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이라는 요일

by 김나현

늘 오랫동안, 나는 행복이 무엇인지 생각해왔다. 아마도 사람마다 행복의 얼굴은 다르겠지만, 나는 그 끝을 알 수 없으면서도 자꾸만 마음을 기울이게 된다. 행복을 잡으려는 순간, 이미 손끝에서 흘러가는 느낌. 그 순간마다 나는, 아마도 놓치고 있구나, 하고 혼잣말처럼 중얼거린다.


성공, 돈, 자유 같은 것들. 그것들을 손에 넣는다고 해서 마음이 항상 가득 차는 건 아니다. 정상에 오르면 설렘은 잠깐이고, 내려가야 할 길만 남는다. 그런데 우리는 늘 정상만 바라보며, 그 사이 소중한 것들을 놓친다. 가족, 건강, 평온한 하루 같은 것들. 높은 정산만을 바라보고 가다가 정작 소중한 —가족, 건강, 일상의 평온을 잃어버린다면 어떨까. 그때 마음은 과연 충만할까?


익숙한 비유들이 모두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행복을 ‘얻는 것’으로 여기는 순간부터, 이미 흘러가버린다는 사실 말이다. 이제 질문을 바꿔야 한다. 행복은 목표일가? 과정일가?


행복이 무엇인지 많이도 고민했다. 행복하고 싶고 행복하지 않은 것은 왜 때문인지도 알고 싶었다. 그렇게 생각의 끝에 드리워진 행복은 그림자를 닮았다. 쫓아가면 멀어지지만, 멈춰 설 때 발밑에 고요히 드리워지는 것. 웃음 뒤에는 허무가 남고, 허무 속에서도 감사가 자라난다. 행복과 불행은 서로의 그림자일 뿐, 둘은 따로 오지 않았다.


어쩌면 중요한 건 행복을 완성하는 일이 아닌 매 순간 다가오는 행복을 알아보려는 태도일 것이다. 어떤 날은 안정이 필요하고, 어떤 날은 모험이 어울린다. 옳은 답은 없다. 다만 오늘의 나에게 어울리는 얼굴이 무엇인지, 그 질문을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할 뿐이다.


70살의 나는 어떤 삶을 살고있을까. 여든 살의 나는 단출한 소파와 테이블이 놓인 거실, 종이에서 눅눅한 냄새가 스며 나오는 오래된 책장에서 빨간색 앨범을 펼칠 것이다. 선반 위 사진 속에는 아이들과의 여행, 산 정상에서의 웃음, 해외에서 찍은 낯선 풍경들의 사진들이 차곡차곡 붙어 있다. 깊게 들이마시고 싶은 시원하고 차가운 공기 가득한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계절, 가을이다. 마당으로 나가니 깔끔하게 정리 된 파와 고추, 고수와 꽃들이 제각각의 자리에서 자라나고 있었는데 모두 내가 가장 아끼는 것들이다.


그러다 앨범 속 한 장면 앞에서 손길이 멈춘다. 비 오는 날, 우산 하나를 함께 쓰고 걸었던 거리. 아이 손을 꼭 붙잡고 걷던 여행길, 그때는 그저 평범한 하루였지만, 시간이 지나 알게 될 것이다. 나에게 이런 것이 가장 의미있는 것이고 그저 평범했던 하루들이 시간이 한 겹 지나고 나면 그 순간 또한 분명 행복이었다는 것을 70살의 나는 새삼 깨닫게 될 것이다.


사람들은 행복을 무엇이라 정의할까? 누군가는 성취를, 또 다른 이는 평온을. 어떤 이는 관계 속에서, 또 다른 이는 사소한 습관 속에서 행복을 찾는다. 도전과 몰입 끝에 부산물처럼 따라온다고 믿는 사람도 있다.

이처럼 다르게 정의하는 건 자연스럽다. 사회는 오래도록 ‘성공 = 행복’이라는 공식을 가르쳐왔고, 마음은 본능적으로 보상을 좇았다. 무엇보다 우리는 불안하기 때문에, 행복을 확실한 상태로 정의하고 싶어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 있음이 가장 선명하게 느껴지는 순간은 늘 다른 곳에 있다. 도전하고, 망설이고, 실패도 겪으면서 온 신경이 지금에 몰려 있던 순간들. 그 모든 감정이 지나간 뒤 남는 건, 살아냈다는 묘한 확신이었다. 행복은 목적지가 아니라 길 위에 흩날리는 먼지같은 것, 붙잡으려 하면 사라지지만, 걷다 보면 어깨와 발끝에 조용히 스며드는 것. 그 것이 내가 정의하는 행복이다.


행복은 화려한 성취보다 시간을 대하는 태도에서 더 오래 빛날 것이다. 벅찬 순간이 허무로 변했다가, 시간이 더 흐르면 감사로 바뀌는 일. 과거를 후회로만 기억하면 무거워지고, 다른 이름을 붙여주면 가벼워지는 것처럼. 미래를 불안으로 바라보면 짐이 되지만, 가능성으로 바라보면 내일을 견디는 힘이 되는 것처럼. 현재를 흘려보내면 공허만 남지만, 잠시 멈춰 들여다보면 그 안에서 빛이 생긴다.


행복을 추적하는 일은 끝이 없을 것이다. 누군가에게는 안정이,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모험이 행복이 될 것이다. 행복은 단 하나의 얼굴만을 가진 적이 없다. 중요한 것은 정답을 찾는 게 아니라, 오늘 어떤 얼굴을 택할지 묻는 일이겠다.


아직도 그대는 행복을 소유하고 싶은가? 그대에게 행복은 무엇인가? 행복, 그 아름답고 불행한 것. 행복을 좇는 순간, 삶은 끝없는 갈증에 갇힌다. 그리고 그 중독에서 벗어날 때 우린 비로소 알게 된다. 행복은 지금을 살아내는 방식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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