앞에 세상이 무너진 표정과 함께 우울한 기운이 퍼지는 수빈이가 보였어.
수빈 : 그래서 오빠가 다가온 거구나. 같은 상황이라
동정심 느껴져서 그런 거 맞아? 침울해 있는 나에게
웃으며 말 걸어주는 모습이 정말 따스했어. 추웠던 게 사라진 기분이었어.
민호 : 뭐야 들켰네. 이미 화나고 마음이 망가졌으니
다른 누구라도 행복해지라고 말 걸고 싶었어. 적어도 서로의 상황을 공감해 줄 것 같았으니까.
수빈 : 오빠가 처음 한 말 아직도 기억나.
“저는 민호예요. 추운데 여기 계시네요. 마음이 아파서 뛰쳐나와 편의점에 왔는데 저와 비슷한 상황이신 것 같아 말 걸었어요. 괜찮으시면 따뜻한 거 같이 드실래요?“
민호 : 뭐야 진짜 틀린 거 하나도 없네. 사실 그때 긴장했어. 갑자기 말 걸어도 될지도 모르겠고 두려웠어.
근데 너의 모습이 눈에 들어오기도 했고 같이 말해보고 싶더라고. 비슷한 상황의 사람과 대화하면 어떤 기분일지 궁금했어.
수빈 : 처음에 당황했지만 얼굴을 보자마자 반짝이더라고. 목소리는 나의 마음을 울렸고 그 속에 담긴 내용은 더 아름다웠어. 그때부터였나. 사랑에 빠지기 시작한 게 놓치고 싶지 않더라. 우울했던 삶을 잠시라도 웃게 해줄 것 같았어.
민호 : 우리가 결국 하나가 되어 새로운 겨울을 맞이하고 있네. 편의점이 있던 거리는 이제 새로운 건물이
생겼지만 너와의 관계는 지워지지 않았어. 어쩌면
우리의 사랑의 기한을 늘려주는 것 아닐까? 난 너의
주위를 떠나기 싫어.
수빈 : 진짜 나 너무 좋아해 주는 거 아냐? 감동받아서 눈물 나네. 나의 우울을 끝내기 위한 시작은 바로 민호 오빠였고 행복을 향해 달리고 있어. 너랑 함께한
추억 머릿속에서 다 기억나. 지금 이 순간이 오래가면 좋겠어.
민호 : 비록 흔들릴 때도 있었지만 첫 만남을 떠올리니 쉽게 멀어지지 않았네. 동정심이 믿음이 되고 사랑으로 발전한 우리 관계 끝까지 포기하지 않을게. 사랑하자.
수빈 : 함께 가는 거야. 또다시 편의점이 생겨도 그때는 웃으며 밝아지는 아침을 맞이하자.
민호, 수빈 : 끊기지 않는 실이 되어 이어진 사이는 누군가가 갈라서라 해도 떼어낼 수 없어. 결국 끝까지 사랑은 곡선을 타고 이어져. 머릿속에서 예술을 만드는 우리의 추억이야. 잊지 않고 하루하루를 버티며 살아가. 서로를 바라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